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인 유통그룹이야말로 우리회사가 가는 길이다.
이를위해선 첫째 5년이상 한자리에서 똑같은 일을 한 사람들을 새 부서로
옮겨주고,둘째 연봉으로 따져 5백만엔이상 받는 사원은 그에 걸맞는 일을
하고 있는지 사장이하 전원이 체크하며,셋째 주3일휴무제를 실시토록 한다.
국제적인 유통그룹과 이같은 경영방침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물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내개혁없이 국제화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것이 아니다"
89년1월1일 오후1시. 야오한사 와다회장은 느닷없이 부장급이상 간부
를 불러모아 이같은 "회사탈바꿈정책"을 밝힌다.
일년지계는 정월초하룻날 세운다지만 아무튼 신년벽두부터 회사를 긴장시킨
것에 틀림없다.
야오한사는 시즈오카(정강)가 본거지인 중견유통업체. 원래 회사이름은
야오한백화점이었다. 지금은 야오한저팬사로 개명한 기업이다.
탈바꿈 정책선언을 전후해 야오한은 급성장 가도를 달린다. 91년
매출액은 4천억엔. 2년전에 비해 배가까이 늘어난 실적이다. 97년엔 매출
1조엔의 꿈을 꾸고 있다.
매출이 늘어난데는 이유가 있다. 90년 21만 였던 이 백화점의 매장면적은
현재 57만 . 해외점포를 중심으로 1년새 36만 를 늘려놓은 셈이다.
우리나라의 신세계백화점본점크기(1만1천4백 )의 점포가 새로 30개생긴거나
마찬가지이다.
일본 최대급 유통업체인 다이에(1백33만 )이토요카당(1백2만 )등이 연간
2조엔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니 야오한이 1조엔의 목표를 잡은 것은 극히
자연스런 일이다.
야오한의 글로벌 전략은 단순히 해외 점포망을 확충하는데 있지 않다.
본사를 아예 일본국외(홍콩)로 "추방"할 정도로 국제화가 진전된 기업이다.
게다가 회장과 그 가족까지도 홍콩으로 이사를 가 버렸다. 최고 경영자가
본국을 떠나 해외에서 경영전반을 살피는 일은 전대미문. 이 정도의
"이색기업"이 야오한이다.
이회사가 꿈꾸고 있는 국제적인 유통망도 특이하다. 세계 각국에 모두
점포를 깔겠다는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아시아 중심의 유통네트워크를
형성하겠다는 것이다. 여느 회사의 생각과 이 점에서 차이가 난다.
홍콩을 본사로하여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대만 태국등 동남아
국가와 중국을 집중공략하고 있다. 야오한은 특히 외국인 유통업체로선
처음으로 작년 9월 심 에 1호점을 오픈한데 이어 1억달러 규모의 상해점
개설계획도 밝히는등 화제를 모으고 있다.
동남아 국가와 중국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왜 하필이면 일본의 많은
기업들이 철수하고 있는 홍콩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21세기엔 아시아 시대가 도래하고 그중에서도 중국은
특히 "태풍의 눈"이 되고 있으며 홍콩은 이 중국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등을 강하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의 1인당 GNP(국민총생산)는 3백달러수준에 불과하다. 다른
나라 백화점이 들어가 장사를 하기엔 아직 이른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중국은 땅덩어리가 그렇게 넓고 인구가 13억명이나 된다.
이런 나라를 전체 평균값으로 싸잡아 논하는 것은 잘못이다. 지역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는 말이다. 1인당 소득만 하더라도 중국 남해안 도시는
대부분 1천5백달러를 넘어서 있다. 경제특구 심 은 3천달러나 된다.
"백화점 장사는 1인당 소득이 1천5백달러에서 1만달러로 증가하는 동안에
가장 큰 재미를 볼수 있다"(와다회장)
동남아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의 투자패턴으로도 이같은 추세를 읽을 수
있다. 대부분 아시아를 떠도는 "집시기업"들이기 때문이다. 외환의
이점과 값싼 노동력을 찾아 이나라에서 저나라로 이사를 다니는데 이골이
난 회사들이다.
이 집시기업들에 정착터를 제공할수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그럴경우
중국은 고용이 늘고 소득이 올라간다. 달리 표현하면 구매력이 높아진다는
얘기이다. "아시아 전략의 요충지로 홍콩을 택하고 중국시장에 21세기를
거는 야오한의 꿈"(전도정일부사장)은 이에 근거한 것이다.
더구나 동남아 국가와 중국엔 대규모물류기구가 존재하지 않는다.
도매업도 그렇고 소매업도 다를바없다. 유통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처녀시장에 가깝다. "세계인구 4명중 1명은 중국인이다. 이들에
밀착키위해 유통업체가 중국과 동남아에 미리 투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와다회장).
화교상권에서도 승부를 걸겠다는 일본상인의 자신에 찬 모습을 엿볼수
있다. 물론 이 자신감 이면에는 정월초하룻날에도 회의를 하는등 회사를
탈바꿈시키려는 "야오한의 인재"가 있다. 이삿짐을 싸들고 해외현장에
나가 사는 최고경영자의 결단력과 "곤조"(근성)도 무시할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