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하나의 거대한 기업이다. 전국 어딜가나 공단이 조성돼 있고
기업들이 깔려 있다. 80만개의 중소기업들이 국토를 덮고 있다.
대만기업의 98%가 중소기업이다. GNP(국민총생산)의 90%,수출액의 70%가
이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은 개미군단이다. 일밖에 모른다.
국토면적은 남한의 3분의1,인구는 절반밖에 안되는 나라지만 우리경제를
능가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백3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냈지만 우리는
반대로 1백억달러에 육박하는 적자를 보았다.
비결은 간단하다. 알토란같은 중소기업들이 대만경제의 주춧돌역할을
하고있기 때문이다.
"완전자유경쟁원칙아래 중소기업들이 탄생,경쟁력을 강화해왔기때문에
똑같은 품질의 물건이라면 대만제가 세계에서 가장 쌉니다"
경제부 중소기업처의 간세웅국장은 "대만에서 만들기 시작하면
다른나라에선 그 물건 만들기를 포기해야 한다"고 귀띔한다.
패션감각이 뛰어난 이탈리아사람들도 대만인들에겐 혀를 내두르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만든 고급신발이 시장에 선보이기 무섭게 똑같은 대만제가
나온다. 그것도 훨씬 싼 가격으로. 상표는 모방을 안하지만 모양및
품질은 빼어닮았다.
이렇게 똑같은 제품이 값만 싸다고 인기를 끄는것은 아니다.
그 원인은 술집에 가보면 금방 알수있다.
대만술집에선 시중드는 아가씨들이 10 20분 간격으로 바뀐다. 2시간정도
술을 마시면 10여명이 들락거린다. 마음에 드는 파트너를 그중에서
고르라는 무언의 암시다.
이는 곧바로 중소기업의 장점과 연결되는 것이다. 널린게 기업이니
당연히 품종도 다양하다.
신발하나만도 다품종이다. 신발업체가 2천3백개가 넘는다. 우리는
3백여개에 불과하다.
그래서 바이어들은 한국으로부터 대만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한
업체가 한개씩만 신제품을 내더라도 2천3백개다. 바이어입장에선 싼값에
"다품종 소량"으로 신발을 구입해갈수 있다. 구태여 여러나라를 돌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대만은 종합상사가 없어도 수출을 잘한다. 셀러가
찾아나서기전에 바이어가 먼저 찾아오는 나라는 대만밖에는 없는것 같다.
대만중소기업의 실체를 한꺼풀 더 벗기면 "수출신화"의 해답은 더
명확해진다.
"대만기업은 보기에는 중소기업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거대한 그룹이지요"
간국장은 "완전한 "위성공장제도"가 수십 수백개 모여 실제로는 하나의
대기업을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만에선 "수평분업"을 위성공장제도라고 부른다. 우리와 같은
수직분업은 찾아볼수 없다. 그래서 협력업체나 하청업체라는 단어도 없다.
수평분업은 모두가 동등한 입장이다. 대기업을 부문별로 나누어 각자
독립채산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만의 자이언트사(거대기계공업사)는 세계에서 자전거를 제일 많이
수출하는 전문회사다.
2백여개 회사와 수평분업관계를 맺고 있다. 이들 회사는 적게는 3
4명에서 많게는 1백여명의 종업원을 갖고 있는 중소기업들이다.
이들중엔 똑같은 종류의 부품을 만드는 회사들도 있다. 같은
부품일지라도 한회사에서 가져오지 않는다.
이들 기업끼리 경쟁을 시키는 것이 첫째 이유이며 같은 부품이라도 고급품
저가품등 바이어의 요구에 따라 품질다양화를 시키기위한 것이 둘째이유다.
이렇게 세분화돼 있으니 바이어가 제시하는 가격에 제품단가를 맞출수
있는 것이다.
자이언트사(본사 대중)는 차체(몸통) 체인 변속기 스포크(바퀴살) 타이어
손잡이 페달등 주요부품의 구입처를 전국에 깔아놓고 있다.
변속기의 경우는 천비(대중)일치(대북)용억(대북)등과 분업관계를,페달은
전유(장화)달강(남투)윤기(대중)대아(대남)등과 분업관계를 각각 맺고
있다.
이에따라 변속기나 페달종류가 1백여종이 넘는다.
그래서 바이어가 원하는 제품의 견본을 하루 이틀이면 만들수있다.
포장은 포장전문업체,인쇄는 인쇄전문업체로 분업이 돼있다. 모든
부문에서 원가를 절감할수 있는 분업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것이다.
각 부문을 맡고있는 중소기업들은 오로지 그일에만 전력투구,기술축적이
돼있는 상태다. 결국 자전거 한대 만드는데 이들 기업의 기술축적및
원가절감노력이 집약되는 것이다.
"대기업종업원들은 회사오너를 위해 일한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지만
대만인들은 하나 하나 분리된 기업의 주인이므로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도
더 열심히 일하게 되지요"
경제부 중소기업처의 노입원전문위원은 "이 시스템이야말로 대만의
국제경쟁력을 지탱하는 힘"이라고 강조한다.
<최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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