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가구생산업체인 (주)오리표의 손홍익직장(41). 그의 사원번호는
22변이다.
임원진을 빼고세면 현장사원으로는 번호가 가장 앞선다. 그만큼
입사서열이 빠르다.
그는 71년 오리표 신축공장에서 벽돌 쌓는일로 시작해 기능을 익혀 20년간
오리표의 생산현장을 지키고 있다.
그의 하는일은 항시 변함없다. 싱크대 상판제작에 필요한 철판을 옷감
재단하듯 잘라내는 일로 20년간을 여일했다.
강산이 두번 바뀔 연륜탓인지 프레스 연마 용접공정을 다듬는 그의 손끝은
맵기만하다.
오리표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SSK미러"(싱크대상판)도 손직장의 손을
거친 제품.
손직장은 그 흔한 자격증 하나없다.
그러나 귀동냥 눈동냥에다 선배들의 엄한 질책까지 더해가며 익힌 기술은
인증받은 자격에 비할바 아니다.
현장에서 체득한 감이 손끝으로 우러나온다고 주위에서 평한다.
손직장은 직책상 이제는 현장사람들을 독려하는 위치다.
그렇다고 이렇게 잘라라 저렇게 다듬어라 뒷짐지고 말로만은 않는다.
동료사원이 결근이라도 하면 손직장은 대신 라인앞에 뛰어든다.
그는 공장장으로부터 올해 생산성을 지난해보다 30% 올리라는 과제를
받았다.
97 의 거구가 바짝바짝 타는 느낌이지만 현장은 전장과 같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생산성향상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다짐을 수없이 한다.
그래서 회사측의 칭찬을 받겠다는 소박함이 그의 올해 꿈이다.
<글김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