중국이 일부 국영대중형기업의 그룹화를 시험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 원료업체 생산업체
판매업체등으로 따로 분리되어 서로의 이익을 챙기기에 바쁜 나머지
기업효율성이 크게 낮아졌기때문이다. 이러한 기업들을 기능별로 하나의
그룹을 형성하게 함으로써 생산 판매 수출등을 효과적으로 한다는 것이
기본구상이다.
기업경영체제의 효율을 높이고 자본주의적 요소를 도입,중국식
사회주의특성에 맞게 기업을 발전시켜나가겠다는 방침이라고 할수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기업의 그룹화는 자주경영권 수출입자율권 독립법인체
또는 금융관계회사의 설립등을 허용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가장 주목할 부문은 금융회사설립의 허용문제. 새로 세워질 금융회사를
통해 이익금을 저축하거나 또는 모자라는 자금을 융자받을수 있도록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있기때문.
홍콩에 들른 한 중국의 기업연구소관계자는 10여개의 금융회사를 설립할
기본계획을 세우고 있는것으로 알고있다고 전해주었다. 이러한 조치는
현재 중국기업의 자금구조에 비추어 획기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중국국영기업 재정관계부서는 정부의 예산편성몫을 수령하여
집행하는 정도일뿐 여유자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하거나 필요한 자금을
기채하는 활동을 할수 없도록 되어있다.
중국기업가운데 그룹으로 불리는 회사가 2천여개쯤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규모나 운용에서 어느정도 수준에 올라있는 기업그룹은
1백여개정도이다.
새로 세워질 기업그룹의 이름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있다. 중국의
기업문제 전문가는 장춘제일자동차공장등이 우선순위로 꼽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장춘자동차공장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흥미있는 일이다. 알려진바와 같이
중국에는 2천여개의 크고 작은 자동차제조공장이 있다. 그중 대부분은
연간 수백대 또는 심지어 수십대 생산등으로 경제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회사들의 기업그룹화는 오래전부터의 바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밖에 기업그룹화 또는 경제성을 높이기위한 기업개혁의 필요성이 있는
분야는 많다. 예를들면 컬러TV생산라인은 1백60여개에 달하지만
절반이상이 운휴상태에 있으며 그나마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쌓이는 재고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는 냉장고 세탁기등의
생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국영대중형 간판기업 일부를 그룹으로 육성하려는 계획은 오래전부터
세운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의 기업문제전문가들이 한국이나 일본을
직접 방문하여 종합상사의 운영구조에 특별히 관심을 두고 연구해왔다는
지적이다.
이들 전문가들은 두나라의 종합상사가 어떻게 내부적으로 그룹사를
통제하거나 횡적인 연결을 가지면서 대외무역 또는 내수에 효율적으로
나서고 있는가에 주목해온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것은 중국이 개혁개방이후 수출주도형 경제발전을 추진하고있다는
점에서 그의도를 쉽게 이해할수있는 부분이다.
중국정부는 기업의 그룹화이외에도 기업활성화를 위한 개혁에 적극적인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효율이 낮은 기업을 도산시키기위해 파산법을 제정했다는
사실이나 국가경제체제 개혁위원회가 기업개혁을 적극추진하기위한
연구소를 세운것도 이러한 의지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이붕총리가 지난해 9월 중앙공작회의에서 앞으로의 경제정책의 중점을
국영기업의 활력과 효율성제고에 둘것이라고 밝힌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수 있다.
중국의 지도층은 이제 기업의 그룹화 또는 효율을 높이기위한 기업개혁이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지켜줄 유일한 보루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지난
1월 누적적자기업을 파산시키기위해 도산기준을 구체적으로 만든것도
이러한 노력의 하나인것이 분명한것 같다.
기업의 그룹화 또는 기업개혁이 도상계획만큼 쉬운것은 물론 아니라는
것을 중국당국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40여년간 평등주의에 의한
경영방식이 구석구석에 자리잡아온데다 합리화를 위한 도산등의 조치가
이루어지면 엄청난 실업사태가 일어날 것도 우려되는 사태중의 하나다.
시장경제적 자유경쟁을 일부기업에만 인정하고있는 정책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긍정적인 면도 없지않다. 국가경제의 90%이상을 차지했던 국영기업의
비중이 50%전후로 떨어지면서 개인.사영기업이 나타나 활력을 불어주고
있는것도 그중의 하나라할수 있다.
국영기업의 종합상사화를 시도하고있는 중국의 움직임을 눈여겨 보아야할
때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