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밤 텔레비전은 남한과 북한에서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한 단면들을
보여주었다. 적어도 남쪽기성세대 눈으로는 도저히 납득할수 없는
장면들이었다. 서울에선 "뉴키즈"공연장에서 10대소녀들의 광란의
불상사가 벌어졌고 평양의TV화면은 김정일신격화좌담회와 유치원생들의
일사불란한 몰아적 가무를 보여주었다. 각기 상황이 다른 체제속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직접 견주기는 어렵지만 둘다 너무도 어이없는 일이라는
점은 공통점이 아닐수 없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뉴키즈가 뭐길래"소녀들의 광란이 그토록 심했나.
공항환영때 그 난리를 치렀는데도 공연장에서 그보다 더한 소동이 벌어졌고
수많은 부상자가 병원으로 실려가는 것을 보고도 아랑곳 없이 공연재개만을
아우성친 광기는 무엇인가. 여러가지 사회적 환경이 소녀들을 그렇게
몰아갔겠지만 텅빈 가슴에 자리잡은 새로운 우상이 광기의 진원일 것이다.
물론 어느나라 청소년에게도 정신적 우상은 있다. 우리의 이번 경우 너무
심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같은날밤 보게된 평양TV화면도 우상만들기이다. 김일성우상화에 이어 그
아들까지 신격화하는데 어이없다기 보다는 애처롭기까지 했다. 김정일이
백두산에서 태어날때(실제는 구소련땅에서 태어났다는게 정설)사흘동안
폭풍우가 몰아쳐 3년후의 해방을 계시했다든가,어린 정일이 축지법을 쓰듯
산을 훨훨 넘어갔다는 전설을 물정사정 뻔히 알 원로 문학가들이 진지하게
담론하는 광경은 차라리 비애를 느끼게 했다. 그리고 이에 영향받은 북한
유치원학생들의 김부자에 대한 넘치는 충성률동은 세계에 유례가 없다는
점에서 민족성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하는 것이다.
남북을 막론하고 기성세대의 행위가 우리 자녀들을 포함한 전체적
집단히스테리의 원인제공자임엔 틀림없다. 북은 강제성,남은 자발성이라는
외형적 차이는 있지만 내면에는 유사성이 있을수 있다.
왜 우리민족은 집단적 광기가 이토록 유독한가. 사실은 요즘 더욱 느끼게
되는 점이지만 우리는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 속성이 강하다. 그런데
이것이 어떻게 집단히스테리와 연결되는가. 그것은 개인주의적이면서도
몰개성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기적이면서도 개성이 약하니까 김부자건
뉴키즈건간에 어떤 환경이 조성되면 일변도로 쏠리는것이 아닌지 모른다.
아무튼 17일 밤에 TV에서 본 남북의 두 단면은 우리의 자화상에 대한
뒤숭숭한 의문을 던져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