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허위감정''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사건 연루자
들간에 난마처럼 얽혀있는 이해관계와 반목이 드러남에 따라 이번사건이
고소와 맞고소로 이어지는 이들의 송사대립에서 비롯됐다는 추측을 가능
케 하고있다.
이때문에 검찰은 이들 사건당사자들이 관련된 형사재판 기록 일체를
전국 지검 으로부터 넘겨받아 사건내용은 물론 연루자들간의 관계등을
정밀 조사하는등 `의혹'' 을 폭로한 배경을 찾아내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번 폭로사건의 발단이 된것으로 보이는 관련 사건들을 정리 해본다.
<> 이창렬씨 사기사건= 이번 국과수의 `허위감정'' 의혹사건은 지난 88년
서울지 검에 공갈혐의로 구속된 대전 "세기건설" 대표 이세용씨(45)
관련사건으로 부터 비롯됐다.
당시 이씨는 전 민자당 중앙위원 이창렬씨(59)의 측근인
한치준씨(40)와 이씨 로부터 "법원에 부탁해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제의를 받고 교제비 조로 1억3백만원을 주었으나 약속이
이행되지 않은데다 돈도 돌려받지 못하자 무죄 로 석방된 후 이씨등 2명을
변호사법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장을 접수한 서울지검 수사과는 이창렬씨가 지난해 3월
이세용씨로부터 8천 5백만원을 건네받으면서 써줬다는 현금보관증과
사건청탁을 알선한 한치준씨에게 3 천만원짜리 어음을 건네줬다는
조남근씨(37.인삼밭 경영)의 진술을 토대로 같은 해 10월 이창렬씨와
한씨등 2명을 변호사법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에대해 이창렬씨는 검찰수사및 재판과정에서 "이세용씨측으로부터
석방을 위 해 힘써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돈을 받은 적은
없다"며 "이들이 제출 한 현금보관증에 찍힌 도장과 지문은 모두 조씨가
위조한 것"이라고 주장, 혐의사실 을 부인했다.
검찰은 그러나 이씨가 써줬다는 현금보관증 이외에도 3천만원짜리
어음이 조씨 로부터 한씨에게 넘어간 사실이 확인됐기때문에 돈을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씨 의 주장을 일축하고 대검 과학수사운영과에
현금보관증에 대한 감정을 2차례 의뢰, "모두 진본"이라는 감정결과를
받아내고는 이씨를 구속기소했다.
<> 조남근씨 경찰가혹행위 진정사건= 이창렬씨측으로부터 현금보관증을
위조한 장본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조씨는 지난해 11월 "지문.인감
전문위조단" 사건의 용 의자로 서울경찰청 특수강력수사대에 연행돼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경찰로 부터 가 혹행위를 당했다"며 서울지검에 진정서를
냈다.
서울 경찰청은 이에대해 이창렬씨가 검찰에 구속된 바로 그 시점,
"진본과 똑같 은 도장이나 지문을 위조해 재산관련 서류를 위조, 재산을
강탈하는 전문 인감위조 단이 있다"는 내용의 제보를 접수, 이를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용의자로 조씨를 연 행,이부분에 대한 조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또 시내 사설감정원과 인쇄소등을 상대로 탐문조사를 벌인
결과, 일본제 `합성수지 동판기계''를 이용, 지문이나 도장을 실물과 똑같이
위조할 수 있고 실제 로 이를 이용한 위조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 적발된 위조문서 제조사 건에 이세용씨가 관련돼있는 것으로 보고,
그 측근인 조씨를 용의자로 지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에서 이창렬씨에게 돈을 건네줬다고 진술, 검찰의 중요한
참고인이 었던 조씨는 서울경찰청 특수기동대에 연행돼 조사를 받으면서
경관 5명에 의해 "이 씨사건과 관련된 진술이 허위였다"고 자백하라는
강요와 함께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조씨의 `고문진정''이 문제화되자 "조씨가 전문 인감위조단의
일원으로 이씨사건의 증거물인 현금보관증도 위조된 것이라는 혐의를
포착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으나 검찰 자체 조사결과, 조씨가 당시
경찰로부터 ` 이씨에게 불리하게 작용 한 진술을 번복할 것을
강요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검경이 마찰을 빚기도 했다.
결국 조씨의 진정으로 경찰의 허위감정부분 수사는 흐지부지됐으며
이씨측 변호 인들이 재판과정에서 현금보관증에 대한 감정을 검찰이 아닌
제3의 기관에서 다시 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구,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대검의 최초 감정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 조병길씨의 허위감정 추적=이번 `허위감정''의혹 사건이 표면화되기
시작한 것 은 이창렬씨와 평소 친분이 깊었던 조병길씨(46.전과 33범)및
이씨와 함께 구속된 한씨의 동생 치형(목변에 행)씨(35)등이 문제가 된
현금보관증의 조작여부를 스스로 캐고 다니면서 비롯됐다.
12일 오후 검찰에 소환된 조병길씨는 공교롭게도 부천 서울신학대
문제지 도난 사건 수사도중 의문의 자살을 한 경비과장 조병술씨의 동생인
것으로 밝혀져 시험지 도난사건과 이번 의혹폭로 사건이 서로 얽혀 있는 게
아닌가하는 추측을 불러일으키 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조씨등은 MBC측에 허위감정 의혹을 제보한 뒤 취재진과
함께 이세 용씨로부터 고소당했거나 재판에 계류중인 대전 J개발대표
장정모씨(43), 임봉규씨( 53.인삼밭경영), 양승학씨등 10여명을 찾아가
이들로부터 이세용씨가 증거로 제출한 인감을 국과수 문서분석실장
김형영씨가 `진본''이라고 감정을 해줘 피해를 입었다는 얘기를 듣고,
김씨와 이씨를 연결해준 사설감정원을 추적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 다.
조씨는 그후 `한국인영필적감정원'' 원장 이송운씨(67)를 만나
이세용씨와 국과 수 김형영씨를 연결 해준 것으로 추정되는
전중앙인영필적감정원 원장 신찬석씨(67) 의 소재지를 알아낸뒤 "허위감정
여부를 알고 싶다"며 접근, "돈을 줄테니 이씨에게 해준 것처럼 감정이
유리하게 나오도록 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김형영씨와의 관계를 녹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송운씨와 신찬석씨등은 검찰조사에서 "MBC에 녹취된 부분은
국과수와 잘 통한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한 말이었을 뿐"이라고
폭로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대전에서 건설업을 하던 이창렬씨가 지난 85년 부도난 신영건설을
인수하면서 이 회사 간부였다가 다시 대표이사로 채용된 조병길씨가 평소
이창렬씨와 돈독한 친 분을 유지해 왔으나 이세용씨와는 7년간 송사를
거듭하면서 서로 반목된 사이라는 사실에서 조씨가 이창렬씨 재판을
승소로 이끌기위해 이같은 폭로를 한 것으로 검찰 은 추정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조씨와 함께 사설감정원을 상대로 국과수 직원인
김형영씨의 `허위 감정'' 가능성을 추적하면서 감정료로 건네준
3백만원짜리 수표의 발행인인 한치형씨 (35)가 구속된 한치준씨의
동생이라는 점은 이들이 사설감정업자들을 `함정의뢰''로 유인,국과수
직원들의 `뇌물감정''을 유도토록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가능케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