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와 스포츠용품을 만들어 파는 야마하사에선 지난 한햇동안 7백24명의
종업원이 회사를 떠났다. 전체종업원의 6%에 해당하는 많은 인원이 사표를
던졌다는 말이다.
이들의 사표는 희망퇴직제도에 근거했다. 종업원들이 자발적으로 퇴직을
희망하고 회사는 이를 받아들여 고용관계를 청산하는게 소위 희망퇴직이다.
그러나 실제는 다르다. 정반대로 이루어지는게 다반사이다. 종업원들이
나가겠다고 희망하는 것이 아니다. 회사가 나가 주었으면 하고 바란다는
말이다.
야마하의 희망퇴직제도가 그렇다. 이 회사는 89년 "종업원 퇴직 라이프
플랜 지원"이란 이름으로 이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정년이 되기전 퇴직을
희망할 경우 퇴직금에 일정액( )을 더 얹어 준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퇴직 유인책"이 전혀 먹혀들지 않자 회사측은 이제도를
대폭 손질했다. 40세이상 종업원을 대상으로 하고 금액도 최고
1천2백만엔선까지 끌어 올렸다.
혜택이라면 혜택일 수도 있으나 보기에 따라선 종업원들을 꼬드긴 것에
불과하다. 돈의 위력을 내세워 퇴직을 희망토록 "강요"했다고나 할까.
아무튼 야마하의 희망퇴직제도는 이렇게 해서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야마하가 종업원에게 퇴직을 희망토록 "강요"한 데는 이유가 있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경영부진을 타개키 위한 것이다. 한때 "악기의
IBM"으로까지 불렸던 이회사는 80년을 고비로 경영이 악화됐다.
오는 3월 결산서에 나타날 경상이익은 83년이내 최저액(80억엔)을 기록할
전망이다. 주력제품인 피아노가 잘 팔리지 않는 때문도 있지만 비용구조에
주인이 있다.
특히 문제가 된것은 인건비 노무비. 전체 고정비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노무비의 비중은 87년 50.2%에서 90년엔 54.5%로 껑충 뛰어 올랐다.
회사경영을 압박하는 "주범"노릇을 하고있다.
이 주범을 잡기 위한 것이 바로 희망퇴직 제도였다. 나쁘게 말하면 고임
고령노동자를 내쫓아 인건비 비중을 낮추자는 것 이외는 아무것도 아니다.
퇴직자 가운데 고임관리자가 1백명(전체관리자의 7.7%)이나 됐다는
사실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야마하가 희망퇴직자에게 쥐어준 웃돈은 1인당 평균 1천2백만엔. 회사가
지급한 특별퇴직금이 88억엔이나 된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종업원들이 대거 퇴직을 희망한것은 돈때문만도 아니었다. "희망
퇴직제도가 도입되면서 나이께나 먹은 관리자들에겐 "희망"을 하지 않고는
배겨날 수 없는 분위기가 잡혀가고 있었다"(야마하 노조)
"야마하에선 회사가 나가 주었으면 하는 사원들의 명단을 만들어 이들을
뒷구멍에서 설득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이같은 수법은 야마하가 "특허"를 낸 것도 아니다. 86,87년 엔고불황때
스미토모(주우)중기계가 이미 써먹은 방법이다. NKK같은 회사는 그때
합리화대상사원을 전혀 엉뚱한 공장으로 전출발령,퇴직을 희망토록 했었다.
미쓰이(삼 )조선과 이시카와지마하리마(석천도파마)중공업은 희망퇴직이라
해 놓고는 연령제한을 두어 해당자 전원을 없애 버렸다.
일본식 경영을 특징짓는 것으로 종신고용을 들먹일 때가 많다. 또 일본의
경영자는 대부분 종신고용을 자화자찬한다. "구미의 경영은 경영이
악화되면 종업원 해고부터 시작한다. 이어 수익성이 나쁜 사업부문을
매각하고 그래도 견딜수 없으면 배당을 줄인다.
일본기업의 경우는 이와 정반대의 수순을 밟는다. 제일먼저 손쓰는 것은
경비절감대책이다. 그다음은 적자결산을 하면서 배당을 줄이거나
무배당으로 들어간다. 그래도 안되면 불요자산 매각에 나선다. 종업원
정리는 가장 나중에 이루어진다"
딴에는 일리있는 말이다. 그러나 이같은 설명은 미일기업의 경영을
비교할때나 쓸수 있는 상대적인 분석에 불과하다. 종신고용제를 채택하고
있는 야마하의 희망퇴직제도가 의미하는 것도 그렇다.
경영이 어려울때 종신고용을 고집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고 보는게 옳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일본의 종신고용제도는 경제가 장기간 고도성장을
타면서 기업이 노동력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써먹은 수단이다. 경제가 잘
나갔기 때문에 나타난 산물이 종신고용제도라는 것이다.
도시바(동지)가 지난주 미캘리포니아에 있는 퍼스컴공장 종업원 1백50명을
해고한 것만 봐도 그렇다. 도시바는 미국에 일본식 경영(종신고용)을
심겠다던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같은 회사도 경영이 악화되면 종업원을 해고하는등 말과 행동이
달라진다.
"회사가 침체돼 있어 뭔가 활력있는 직장을 만들기 위해 희망퇴직제도를
도입했다"야마하사 가와가미(천상호)사장의 말이다. 김과옥조로 여긴다는
종신고용제도도 결코 절대적인게 아니라고 자인하고 있는 셈이다.
경영이 어려워지면 종업원에게 퇴직을 희망토록 "강요"하면서 체질
개선에 힘쓰는게 일본의 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