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골프,핸디 싱글. 부인도 90대를 치는 수준있는 골퍼" 프로골퍼
지망생부부의 이력서가 아니다. 90년5월 이등휘총통이 취임했을때 신문이
보도한 그의 프로필 일부이다.
대통령 프로필에 그의 취미가 골프라고 쓸수 있고 본인도 구태여 골프치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 곳이 대만이다.
세련됐다고나 할까.
그의 골프치는 모습은 매스컴을 통해 자주 비쳐진다. 지난해엔 포드
전미국대통령과 이총통의 골프치는 모습이 신문에 대서특필됐다. 이총통이
대만을 방문중인 포드를 보기좋게 이겼다고.
대만정부는 국민과 더 가까워질수 있는 방법은 대통령의 권위주의적이고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를 솔직히 전달해주는 길이
최선이라고 믿고있다.
이총통은 골프를 치면서 앞뒤로 팀을 떼어놓지 않는다. 샤워도 다른
골퍼들과 같이 한다. 국민의 사랑을 받는 방법을 알고 있다.
백촌대만행정원장(국무총리)은 최근 "열심히 일해서 온국민이 골프를 다
칠수 있도록 하자"고 당당히 말했다.
다른 말이 필요없다. 이말 한마디로 우리나라와 대만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수준의 격차를 느끼게 한다.
정부관리가 공식석상에서 골프이야기를 꺼내도 국민의 반감을 사지
않을정도로 신뢰를 쌓은 정치수준. 먹고 살 걱정이 없어 이젠 좀더 열심히
일하면 골프를 누구나 칠수 있을 것이라는 경제수준.
이는 1백억달러에 육박하는 우리나라의 무역적자와 1백30억달러에 달하는
대만의 무역흑자와의 격차이상의 거리감을 주는 것이기도 하다.
대만의 국토면적은 불과 남한면적의 3분의1,인구는 우리의 절반이다.
이처럼 비좁은 땅에서도 그들은 골프이야기를 주고 받을 만큼 여유가
있다.
통계상의 분석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대만의 경상수지가 흑자로
전환된 것은 71년. 이것은 한국보다 15년이 빠른 것이다. 또 산업구조가
농림수산업보다 제조업이 우위로 된것은 77년으로 이것도 한국과 10년의
차가 있다. 대만의 외환보유고는 새해초 8백억달러가 넘어서 일본과
세계1,2위를 다투고 있다. 우리나라는 겨우 1백억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경제력의 차이때문에 대만에서 관리들이 골프이야기를 꺼낼수 있게된
것은 아닙니다. 대만정부가 항상 신뢰할수 있는 정책을 펴온 덕에
국민들은 정부관리 기업인들이 골프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요"
장사할수 있는 여건조성 대만경제부 국제무역국의 신문염국장은 "눈가리고
아웅하던"시대는 지났으며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란 말을 강조한다.
그래야만 가식이 없어지고 실속을 챙길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정부와 국민의 신뢰는 기업과 종업원의 신뢰로 이어진다.
대만의 수출자유지역 첨단과학단지에도 골프장이 즐비하다.
고웅수출자유지역엔 현재 4,5개의 골프장이 있으나 내년까지 10여개가
더생긴다. 신죽첨단과학단지에도 일류골프장이 3개나 있다.
그렇다고 노조가 시비를 걸거나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일은 없다.
종업원들은 으레 수출상담이나 바이어접대에 골프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남재에 1백3개업체,고웅에 90개업체,대중에 45개등 총2백38개 국내외
업체들이 이들 수출자유지억에서 북적거리는 이유는 어찌보면 간단하다.
"한국의 마산수출자유지역에 공장을 세우는것도 생각해봤지요. 그러나
마산 근처엔 이렇다할 골프장이 없습니다. 바이어와 골프장을 찾아가기엔
너무 멉니다. 장사는 시간싸움이지요"
고웅수출자유단지에서 각종 상품포장업및 인쇄업을 하고있는 일본인
마에다(전전신행)사장은 "이곳에선 모든 것이 하루에 이루어진다"며 "공단
바로옆에 골프장들이 있어 골프를 치면서 외국바이어들과 쉽게 상담을 할수
있다"고 말한다.
수출자유지역을 만들려면 이렇게 철저히 해야 한다. 관세혜택만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장사를 할수 있는 모든 여건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종업원들도 열심히 일하면 골프를 칠수 있다는 생각에 기업인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기업인들은 그만한 위치에 있다고 인정해준다. 내가
못하니까 너도 하지않아야 평등하다는 그릇된 평등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
노사 양쪽이 모두 "프로"가 돼있다. 아마추어냄새는 이제 다 벗어났다.
이같은 의식의 발로가 대만에서 쉽게 싹튼 것만은 아니다. 노력의
대가이다.
중국석유공사는 아파트단지내에 9홀짜리 골프장이 있다. 직원들에겐
무료다. 그래서 부인들이 장보러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9홀을 돌고 오기
일쑤다.
직원용골프장도 세워
대북에서 30분거리에 판교란 위성도시가 있다. 이곳에 자리잡은
원동방직은 중소기업인데도 공장내에 9홀 골프장을 갖고 있다. 숲도
우거지고 캐디도 있지만 직원들을 위한 골프장이다. 값도 일반골프장의
절반이다.
땅이 귀한 대만인지라 빌딩옥상에 정원을 가꾸고 잔디를 심는다. 그
이유가 재미있다. 무엇보다도 골프장을 연상시키는 좋은 잔디위에서
퍼팅연습을 할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누구하나 비난하지 않는다. 숨기려 하지도 않는다.
가식보다는 솔직하고 실속있는 정책으로 정부와 기업이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래서 대만은 경제운용에 있어 계속 "나이스 샷"을 날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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