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고도성장을 질주하고 있을때 "뛰면서 생각한다"는 말이
유행했었다. 스페인사람은 무조건 뛴 후에 왜 왔는가를
생각하고,프랑스사람은 갈것인가 안갈것인가를 곰곰 생각한후 결론이 나면
뛰어가고,영국사람은 천천히 걸어가면서 생각한다는 말이 있다.
한국사람은 뛰면서 생각했기 때문에 다른 선진국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해낸 경제개발을 단시간내에 이룩한 압축성장이 가능했던 것이다. 물론
뛰면서 생각한 것이어서 그 생각이 불충분하여 잘못된 것도 있었다.
그럴때면 시행착오를 수정하면서 또 뛰면서 생각했다. 이것이 한국경제의
눈부신 발전을 일구어낸 학습곡선이었다.
뛰면서 생각했다는 것은 숨쉴사이없이 바쁘게 열심히 일했다는 의미이고
한국인이 이 메마른 땅과 중동의 열사에서,그리고 세계방방곡곡의 시장과
심지어 외국의 전쟁터에서 다른나라 사람들보다 더 피나는 땀을 흘렸다는
얘기이다. 거기에는 가난에 대한 원한같은것,더이상은 낙후되어 나라를
뺏기는 일이 있어선 안되겠다는 처절한 결의같은 것이 뭉클대고 있었다.
경제발전은 이같은 단순하고 솔직한 방정식의 결과였다. 그리고 우리는
무엇이건 할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지금 우리는 방정식은 그대로인데 숫자를 잘못 대입하고 있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있다. 단순하다. "뛰면서 생각한다"는 것 대신 "놀면서
잘살자"는 수치를 넣고있어 등식의 답이 성장대신 심체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을 따라잡는다고 하면서 뛰지 않으면 어떻게 거리를 좁힐수
있는가. 거리는 더 벌어지면서 우리보다 더 뛰는 다른나라 사람들에게
추월당할 형국에 우리는 위치해있다.
어느회사 사장이 한국경제의 답답한 사정을 호소해온 글을 인용해보자.
"노는 날이 일요일+공휴일+투표일+년차휴+월차휴+생리휴+개인사정+
예비군훈련+민방위에다 1주일연속 노는 날이 신정+설날+하기휴가+추석
+예비군동원훈련등이니 언제 일합니까"
여기에다 주당근로시간을 성급하게 단축하여 우리 무역적자의 대종을
이루면서 수입한 시설재들이 쉬는 시간이 많으니 국제경쟁력과 무역균형을
어떻게 이룰수 있느냐고 한탄이다.
캘린더에 표시된 노는 날과 회사마다의 노는 날은 각기 다르므로 이
사장의 호소가 모든 사업장에 그대로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
분위기는 옳게 지적했다고 볼수있다. 또한 근로자들이 더 많은 휴식과
여가를 즐길수있게 하는 것은 나무랄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 경제수준을
능가하는 오버페이스가 문제다. 선진국수준에 이르려면 아직 멀었는데
노는것을 선진국수준으로 한다면 그 경제가 저절로 선진국수준이 되는
것인가. 이것이 우리의 자가당착이다. 생산에 골몰해야할 시점에서
소비와 여가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 우리 모두가 자초하고 있는
경제불안이다. 설날연휴에 하와이를 여행한 사람의 말에 따르면
호놀룰루에서 하와이섬으로 갔다 오는 어느 비행기의 탑승객 3백명가운데
2백명이 한국인이었다고 한다.
경제발전의 결과라고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아직은 지나친 호강이
우리경제를 좌초시킬지 모른다는 겁부터 나는 것이다. 땀흘려 일한
무역흑자를 바탕으로 땀을 식힐 더 많은 해외여행의 관광수지적자가
바람직한 것인데 엄청난 무역적자에 관광수지 적자까지 내면 무슨 수로
우리경제를 지탱할 것인가.
우리는 미국의 소비문화를 항용 거론한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도
세계최고수준의 노동생산성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지난 30년간 일본의
노동생산성이 미국의 2배속도로 향상되어 90년현재 미국의 81%수준에
이르렀으며 95년에는 미국을 능가하게 될것이 문제다.
미국은 소비가 생산을 앞서 저축률이 8%선에서 3%로 떨어져 경쟁력을
잃고 있는 것이다. 생산성수준이 형편없는 한국이 일본을 배우지 않고
미국을 흉내내고 있는 것이 탈인 셈이다. 일벌레라는 일본근로자들은
국제적 비난때문에 연간잔업시간까지도 규제되어 있지만 화이트칼라들은
하루 몇시간씩 무보수의 서비스잔업을 감독관청을 속이면서까지 솔선하여
하고있다. 이것이 일본경쟁력의 원천이다.
우리는 1년에 "까치 까치 설날은."을 두번씩이나 하게끔 캘린더에
표시한 혼란과 여가조장의 제도부터가 문제다. 1년을 언제 출발하여
어떻게 설계하라는 것인가. 분명 양역에 따라 살수 밖에 없는데 중간에
설잔치를 또 하게하여 국력낭비를 하는 꼴이다.
국가의 여러 정책간에는 정합성이 있어야 한다. 한쪽에선
국제경쟁력강화를 외치면서 다른 한쪽에선 결과적으로 노는 풍토를
조장하는 공휴일지정을 예사로 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수 없다. 우선
다가오는 총선일은 공휴일로 지정하지 말기를 바란다. 일요일에 하거나
평일에 각자가 근무시간의 틈을내서 투표할수도 있을 것이다. 하루를 쉽게
버리면 또 다른 하루하루도 쉽게 버릴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에겐
금쪽같은 시간들이다. 오죽했으면 고속성장기에 뛰면서 생각했겠는가.
오늘 우리는 구정연휴기분을 씻어내고 새 한주일을 시작한다. 올년초의
두차례 연휴는 기왕지사이고 이제부터라도 남은 한해를 일에 몰두하자. 일
안하고는 활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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