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일본도 좀 봐야 한다는 거 아닙니까.
B씨.서울서 출장오는 손님들이 많아졌고 그분들을 안내하느라 요즘
바쁘셨다는 말씀이군요.
A씨.일본출장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문제는 미국이나 유럽에 갔다
오는 사람들이 으레 동경을 들르면서 하는 말이 그렇다 이겁니다.
B씨. 일본을 좀 봐야겠다는 사람들에겐 동경보다 규슈에 가보라고
전하는게 좋을텐데요.
A씨는 L그룹 관계사의 동경지점장. 그를 상대하고 있는 B씨는 일본내에서
몇째 안가는 민간 연구소의 수석연구원. 지방경제및 산업을 조사하고 있는
지한파일본인이다.
"일본의 산업현장을 보러 온다면 꼭 권하고 싶은 곳이 규슈지방이다.
이곳엔 최근 2,3년사이에 내로라하는 일본의 일류제조업체들이 앞다투어
모여들고 있다. 대부분 지은지 얼마 안되기때문에 최첨단
신예설비를갖추고 있다. 같은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다른 지역 공장과는
설비가 다르다. 엔고로 휘청거리던 중후장대 산업도 경쟁력을 되찾아
가고.. 제조업에 관한한 정보 발신지는 이제 동경이 아니다. 규슈,정확히
말하면 후쿠오카랄수 있다"
이렇게 총론을 읊고난 B씨는 다시 규슈산업을 업종별로 구분,소상히
설명한다. 또 산업시찰단 뿐만아니라 연수생도 이곳기업에 보내는 것이
좋겠다는 충고도 곁들이고 있다. 그가 소개한 규슈의 산업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규슈는 실리콘 아일랜드로 불린다. 일본이 자랑하는 반도체생산량의
40%가까이가 규슈산이다. 세계최대의 반도체공장(일본전기 구마모토공장)
도 여기에 있다.
당연히 고집적도 싸움도 규슈에서 벌어지고 있다. 도시바의 오이타공장,
일본전기의 구마모토공장, 오키전기와 후지쓰의 미야자키공장은 16메가
양산과 64메가생산경쟁의 "진지"로 이용될 전망이다.
규슈는 또 반도체 연구개발거점으로서도 각광을 받고있다. 구마모토현이
연구개발거점으로 조성한 테크노 리서치파크 부지엔 일본전기와
마쓰시타전기산업이 IC연구개발 설계소를,후쿠오카소프트리서치파크엔
마쓰시타와 히타치가 설계개발연구원을 각각 설립중이거나 계획중에 있다.
규슈엔 소프트웨어개발회사의 진출도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히타치가
작년 봄 후쿠오카에 업무소프트 개발부문을 개설한데 이어 도시바에선 내년
봄쯤 시스템센터의 문을 연다. 규슈를 정보 통신시스템 개발거점으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이 두회사가 규슈에 진출한 목적은 이곳의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을 확보키
위한 것이다.
그러나 컴퓨터 소프트웨어수요를 겨냥한 회사도 있다. 일본IBM사가
소프트 랩을 설립한 것이나 NTT(일본전신전화)가 데이터통신사를 만든 것은
규슈지역에서 일어나는 자사제품의 소프트웨어 수요에 대비키위한 것이다.
규슈는 자동차공업지역으로도 급부상중이다. 작년 가을 닛산자동차
규슈제1공장이 조업을 개시한데이어 올 4월에는 제2공장이 가동된다.
내년봄엔 도요타공장(복강현 궁전단지)도 생산에 들어간다. 이렇게 되면
규슈는 연간 80만대의 승용차를 쏟아내는 "카 아일랜드"로도 불릴수 있다.
완성차메이커를 뒤따라 부품업체들도 규슈지역으로 몰려들고 있다.
일본개발은행 후쿠오카지점 조사에 따르면 도요타계열의 일본전장
아이신정기를 비롯 66사의 자동차부품업체들이 이미 공장건설에 들어갔거나
부지를 물색중이다.
엔고를 극복한 조선 철강 화학등 중후장대 소재산업도 다시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올라있다. 규슈엔 이렇게 없는 업종이 없다. 반도체 자동차 철강
조선 소프트웨어등 모든 업종이 망라된 "제조업복합단지"라고 할수 있다.
게다가 규슈는 한국에서 가장 가깝다. 경제규모(GNP기준)도
2천7백억달러로 한국과 비슷하다. 일본속에서도 가장 일본적인 곳이
동경이라면 규슈는 가장 덜 일본적이다. 사람들 기질도 한국인들과 많이
닮아있다. 일본을 배우려면 규슈에서부터 시작하는게 정도이다.
B씨의 말을 잠자코 듣고난 A씨는 모래씹은 얼굴을 해가며 푸념조로
하소연한다.
"동경을 찾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일본경제가 대단하고 일본기업이
세계를 주름잡기 때문에 뭔가 배우려고 오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아키하바라의 전자상가나 다케야같은 디스카운트 스토어에서 쇼핑이나
하고 밤에는 아카사카술집에서 한잔 걸치면서 "일본도 좀 봐야 되겠다"는
것입니다. 염불엔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정신을 쏟고 있는데 규슈의 최
첨단공장엘 간다고 한들 무얼 얼마나 배우겠습니까"
"그래도 한번 가보라고 하시지요"기자의 대답도 왠지 맥이 빠져 있었다.
<유화선기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