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이 10일 정부로부터 처음 남북한협력사업자로 지정됨으로써
본격적인 남북합작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대우는 북한과의 합작사업을 위한 첫주자로서의 자격획득에 따라 당초
계획대로 오는 15일께 방북실무조사단을 파견하기위해 구체적인 준비작업을
서두르는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우그룹의 이같은 움직임에 이어 다른 기업들도 북한과의 협력방안모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와함께 재계는 남북합작의 두번째 주자,다시말해
북한 김일성주석의 다음번 초청대상이 될 남한기업은 어디가 될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우중회장의 방북직후부터 이필곤 삼성물산부회장과 구평회럭키금성상사
회장이 차기방북주자로 집중 거론됨으로써 이같은 관심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더욱이 김우중회장의 북한방문시 그쪽관리들이 "삼성 럭키금성관계자
의 방북초청도 추진되고 있다"고 귀띔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실제로 이필곤회장은 당초 지난 1월12일 북한을 방문키로 일정을 잡아놓고
통일원의 보안교육까지 마친 상태에서 김우중회장의 방북일정과 겹치는
것을 감안,연기했었다. 그는 2차로 1월29일로 일정을 조정했으나 이 역시
"대우의 뒷북을 치는 것으로 오해될 우려가 있고 모양도 좋지않아"이달중
평양에서 열릴 남북고위급회담이후로 다시 방북일정을 미뤄놓은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선봉 남포와 함께 청진을 자유무역항으로 개방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있다. 여기에 삼성의 "전자사업"을 끌어 들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전자산업에 있어 삼성과 "영원한 라이벌"인 럭키금성그룹의 대응움직임도
만만치는 않다. 럭키금성그룹은 당초 북한과의 접촉이 북경을 주무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점을 감안,국내최고의 "중국통"을 자임하는 천진환
상사사장을 방북주자로 검토했다가 북한의 "총수선호"를 염두에 둬 구평회
상사회장으로 바꾼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밖에 코오롱그룹의 이동찬회장,고합그룹의 장치혁회장등도 주목받는
예비방북주자들이다. 이들은 북한이 아쉬워하고있는 화섬분야 대기업의
총수이며 북한진출에 큰관심을 보이고 있는점을 감안하면 후속주자로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재계관계자들은 이와 관련,두번째 주자를 점치기위해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것이 있다고 지적한다. 김주석은 그동안 "대기업의 총수"만을
초청대상으로 삼아왔다는 점과 그 과정에서 내비치고 있는
대남재계분할활용(Divide And Rule)전략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89년초 정주영 당시현대그룹명예회장을 초청,김강산공동개발에
합의하는등 처음으로 남북합작가능성을 타진한데 이어 지난연말 문선명
통일교교주(통일그룹총수),올해초 김우중대우그룹회장을 잇따라 평양에
불러들였다.
북한당국은 이들 남한기업총수들에게 남북합작사업프로젝트라는 "선물"을
안겨주어왔다. 김우중회장의 경우 이미 공개된 남포공단내의
8개경공업합작사업이 그일부이다. 문교주의 방북성과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있지 않지만 함북북부의 선봉.웅기공단 합작에 대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실제로 북한정무원은 문교주
방북직후인 지난해12월30일 "정무원결의 74호"로 나진.선봉지역 일대 6백21
를 장기무역지대화하기로 결정,통일그룹측과의 합작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있다.
문교주는 이밖에도 김주석과의 면담석상에서 자신의 고향인 평북 정주를
성역화,세계각지 통일교신자들의 "성지순례"코스로 삼을 경우 연간
10억달러이상의 외화소득은 무난하다는 "조언"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그룹 정전명예회장의 경우 김강산개발합작합의가 아직 유효한것으로
알려져있다. 북한은 이처럼 3명의 대기업총수를 불러들여 각각 다른
분야의 합작을 논의한것이다.
건설을 간판으로하는 현대,무역과 경공업에 강점을 지닌
대우,기계부품분야의 통일은 모두 북한입장에서 합작의 구미가 당기는
기업들이라 할수있다.
재계관계자들은 북한당국이 이같은 업종별 기업분할활용전략과 더불어
남한기업을 지역별로 분산 배치,특정지역에 복수의 남한대기업들이
무더기로 들어와 북한주민들을 혼란케하는 일은 절대 피할것으로 보고있다.
"현대=금강산,통일=선봉,대우=남포"식으로 한계를 그을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주석이 다소 위험부담을 무릅쓰더라도 그가 원하는 투자의 신속한
결단을 내릴수있는 "대기업총수"만을 초청한 선례로보면 이필곤부회장등의
방북은 예외인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삼성 럭키금성이 모두 총수가 전면에
잘 나서지 않고있으며 이필곤부회장은 삼성의 간판경영인으로,구평회회장은
그룹총수의 숙부로서 모두 충분한 권한이 부여될수 있다는 점을 북한측도
감안한것같다.
재계안팎에서는 그러나 대기업총수급들의 이같은 경쟁적인
방북추진움직임이 북한의 "통일전선전술"에 역이용당할 위험이 있다며
우려하기도 한다. 요즘 북한이 추진하고있는 "개방"이 소 동구나
중국에서처럼 "경제회생"이 아닌 "체제수호"에 보다 주안점을 두고있다는
북한전문가들의 분석과도 맞물려 주목되고있다.
기업들로서는 물론 북한행을 서두를수밖에 없는 절박한 사정이 있다.
국내제조업경쟁력의 약화로 해외투자진출에 나설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마지막남은"북한을 지척에 두고 진출의 기선을 다른 경쟁기업들에
빼앗길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일본기업들이 섬유등 경공업을
중심으로 북한에 대거 투자진출,기반을 잡아가고있다는 점도 우리
재계총수들을 조급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정부는 북한의 통일전선전술을 경계,대기업총수들의 경쟁적인 방북을
"교통정리"하겠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재계총수들이
상반되는 "명분과 현실"을 어떻게 조화시켜나갈지 관심거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