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의 재임성적표를 평가할때 크게 두가지 측면을
고려한다. 하나는 재임기간동안 경제지표의 흐름이 얼마나 개선됐느냐
하는 대목이고 다른 하나는 관련부처나 정치권과의 역학관계속에서 경제
팀을 얼마나 손조롭게 이끌어왔느냐 하는 점일것이다.
전자를 정책수립능력이나 경제철학의 문제라한다면 후자는 리더십이라고
할수있다.
재임중인 부총리의 공과를 취임1년만에 평가하는것 자체가 무리이긴
하지만 이같은 두가지 측면을 고려해 굳이 채점을 하자면 최부총리의 1년은
엇갈리는 평가를 받고있다고 할수 있다. 돋보이는 정책을 내놓았거나
우리나라 경제사에 남을만한 경제철학을 편것은 아니지만 경제팀장으로서의
역할엔 크게 흠잡을 데가 없었다는 분석이다.
당찬 추진력과 통솔력에서는 남다른 면목을 보여주었다. 취임하자마자
농산물수입추천권을 다원화시킨것이나 금리자유화시기를 예정보다 앞당겨
놓은 일,고집세기로 유명한 재무부를 구슬러 여신관리대상 축소계획을
하루만에 뒤집어 놓은 사례등에서 부총리의 위상을 회복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논란이 되던 추곡수매가나 팽창예산안을 큰 수정없이
통과시킴으로써 당이나 청와대등 정치권과의 조화능력도 돋보였다.
사실 고질적인 부처간의 할극주의와 정책실기로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최부총리의 행적에 긍정적인 평가를
할만하다. 전임 이승윤부총리때는 벌여놓은 일은 많았지만 부처간의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고 조순부총리는 남다른 소신을 가졌지만 청와대와
당의 견제로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전례가 있어 최부총리의 궤적은
더욱 돋보이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종이호랑이"로 불릴만큼 추락했던
경제기획원의 위상이 되살아 나기도 했다.
그러나 거품경제로 불리는 과열성장은 지속되고 있고 물가상승세 또한
아직 고삐를 잡지 못하고 있다. 국제수지전망을 잘못 예측,두차례나
보완대책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자가 늘어나고 있는 책임은
마땅히 그에게 돌아갈 몫이다. 딱히 그의 탓만은 아니지만 명분만 앞선
경제력집중 억제논리를 지나치게 강조,재계와 정부간의 갈등을
증폭시킨데도 그의 과가 없지않다.
최부총리의 성적표는 사실 그간의 1년보다 앞으로 남은 기간에 좌우될
것임에 틀림없다. 자의든 타의든 6공화국의 경제정책마무리 역할을 맡았고
앞으로 닥칠 파고가 더욱 험난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외풍으로부터
안정기조를 얼마나 사수하느냐에 따라 채점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선거때문에 경제정책이 흔들리는 일은 결코 없을것이라는 그의 장담이
얼마나 지켜질지 두고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