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고실권자 등소평(88)이 제2의 대장정을 위한 닻을 올렸다.
등의 죽음 이후 중국이 그의 고유노선인 "실용주의 개혁 개방"의 길을
걷도록 하기위해 사전 정지작업에 나선 것이다. 이작업은 곧 그가 이끄는
중국지도부내의 개혁세력과 보수세력간의 충돌을 의미한다.
한동안 수면하에서 전개돼왔던 보혁간 세력다툼은 이제 양세력이
맞대결하는 치열한 권력투쟁 양상으로 발전하고있다. 올가을로 예정된
당제14기 전국대표대회(14전대회)까지 계속될 것으로보이는 이번 싸움은
향후 중국정세의 기본방향을 결정하게될 것이라는 점에서 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있다. 14전대회에서 구성될 새당.정지도부 성향에 따라 중국이
개혁.개방노선을 가속화할 것인가,아니면 자력갱생의 원칙에 따른 독자적인
경제개발의 길을 걸을 것인가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양세력간의 권력투쟁은 일단 등이 이끌고있는 개혁세력이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분석된다.
등소평은 올해들어 남부 개발도시를 순방하며 개혁.개방정책을
가속화해야한다고 주장,보수세력을 간접적으로 공격해왔다. 등은
약한달동안 계속된 심 상해등의 순방기간중 발표한 자신의 연설문을 묶어
"당내문건"으로 작성,전당 하부기관에 시달하기도 했다.
이에대해 진운 등력군등 당내 보수세력들은 문건의 유포를 방해하는등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보수세력의 반발에 대해 등소평의 대응은 더 강했다.
외신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등소평은 개혁노선에 반대하는 좌파
지도급인사들을 현직에서 쫓아낼 계획이다.
대상 인사들은 인사담당 정치국원 송평,선전부장 왕인지,당기관지
인민일보사장 고적등 좌파 이론가들로 전해졌다. 권력투쟁의 발전양상에
따라 숙청대상 폭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70년대말 강청등 4인방을 숙청하면서 최고 실권을 움켜잡은 등소평이
또다른 숙청을 감행하겠다는 얘기다.
당내문건에서 밝힌 등소평의 기본노선은 사회주의 골격에 자본주의적인
요소를 과감히 도입,개혁.개방정책을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경제건설을 중심으로한 기본노선은 적어도 1백년이 걸리며 주식제등
자본주의제도를 흡수하고 6%로 잡혀있는 경제성장 목표를 상향조정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등소평이 권력투쟁에 몸소 나서고있는데는 그만한 정치 경제적 배경이
있다.
우선 정치적으로는 14전대회를 기점으로 재편될 세대교체에서 자신의
노선에 충실한 인물을 요직에 심어놓자는 포석이다.
이번 14전대회를 통해 현재 권력의 배후 실세인 혁명세대 원노세력들은
고령으로 정치무대를 떠나야한다.
팽진(전전인대상무위원장.89)진운(중앙고문위주임.86)양상곤(국가주석.84)등
모택동의 전우들이 대표적인 원로이다. 이밖에도
요의림(부총리.75)만리(전인대상무위원장.75)진기위(국방장관.77)등도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바통을 이어 중앙정치무대의 실력자로 부상할 것으로 보이는
인사는 강택민총서기 이붕총리 전기침외무장관 주용기부총리등이다. 또한
진원(진운의 아들)왕군(왕진의 아들)등영도(등력군의 아들)등 "태자당"이라
불리는 고급간부자제들도 상당폭 중앙정계로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등소평은 이중 강택민총서기 주용기부총리등 개혁세력을 이끌고
비교적 비판보수그룹인 태자당의 요직 진출을 방해할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개혁지지를 선언했던 이붕총리가 현직에 유임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등이 87년 천안문사태의 책임을 물어 축출했던 조자양전총리를
재기용할지도 커다란 관심거리의 하나이다.
등소평이 주도하고있는 권력투쟁의 경제적 배경으로는 앞으로 1 2년사이가
개혁.개방정책의 최대고비가될 것이라는 조바심 때문이다.
중국은 작년에 열린 수차례의 당정회의를 통해 올해부터 시작되는
8차5개년계획(8.5계획)의 골격을 마련했다. 8.5계획의 주내용은
2000년까지 연평균 6%의 경제성장을 달성,GNP(국민총생산)를 90년의 4배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위해 지난88년말부터
91년상반기까지 계속된 치리정돈 (경제긴축)정책을 마감,다시
개혁.개방노선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당시 발표된 당문건은 밝히고있다.
이와같은 당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는 현지도체제보다 더
개혁성향을 지닌 지도부가 형성돼야 한다는게 등소평의 의지이다.
등소평의 기본 경제개발 구도는 그간 광동성의 일부 경제개발구가 이룩한
경제기적을 중국 전역으로 확산하라는것. 경제발전 핵을 남부연안에서
찾고 이를 발판으로 전체 중국을 부흥시킨다는 전략이다.
심 광주등 주요 경제개발도시의 성장요인은 과감한 외자도입및 서구식
경영기법의 채택으로 요약된다. 이를 풍부한 노동력과 결합,제품의
수출경쟁력을 높인 것이 경제발전의 모태가 됐다는게 등의 해석이다. 등은
14전대회의 인사가 이같은 성장요인의 존속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있다.
등소평이 제2의 대장정에 나서야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하겠다.
<한우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