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은 22일 뉴욕에서 1953년 휴전후 39년만에 처음으로 고위급
회담을 가졌다. 미.북한은 지난88년10월이래 북경에서 비공식 접촉을
19차례나 가져왔으나 이번 회담은 아놀드 켄터 미국무부차관과 김용순
북한로노동당 국제부장간의 회담이었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한다.
이는 미국으로서는 북한측 대표가 외교부관리가 아니므로 공식적인 정부간
회담이 아니라는 종전의 기조를 견지하면서 김용순은 실질적으로 북한의
대외정책을 요리하고 김일성부자에게 직접 보고할수있는 당서기라는 위치에
있다는 함축적 의미를 갖고있기 때문이다. 미국무부는 회담후 양측이
한반도핵문제와 관계개선 가능성에 대해 4시간반동안 진행된 매우 유익하고
건설적인 회담이었다고 논평했을뿐 그내용은 일체 밝히지 않고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것은 미국은 남북한이 지난해말 "한반도비핵화
선언"에 합의한 사실만으로는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했다고 믿을만한
증거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을것이라는 점이다. 북한은 오는29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핵안전협정에 서명할것을 외교부성명을
통해 밝힌바 있으나지금의 상황은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은 선언적
의미이상의 중요성을 부여할수 없는 실정이다.
로버트 케이츠 미CIA국장이 지난주 미상원 청문회에서 증언했듯이 북한의
핵개발문제는 동아시아에 있어서 최대의 위협이 되고있다. 케이츠국장은
북한이 우라늄 생산에서 플루토늄산출을 위한 재처리시설에 이르기까지
핵무기개발에 필요한 모든 기초구조를 갖추고있다고 증언하고있다.
케이츠국장의 증언을 감안할때 이번 미.북한간 고위회담에서 미국은 보다
효과적이며 실질적인 핵사찰방법이 강구되지 않는한 대북한수교를 할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을 것으로 믿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이 핵문제를 갖고 한국의 어깨너머로 미국과의
국교정상화를 꾀하는 것은 역사의 조류를 역행하는 시대착오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북한이 진정으로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비핵화선언"을 성실히 이행하려면 두가지를 포기해야만 한다. 즉
핵무기의 개발과 "남조선혁명노선"의 포기이다.
우리는 이번 김용순국제부장의 대미회담 결과가 김일성부자에게 정확히
전달되어 지난해 남북한쌍방간에 합의서명된 두개의 문건내용이 오는2월에
발효되어 성실히 이행되는 계기가 되어지기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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