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신부 전파관리국 직원들은 요즘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열기에
가득찬 모습들이다. 하루중 대부분의 시간을 회의와 보고로 채우고 있으며
밤10시가 넘어야 사무실을 나선다.
수용한계에 와있는 아날로그 이동통신시스템에 이어 새로운
기술발전방향을 짜느라 여념이 없어서이다. 더구나 내달초 공고할
제2이동통신사업자의 신청허가서에 기술방식조항을 넣어야할 처지여서
막바지 작업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박영일통신정책심의관은 제2이동통신사업자선정과 관련,"사업자심의를
다룰 통신위원회구성도 거의 마무리단계에 와있고 심의기준의 초안도
완성단계에 있다"며 전파관리국이 기술방식을 내놓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이동통신에서 쓰고있는 아날로그시스템은 거의 수용한계상황을
맞고 있다. 수도권의 이동전화가입자가 이미 11만4백명을 넘어
A밴드수용용량 11만 13만명에 거의 육박,오는 3월이후면 포화상태가
예상되고 있다.
이회사에 B밴드까지 쓰도록할 경우 수용용량은 22만 26만명정도로
늘어나나 93년말이면 그것도 꽉차버린다. A.B밴드와 확장대역 모두를
사용하더라도 가입자 수용한계가 27만 32만명에 불과해 94년 5월께면
가입자를 더이상 수용할수 없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체신부는
94년말이면 이동전화가입자가 37만명정도 될것으로 보고있다.
무언가 새로운 기술방식이 도입되어야 할 입장이다. 체신부는 이에따라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가 디지털이동통신시스템을 개발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모두 4백41억원을 투입하는 이프로젝트는 지난89년 시작해 94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있다.
ETRI는 차세대기술방식인 디지털시스템개발을 위해 미국퀄컴사와
공동개발을 추진중이다. CDMA(코드분할다원접속)방식을 제안한 퀄컴사에
작년8월 1백90만달러를 지원했고 연구원5명을 파견,개발에 참여시키고
있다. 이달말쯤 1천만달러를 더 지원할 예정이다. 국내
이동통신기술방식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발전되어 갈것같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개발계획이 목표로 잡은 94년에 과연 상용화될수
있을것인가 하는점이다. 개발책임을 맡고있는 이원웅ETRI부소장은 "이
프로젝트를 반드시 성공시켜 94년에는 한국형디지털이동통신시스템을
내놓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체신부측은 미국에서의 개발추이등을 볼때 그렇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것으로 보고있다. 체신부가 오는7월 선정할 제2이동통신사업자에게
어떤 기술방식을 채택하라고 자신있게 밝히지 못하는 고민도 바로
여기에있다.
체신부는 현재 2사업자기술방식문제를 놓고 세가지방안을 신중히
검토중이다. 첫째 기존의 아날로그방식,둘째 TDMA또는 CDMA중 하나의
디지털방식,셋째가 아날로그방식과 디지털방식 모두에 대한
시스템설치계획을 요구한다는 내용이다. 체신부 고위당국자는
현재입장에서는 셋째방식이 가장 그럴듯하다고 밝히고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가 없는것은 아니다. 2사업자는 아날로그시스템을
준비할것으로 보여 막상 서비스에 들어갈 93년말이나 94년초가 되면
한국이동통신의 아날로그방식만으로도 포화상태가 돼 2사업자의 수용영역이
그만큼 좁아질수밖에 없는 탓이다. 늦어도 96년까지는 디지털방식이 완전
상용화되기때문에 사업을 시작한지 불과 2년만에 다시 디지털로 바꿔야하는
경제적손실을 볼수밖에 없다. 체신부는 아날로그방식과 함께 준비시킬
디지털방식을 TDMA로 해야할지 CDMA로 해야할지를 아직 확정짓지못해
고민하고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이동통신의 큰줄기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갈수밖에
없을듯하다. 세계적인 디지털기술개발추이와 한국의 능력등 모든 조건을
정확히 진단해 최적합방식을 택해야할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김형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