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미국 기관투자가들이 국내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는 루머가
나돌았다.
수일전부터 외국인의 매수주문량이 급격히 줄어들며 종합주가지수
600선붕괴의 위기감마저 감돌던 증시는 이날 미기관개입설로 일시에
상승기조로 반전됐다.
이후 일본기관 상륙설에서 부터 오일달러 유입설까지 갖가지 루머가
끊임없이 흘러나왔으며 그 진위여부에 관계없이 투자심리를 크게 호전시켜
연초대비 9.0% 상승한 선에서 1월장을 끝냈다.
주식시장개방의 덕을 톡톡히 본셈이다.
시장개방의 가장큰 선물은 역시 주가상승이다. 외국인이 몰려온다는
사실만으로 투자붐이 되살아났고 실제로 외화자금유입과 함께 매수세가
강화되면서 증시수급구조가 "사자"우위로 개선됐다.
올들어 국내시장을 개방한 이후 1월말까지 주식매입용으로 들어온
외화자금규모는 3천2백75억원(4억3천1백만달러)으로 당초 예상을 훨씬
웃도는 금액으로 평가되고있다.
또 이기간중 외국인은 3천1백58억원상당의 국내주식을 산 반면 매도규모는
4백50억원에 그쳐 순매수금액이 2천7백억원을 넘어섰다.
미국및 일본투자자들이 관망세를보인 반면 영국및 홍콩계가 개방붐을
조성하는데 큰 역할을 했으며 외화자금중 절반이상인 1천8백30억원이
영국에서 유입된 사실이 이를 말해주고있다.
시장개방이 국내증시에 미친 또다른 영향은 투자종목 선정시 내재가치의
중요성을 깊게 심어준 점이다.
이전까지는 주로 동일업종내에서 상대적으로 값이 싸면서도 유동성이 큰
종목투자에 익숙해온 국내투자자들의 마음속에 소위
저PER(주가수익비율)혁명을 일으킨 것이다.
이밖에 재무부측은 4억달러이상의 외화가 들어오면서 환율안정에 기여를
한점도 시장개방의 순기능중 하나로 꼽고있다.
그러나 시장개방의 역기능도 만만찮게 나타났다.
외국인의 주식거래동향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주가의 극심한
일교차현상이 벌어졌고 마침내 주가사대주의란 용어까지 등장했다.
특히 개방초 주가상승기조를 주도했던 저PER종목들의 경우 보유물량이
거의없던 일반투자자들은 외국인의 거래만 방관자처럼 지켜봤을 뿐이며
이결과 거래종목선정과 매매지점포착에 큰 혼란만 주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더욱이 개방전부터 거론됐던 국부유출의 우려도 현실로 나타났다.
주식매입용으로 국내에 들어왔던 외화자금중 개방 한달만에 벌써
1백15억8천만원(1천5백20만달러)이나 본국으로 과실송금되었기 때문이다.
이 송금분은 외국인들이 주로 사들였던 저PER종목들의 주가가
매물기근속에 큰폭 상승했다는 사실을 감안할때 단기간 매매차익을 남긴
돈일 가능성이 크다.
어쨌든 시장개방이 순기능과 역기능의 양면성을 모두 드러낸채 1개월이
흘렀다.
지난달 31일현재 외국인들의 주식매수여력은 고객예탁금 91억원,외화잔고
1백28억원등 2백50억원 정도에 이르며 이달 1일 미국의 연.기금이
국내주식매수에 착수,외국인 매수세를 한층 강화시키고있다.
이달중 미국계 시티코프 서울지점이 영업을 시작하면 여타
미기관투자가들도 서서히 밀려들어올 전망이다.
또 세금문제나 금융제도의 차이등으로 관망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자금의경우 우선 신한증권등을 통해 재일교포돈을 흡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있고 쿠웨이트등은 정부차원에서 한국증시진출을 타진하고 있어
외국자금유입은 지속될것으로 관측된다.
증시전문가들은 현분위기를 감안할때 금년말까지 국내에 유입될
외화자금규모를 2조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으며 지난3년간의 침체국면을
탈피하는 호기가될것으로 낙관하고있다.
그러나 국내투자자들은 지난 한달간 나타난 뇌동매매성격의 투자 성향에서
벗어나 외국인투자기법을 국내증시여건에 잘 흡수시키는 슬기로움이
요구된다고 충고한다.
동시에 금융당국도 외화유입자금규모가 급증하는데 따른 인플레유발이나
환율불안정,그리고 지나친 국부유출등에 세심한 신경을 쓸때라는 지적이
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