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의 실세금리가 예상외로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일부금융기관
들은 일시적인 여유자금의 수요처를 찾지못해 자기금고에 넣어두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같은 자금경색의 완화는 정부가 금리하향안정과 자금흐름의
개선을 역점시책으로 들고나온 이후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 관심을 끈다.
"금융시장의 구조적 안정인가,아니면 일시적 현상인가" "금리는 어디까지
떨어질 것인가" "정부의 정책의지가 효과를 볼것인가"등이
주요의문사항으로 남는다.
더구나 예년의 경우에도 최소한 1 2월중에는 비교적 자금사정이 좋았던
추세에 비춰보면 금융시장의 구조적 안정을 점치기엔 이른감이 없지않다.
특히 계절적으로 자금성수기에 접어들고 총선이라는 변수까지 기다리고
있는 3월이후에도 최근의 금리안정세가 이어질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대해 금융계및 재계가 예상하는 금융기상도는 당분간 "맑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러한 낙관적인 전망을 내리게된 배경으로는 우선 예년에 비해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급격히 줄어든데다 자금조달경로도 중개어음의 활성화등으로
은행권이외의 비중이 상당히 커져 다변화되고 있다는 점을 꼽을수 있다.
여기에 극심한 침체를 거듭해온 증시의 회복조짐이 현재의 추세대로
진행될 경우 자금시장경색을 다소 완화시키는데 상당한 몫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있다.
물론 현재의 자금시장안정을 되찾게된 배경중의 하나가 작년말 5조원이상
풀려나온 재정자금등으로 시중유동성자체가 풍부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는 정부의 통화긴축이 이뤄질 경우 또다시 불안상황이 나타날 소지도
있으나 자금가수요현상이 현격하게 줄어드는등 자금수요면에서의
구조적개선이 상당히 진행되고 있어 낙관해도 좋다는게 금융계의 분석이다.
특히 2조원가량의 부가세를 내야하는 지난1월25일부터는 외국은행들조차
단기여유자금을 굴리기 위해 콜자금을 연12%의 낮은 금리로 내놓는가 하면
단자사들은 우대금리인 연16.9%로 어음할인하겠다고 밝혀도 빌리지
않겠다는 기업이 적지 않은 편이다.
또 대기업에 각광을 받아온 중개어음시장에도 A급어음의 자취가
사라져버렸다.
한계기업들을 제외한 대다수 기업들이 적어도 올1.4분기중 필요한 자금을
중개어음등을 통해 이미 확보해 놓았기 때문이라는게 단자업계의 분석이다.
때문에 금융계는 시중금리의 추이가 당분간 하향안정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있다.
회사채수익률의 경우 지난1월말 연16.90%까지 내려가 지난 90년9월이후
16개월만에 처음으로 17%대 밑으로 내려갔으며 통안증권수익률도
연15.15%를 기록,16개월만에 최저수준을 보였다.
채권유통수익률의 이같은 하락세는 2월들어서도 계속될 것이라는게
금융계의 전망이다.
금융기관간 단기자금사정을 가리키는 콜금리도 1월말 연13.93%(단자사간
1일물기준)로 안정세를 지속하고 있다. 작년말 연18.5%까지 치솟았던
CD(양도성예금증서)유통수익률도 1월하순들어선 연16.35%로 내려앉았으며
사채금리 또한 월말들어 다소 상승,A급어음의 경우 월1.77%를 기록했으나
작년말보다는 0.1%포인트이상 떨어진 수준을 보였다.
시중금리의 이같은 안정세가 설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은 각계의
일치된 견해로 나타나고 있다.
자금수급관계를 살펴봐도 당분간 금리안정을 기대해도 좋다는 분석들이다.
우선 수요측면에서 기업쪽의 자금수요가 계절적으로 그리 많지 않은
편이며 민간부문에서도 대학등록금등 학자금 1조원 소득세등 각종 세수가
7천억원 신도시아파트 청약금 2천1백50억원등을 꼽을수 있으나 이정도는
평월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볼수있다.
또 자금흐름개선을 위한 금융당국의 여신관리 강화조치로 기업의
자금수요를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수 있다.
반면 공급측면에서도 금융기관의 꺾기감소등으로 당국의 총통화(M )관리에
융통성을 발휘할 여력이 커진데다가 시중금리추이에 따라 신축운용하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럭키금성상사의 자금담당책임자는 "올들어 크게 좋아진 자금사정은
2월들어서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질금리가 작년보다 1
1.5%포인트 떨어졌다"고 말했다.
금융계의 시각도 업계쪽과 비슷하다. 서울신탁은행 장만화상무는 "월말및
설날 자금수요도 생각보다 많지 않은 점에 비추어볼때 기업들이 필요한
자금을 확보한 느낌을 받고있다"며"콜등 단기금리가 2월에 들어서도
안정세를 보일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총선에 따른
각정당의 공천자가 확정된 이후 후보들이 미리 준비한 선거자금을 인출할
것으로 보여 차입수요보다 예금인출로인한 은행권의 자금부족현상이
빚어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대한투자금융의 백종민이사도 "대기업들이 중개어음을 통해 2조원이상의
자금을 조달했으며 이로인해 기업의 자금사정은 좋은 편"이라고 진단하면서
"금리인하를 위한 제반여건이 조성되고있어 향후 채권수익률등 시중금리는
더 떨어질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올들어 계속되는 시중금리의 하향안정세가 3월이후에 다소
주춤하리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편이다.
단자사 관계자들은 대기업중심으로 중개어음을 통해 3 6개월짜리인
비교적긴 자금을 조달한 점을 들어 계속 호전될 것으로 점치고 있으나
대부분 기업이나 은행권 관계자들은 반대의 입장을 보이고있다.
한 종합무역상사 관계자는 3월에 접어들면 지난해말 발행한 중개어음의
만기가 돌아오기 시작하고 전환단자사들이 3조5천억원의 여신을 축소하는등
금융시장 여건과 기업들의 본격적인 자금수요가 일어나기 시작하는 점을
꼽으면서 다시 어려워질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뿐만아니라 3월총선과 관련,통화긴축이 강화될 경우 기업자금사정은 다소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많은편이다.
어쨌든 2월 한달동안의 시중금리는 하향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금리인하와 금융시장 안정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자금수급면에서의 일관된 정책기조유지와 기업들의 내핍경영이 어느때보다
절실하다는게 관계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송재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