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춤의해"가 계속되는 주도권싸움에 휘말려 또다시 표류하고있다.
춤예술의 획기적 발전을 위해 마련된 "춤의해"는 시작단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무용인들의 불협화음으로 일관,오히려 무용계의 이미지를 크게
손상시키는 결과를 낳고있어 일부에서는 "춤의해"취소론까지 나오고있다.
지난해8월 정부가 92년을 춤의해를 공식 지정해 발표한 이래 춤의해가
4분의1이상 지난 현재까지 다툼으로만 일관해온 무용인들에게 더이상
무엇을 기대하겠느냐는 취소론자들은 지난해 "연극 영화의해"의 경우 6월에
시작됐음에도 불구,모두가 단합해 훌륭하게 치러낸 전례가 있다고 밝히고
싸움만하다 끝날게 뻔한 춤의해에 더이상 낭비를 해서는 안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있다.
무용계가 또다시 다투게된 발단은 춤의해 기획실장인 박일규씨의
사퇴권고문제를 둘러싸고 일어났다. 당초 기획실장이던
이순열씨(무용평론가)가 이화여대입시부정사건으로 구속된 육완순씨의
뒤를이어 공동위원장으로 임명되고 박씨가 새기획실장이 됐다.
공동위원장이 된 이씨는 그뒤 정관에도 없는 기획위원장이라는 직함을
만들어 김현자씨를 천거했고 그뒤 박씨와 김씨간에 운영을 둘러싼 마찰이
끊이지않았다. 급기야는 김씨가 박씨의 "전횡"을 문제삼아 사퇴를
권고하는 건의서를 기획위원들에게 돌림으로써 문제가 표면화됐다.
그러나 건의서에 명시한 전횡사례도 대부분 유치한 내용에 지나지
않는것으로 알려져 결국은 박씨를 사퇴시키기위한 싸움으로 해석되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무용평론가 K씨를 기획실장으로 기용하기위한
포석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사실상 그동안 불신의 골이 깊었던 무용계의 반목을 깨끗이 해소하고 춤의
해를 계기로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자는게 무용인들의 한결같은 바람이었다.
그러나 장르와 장르간,학원파와 학교파간에 깊었던 갈등에다 평론가와
무용가의 갈등이라는 새로운 양상까지 빚어내는등 오히려 춤의해가
무용인단합에 악재로 작용하고있다.
따라서 춤의해에 무용평론가들이 너무 깊이 개입하려는데서 새로운 갈등이
자꾸 생겨나는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평론가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순수 비평활동을 통해 무용계의 질적 발전을 뒷받침하는데
머물러야 하는데 직접 "춤의해"의 전면에 나서 좌지우지하려는 의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따가운 비난의 소리가 사방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한 무용가는 "결국 춤의해 유치에 육완순씨의 개인적역량이 많이
작용했다고 볼때 구심점이 돼야할 육씨의 갑작스런 유고가 혼란을
가져오게된 가장큰 원인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하고 "무엇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춤의해"유치에 큰몫을 했다고 주장하는 일부 평론가들이 육씨의
유고를 틈타 당연히 주도권을 행사해야한다고 생각,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다른 한 무용인은 "지금이라도 춤추는 사람들이
중심이 돼 춤의 해를 이끌어 나갈수 있도록 유도하지 않으면 더욱 큰
반목과 불신만을 남기게 될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창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