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금리인하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증시에 미치는 파장이 커지고있다.
채권과 주식값의 상승기조가 형성되는것은 물론 증권사들의 영업전략에도
적지않은 변화를 주고있다.
시중자금사정이 호전되고 있는 가운데 실시된 강력한 금리인하정책은 우선
채권시장의 여건을 눈에 띄게 변모시켰다.
채권발행의 통합관리체제를 도입하는등 금리인하정책이 강도를 높여가자
하루라도 먼저 회사채를 발행하려던 기업들이 추가적인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발행시기를 뒤로 늦추는 일이 다반사가 되었다.
수익률이 더 떨어지기전에 물량을 확보하기위한 기관투자가들의
"사자"주문을 만족시켜줄만한 물량도 달리고있다. 이때문에 회사채의 경우
유통가격이 발행가격보다 높게 매겨지는 보기드문 현상이 나타나고있다.
주식시장도 금리의 하락세로 유동자금의 증시유입이 활발해져 투신사를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의 대량매물을 거뜬히 소화해내고 상승기조를 보였다.
증시내의 금융상품들 사이에도 자금이동이 본격화 되고있다. 그동안
주식시장의 장기침체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채권시장으로
몰렸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되돌아오는 역류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채권을 단순히 만기수익률을 기준으로 사들이게 되는 일반투자가들로서는
채권수익률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채권투자의 메리트가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이다.
금리인하 드라이브정책은 채권과 주식시장 뿐아니라 증권사들의
영업전략에도 많은 변화를 몰아오고있다.
재무당국은 제2금융권의 금리안정을 위해 증권사의 안정적인 자금운용을
유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있다.
이와함께 증권사의 자금사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가운데 과도한
신용융자가 큰몫을 하고있다고 평가하고있다.
증권사의 자금난은 콜금리를 상승시켜 통화채의 유통금리를 자극하고
이것이 회사채수익률을 치솟게 만드는 악순환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최근들어 증권업협회는 물론 증권감독원이 신용융자의 축소운용을
독려하고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이다.
윤정용 증권업협회전무는 "지난해 8월 증권업협회가 신용융자를
축소키로한 자율결의의 준수여부를 협회쪽보다 증권감독원측이 더 관심을
갖고있다"며 이번 자율결의를 지키지 않는 증권사의 경우 상당한 불이익을
받게될 것임을 예고했다.
증권감독원의 관계자들도 업계의 이같은 자율규제기능을 지도감독차원에서
지원할 계획이며 이를 각종 인허가에 연계시킬수도 있다는 정책의지를
밝히고있다.
이는 약정고경쟁을 위해 신용융자를 늘려오던 증권사들의 영업전략에
수정을 가할수 밖에 없도록 만들고있다. 이때문에 올들어 주식시장이 강한
오름세를 나타내는 가운데에서도 신용융자의 증가세는 둔화되어 증시의
체질이 강해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신용융자잔고를 줄이기위한 수단으로 1개월미만의
초단기 신용거래약정이 늘어나 단타매매를 부추기는 부작용도
초래하고있다. 증권사들의 경영전략은 증권당국의 정책의지와는 별도로
경영수익향상을 위해서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지난2년간의 적자경영의 주된 원인이 과도한 금융비용이었기 때문에
금리인하정책은 증권사의 경영실적을 호전시키는 일과 맞아떨어진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이때를 차입금규모를 큰폭으로 줄이는 기회로 삼고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금한 대신증권이사는 차입금을 줄이기위해 RP(환매채)의 판매를
늘리고있다며 "최근들어 콜금리가 큰폭으로 떨어져 콜자금을 이용할 경우
신용융자수익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콜자금의 사용을 억제하고있다"고
말했다.
올들어 채권수익률이 급락하면서 그동안 차입금이 많았던 증권사가
채권상품운용면에서도 크게 불리한 입장에 처한다는 것도 새삼 부각되었다.
대우 쌍용등 신용융자를 꾸준히 축소해오면서 차입금을 줄였던
일부대형증권사와 자금사정이 비교적 좋은편인 일부중소형증권사및
신설증권사의 경우 올들어 저금리현상이 도래할 것에 대비해
채권상품운영에 적극적으로 나서 상당한 수익을 올린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금여력이 적은 편이었던 증권사들은 채권가격이 상당폭
오를것이라는 예측에도 불구하고 자금여력이 없어 이번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시중금리인하로 증권사의 자금조달패턴에도 큰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단기자금은 콜자금에대한 의존도를 크게 낮추는대신 보다 안정적인
RP의 매각을 통해 조달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영업분야에서 RP매각의 중요성이 어느때보다 강조되고있다. 시중금리의
급격한 하강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콜시장에서 운용되던
금융기관들의 여유자금이 금리가 높은 RP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인수영업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게 만들었다. 수수료수입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익률높은 투자자산의 확보나 회사채의 보유물량을 늘려
RP매각을 통해 안정적인 단기자금을 조달하기위한 창구로서의 기능도
부각되고 있다.
증시관계자들은 금리가 추가 하락을 멈추는 단계에 접어들경우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에 더이상의 변화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있다.
그러나 증권사의 경영전략은 최근의 강력한 금리인하정책이 적어도
올연말의 대통령선거때까지는 지속될 전망이어서 지속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보고있다.
<김수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