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과 국제수지균형 그리고 고도성장은 어느나라에서나 추구하는
정책목표다. 그러나 이 세가지 목표의 동시달성은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세가지목표간에는 상충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의 목표를 달성하려 하거나 달성되면 다른쪽의 목표는 희생되게
마련이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각목표를 어떻게 조정할것인가,또
어떤목표달성을 우선시킬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이러한 선택과 관련한 한은의 보고서는 우리에게 많은점을 생각하게 한다.
한은은 물가와 국제수지를 만족스러운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달성가능한
적정성장률(잠재성장률)을 추정했다.
이에 따르면 89년부터 91년2.4분기까지의 잠재성장률은 경상수지
균형조건을 만족할 경우에는 6. 8%,경상수지적자가 GNP(국민총생산)대비
1%인 경우 7.2%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기간중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6.87%였는데 비해 실제성장률은 8.2%였다.
따라서 실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크게 웃돌게됨으로써 이것이 최근
몇년간의 인플레와 국제수지적자폭 확대의 요인이라는게 한은의 분석이다.
또한 잠재성장률이 최근으로 올수록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같은 분석결과는 우리에게 몇가지 교훈을 던져주고있다. 즉
능력이상의 고성장은 마라톤에서의 과속질주(오버페이스)와 같이 좋지않은
부작용을 남긴다는 것과 빨리 달릴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실제성장률이 잠재 또는 적정성장률을 웃돌 경우 물가는 뛰고
국제수지적자가 늘어나게 되는것은 정책목표간의 상충관계가 존재한다는
데에 연유한다. 그러나 실제성장률을 잠재성장률에 맞춘다고 해서 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선진국으로 발돋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선진국보다 훨씬
빠른 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루어내야 한다. 빠른 성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일이다.
최근 통계청이 분석한 세계속의 한국위상을 보면 선박건조실적과 가전기기
생산은 세계2위,합섬4위,전자6위,시멘트.철강은 7위,자동차는 10위를
기록하고 있다.
기술수준은 비교되지 않았으나 생산규모로 볼때 대단한 수준으로
선진국문턱에 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기술및 인력개발투자가 뒷받침된
잠재생산능력이 확대되어야 한다.
우선 잠재성장능력을 키우기에 앞서 단기적으로는 물가안정과
국제수지적자폭의 축소에 부합되는 성장목표를 설정하여 안정을 다지는
일이 중요하다.
이와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잠재성장능력을 키우기 위해 기술및
인력개발투자와 사회간접자본을 지속적으로 확충해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계속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잠재성장률에다 실제성장률을
맞추려고 한다면 한국경제의 선진국으로의 도약은 불가능해진다.
잠재성장률이 계속 하락하는 추세를 보인다는 것은 경제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성장여력이 점차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는 종착점없는
마라톤에 비유할수 있다. 따라서 자기능력 범위내에서 적정한 속도로
달려야 한다. 그리고 계속 달린다고 하더라도 힘이 빠져 속도를 급격히
늦추는 상황은 미리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달리면서도 더 빨리 달릴수 있는 힘을 축적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경제가 계속 성장할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와야 하는가.
어떤 사회든 그 사회의 총체적 생산능력은 노동력 자본설비 사회간접자본
기술 자연자원등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러나 이들 요인은 경제발전수준에
따라 경제성장에의 기여도가 달라진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한단계 뛰어 오르려면 현재와 같은 기술과
노동력,그리고 사회간접자본으로는 안된다. 따라서 기술및 인력개발투자와
사회간접자본확충이 요구되는 것이다. 낡은 무기와 작전으로 과거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 전쟁에 이길수 없는것과 같은 논리다.
막대한 무역적자와 물가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가 실컷 놀면서
일손이 부족하다고 외국노동력 수입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자원의 제약을
생각않고 온갖 사업을 벌여 건축자재파동과 인력난을 겪었고 이로인한
인건비상승을 경험했다. 그런데도 또다시 건설경기과열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것은 정책당국이 거시경제정책을 잘못 운용하고 있는데서
오는 결과다.
그동안 우리는 연간 약40만명으로 추산되는 인력에 일자리를 주기위해
높은 성장률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왔다. 고용증대처럼 중요한
복지정책은 따로 없다. 그러나 87년 하반기부터 91년 상반기까지의 실제
실업률은 2. 86%로 이는 완전고용이나 다름없다.
이제는 단순한 일자리증가보다 일의 질을 선진국을 따라 잡을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데에 초점을 맞추어 성장여력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한국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