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종합상사의 한 홍콩지사 주례회의 Y과장이 환율동향을 보고하고
있다.
"지난주 중국원화(인민폐)의 달러당 공식환율은 5.4369원이었고 북경 상해
심 등의 스와프센터 외환시장환율은 5.8원내외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계약체결때 가격조건 쿼테이션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Y과장은 원화의 움직임을 표시한 차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을
이었다. 원화의 환율이 어떻게 될것인지를 전망해달라는 질문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9일 대달러환율을 평가절하한이후 공식발표는 없었지만 작년
연말께부터 소폭적이나마 단계적인 평가절하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공식환율을 외환시장환율선으로 가져가려는 것으로 예상되며 궁극적으로는
달러당 8원정도로 해서 원화와 홍콩달러를 비슷한 가치로 만들어 태환성을
부여하려는 것으로 전망됩니다"
홍콩지사에 근무한지 4년. 자금담당을 맡고있는 Y과장은 원화뿐만아니라
달러화 대만원화 홍콩달러등의 환율변화를 모니터하는 것이 주요업무중
하나이다. 환율의 움직임은 수출입뿐아니라 해외투자에도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Y과장이 잊지못하는 일이 하나있다.
홍콩으로 왔던 88년7월. 당시 달러당 3.72원선이던 원화가치가 갑자기
평가절하되면서 대중수출계약의 취소사태가 일어났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서 중국측 수입업체들의 자금부담이 무거워져 계약을 해놓고서도
수입신용장을 열지못하는 일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원화가치가 어떻게 움직여왔는가를 주시하고 모니터해왔다면 어느정도
사전예측이 가능하고 수출계약이 취소되는 일은 미리 막을수 있을
것이라는게 Y과장의 아쉬움이다.
국제적으로 태환이 되지않고 한국으로서도 지정영수통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원화환율의 움직임에 대해 지금까지 큰 관심을 두어오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간의 무역이 90년의 38억달러에서 지난해 50억달러
규모로 확대되고 있는데다 투자역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면 원화환율의
움직임을 주시해야할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있다.
중국은 현재 7%선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무역흑자가 계속돼
외환보유고도 4백억달러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은 이같은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대외지향형성장을 밀고 있으며
지난1월18일에는 공식환율 외환시장환율 또는 암시장환율등 복잡한
환율체계를 하나로 단일화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12월1일 중국국가외환국은 개인이 외환시장환율로
달러를 바꿀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치도 내놓았다.
베어링 시큐어리티스(홍콩)의 이론 무스카트사장은 개인의 달러환전허용
조치가 외화태환권(FEC)을 대신하여 전반적인 태환의 길을 열어놓은
것으로 보고 올연말께는 환율의 단일화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있다.
원화의 움직임이 한국의 대중경제관계에 미칠수 있는 영향은 무역과 투자
두가지 분야에서 생각해볼수 있다.
원화가치절하는 대중무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된다.
수출이 더 어려워 질것이라는 전망이다. 구매기관이나 엔드 유저들이
더많은 자금부담을 지게되어 불요불급한 제품의 수입을 억제할것이고
따라서 수출이 어려워지리라는 지적이다.
수입가격은 유리해진다고 보고있다. 그러나 수입가격의 인하효과는
반드시 좋은것이라고 생각할수 없다는 이야기다. 원유 석탄 또는 여타
원자재의 수입가격인하는 바람직하지만 다른 공산품 또는 경공업제품의
수입값 인하는 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상실 도산등 사회문제로 번질 우려가
없지 않다는것이다.
대중국투자에는 단일환율제도가 플러스요인이 될것으로 보고있다.
시장가치를 반영하는 환율의 적용을 통해 경영상의 예측이 가능해질
뿐아니라 중국내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마련의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대중투자의 경우 환율이나 전체 교환의 비율을 중국측 파트너에게
협상조건으로 내놓고 유리하게 만들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중국에 투자한 K씨는 외화의 70%이상을 공식환율보다 높은 외환시장환율로
바꾼다는것을 계약조건에 넣음으로써 현지종업원의 임금지불 또는 현지
부품구매에 상당한 환차익을 누리고있다.
"원화의 움직임을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지금으로서는 원화가
태환성이 없고 중국정부가 인위적으로 원화를 고평가 조작해왔으나
앞으로는 단일환율로 가고 시장가치에 맞추어 나갈것이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한국은행홍콩사무소 이경학조사역의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