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열풍이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기업이 무더기로 쓰러지고 있다.
기업이 부도를 내면 그것은 바로 기업이 사망하는 것이다. 지금 돈과
사람과 국민들의 이목은 선거판에 쏠려있다. 그래서 기업의 부도사태는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지 않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3월들어 중소업체들이 판매부진등으로 일시적인
자금공백을 메우지못해 하루평균 20여개업체가 부도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금액으로 따질때 부도율은 그다지 높지 않은데 부도업체수는 크게 늘어나고
있는것이 최근 부도사태의 실상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기업이 일시 긴급운전자금을 융통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게 되어
선거자금수요가 더커진다면 특히 중소사업자의 자금융통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그렇게 될때 부도사태는 심각한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커진다.
부도사태는 이미 지난해부터 그 심각성이 예고되었다. 지난해 부도등으로
은행과의 당좌거래가 정지된 개인및 기업은 6,159건이었다. 이는 90년의
4,110건에 비해 무려 50%나 늘어난 것이다.
기업은 경제환경의 변화와 산업구조조정과정에서 경쟁력을 상실하면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수 있다.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그 수명을 다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기업의 도산사태는 산업구조조정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한계기업의 도태현상이라고 보아넘길수 없다.
왜냐하면 자금흐름의 왜곡과 경제환경에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쓰러지지
않아야 할 기업이 도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기업은 자연히
도태되는 것이 아니라 압살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대기업의 부도만 심각한게 아니다. 중소업체의 부도는 한국경제의
잔뿌리를 흔들어 놓는 일이다. 잔뿌리가 조금씩 잘려나가면 큰 나무인들
어떻게 버틸수 있겠는가.
지금 총선유세장에서는 국이민복에 관한 온갖 구호들이 난무하고 있다.
경제를 살리고 산업을 일으키고 국민의 행복을 증진시키겠다는 목소리는
높아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는 기업의
도산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쓰러져가는 기업은 아랑곳 하지
않고 경제를 어떻게 살린다는 것인지 답답할 뿐이다.
한번 태어난 기업은 어떤 일이 있어도 도산되어서는 안된다는걸
주장하려는게 아니다.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기업은 도태되기도,새로
태어나기도 한다. 그게 발전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그러한 한가한
원칙론을 이야기 하고 있을 여유는 없다.
돈과 사람이 비생산부문으로 류출되고 있다면 아무리 튼튼한 기업이라도
버틸수가 없는 일이다. 기업은 그 스스로의 경영능력과 관계없이
운전자금이 달리면 부도를 면할수 없다. 우리가 우려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경우다.
정부와 민간경제연구소는 선거기간중 매일 100만명에 가까운 인력이
선거운동원으로 동원되고 선거에 총통화의 2 3%인 1조 2조원의 자금이
뿌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입후보자 1인이 하루에 최대 900명까지 선거운동원을 동원할수 있다고
보면 1. 051명후보의 선거운동원은 94만6,000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제조업 전체취업자수 약490만명의 거의 20%에 해당되는 인원이다.
물론 선거운동원이 제조업체에서 모두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다. 주부
대학생 실업자중에서 동원된다 하더라도 상당수의 선거인력이
취업자,더욱이 제조업체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아도
심각해지고 있는 인력난을 부채질할것이 분명하다. 인력난은 또다시
임금상승을 불러온다. 이미 지난 2월중 목수 도장공 미장공 잡역부등
건축분야의 임금이 전년동기에 비해 최고 23%까지 뛰었다는 것이다.
기업은 운전자금 부족으로 도산되거나 도산직전에 이르러 있는데
선거판에는 돈이 풍성하다. 선거자금은 실제 얼마나 뿌려지는지 알기는
불가능하다. 후보1인이 평균 10억원을 쓴다면 1조원이 된다.
민간경제연구소는 선거자금으로 2조원정도 뿌려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소업체는 불과 몇백만원에서 몇천만원의 자금이 융통되지 않아 도산의
비운을 맞는다. 최근 5,000만원의 자금을 메우지 못해 부도를 낸
백산스포션의 경우는 바로 이런 예우에 해당된다. 상장기업이
부도예고공시를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사정은 이러한데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한계기업의 도태라느니,경쟁력의
상실이라느니 하며 기업의 도산사태를 강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더욱이 선거가 끝난뒤 사람들의 들뜬 마음과 뿌려진 돈이
경제에 미칠 주름살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또 앞으로 속출할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도산사태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