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등 독립국가연합(CIS)을 지원하기 위한 국제회의가 2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개막,이틀간의 회의일정에 들어갔다.
이번 회의에는 미국과 EC(유럽공동체)이외에 아시아 걸프지역
남아메리카등 47개국 외무장관등 6백4명의 대표단과
NATO(북대서양조약기구)IMF(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IBRD)등 7개 국제기구
대표자들이 참가,식품 의약품 주택 에너지 기술지원등 5개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논의한다.
구소련해체에 반대하는 중국은 참가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이상옥외무장관을 단장으로 이기주외무부제2차관보
구본영주미대사관경제공사 윤영대경제기획원제3협력관 박영기상공부
북방통상과장 진동수재무부해외투자과장등이 대표단으로 참가했다.
제임스 베이커미국무장관은 21일 이번회의는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있는
구소련공화국들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커장관은 또 이날 하오 이상옥외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대소경제협력경험이 이번회의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게됐다고 지적하고
다른국가들이 원조를 제공하는데 한국의 경험이 크게 이바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상옥외무장관은 이에대해 소련에대한 경제협력자금 30억달러중
15억달러는 이미 집행됐고 나머지 15억달러도 집행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한국의 경험을 회의참가국들에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 중점적으로 논의하게될 지원분야는 식품 의약품 에너지
주택 기술지원등 5개분야이다.
이들5개분야에서 알수있듯 이번 회의에서 논의하게될 원조의 성격은
인도주의적 원조에 국한된다는게 미국무부의 설명이다.
미국무부는 또 이번 회의가 추가지원을 서로 분담,이를 공약하는 회의는
결코 아니며 각국이 현재 하고있는 원조와 앞으로 하게될 원조의 내용을
서로 교환,필요한 곳에 필요한 지원이 이뤄질수 있도록 하는 조정회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회의의 공식명칭도 "새로운 독립국가지원에
관한 조정회의"(coordination conference on assistance to the new in-
dependent states)로 결정됐다고 설명하고있다.
터트 와일러 미국무부대변인은 이와관련,카자흐스탄공화국의 경우
나자르바예프대통령이 직접 식량원조는 필요없다는 점을 통보해왔다고
밝히고 이같은 정보를 교환,각국의 원조를 조정함으로써 원조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이번회의의 목적이 있다고 밝히고있다.
베이커미국무장관이 지난 12월12일 프린스턴대학에서 말한바와 같이
이번회의는 구소련공화국의 점증하는 인도주의적 요구에 대처하기위해
각국이 노동과 책임을 분담하자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같이 단순한 원조조정만을 위해 40여개국에 회의참석
초청장을 돌렸겠느냐는 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않다.
더욱이 아직 원조를 하지않고 있는 나라들이 대거 회의대상에 포함된 것은
아무래도 원조를 분담,이를 책임지도록 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무부는 이에대해 원조능력이 있는 나라는 모두 초청됐다고만 밝힐뿐
원조책임의 의무가 있는 회의는 결코 아니라고 강조하고있다.
미국이 이처럼 회의성격을 원조조정이라고 강조하고 있는데는 그동안
미국이 구소련원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점과 미국내의 어려운
경제사정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있다.
그동안 EC는 1백10억달러를 구소련에 지원한데 비해 미국은 고작
핵무기철거비용으로 4억달러,인도주의 원조로 1억달러만을 지원해
유럽국가들로부터 원조확대를 줄기차게 요구받아왔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실업자가 나날이 늘어나는 마당에 구소련에 대한 원조를 늘릴수도 없는게
미국의 입장이다.
미국이 이번회의의 성격을 인도주의적 원조로 국한시키고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때문이다.
유럽국가들처럼 자금지원을 할수없는 입장에서 미국이 세계리더로서의
자리를 지키기위해서는 회의소집으로 이니셔티브를 구사,리더십을 유지할수
밖에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회의 시작을 앞두고 EC가 미국은 정작 원조에는 인색하면서 생색만
내려한다고 비난,미국과 마찰을 불러일으켰던 것도 미국의 이같은 모호한
태도에 불만을 가졌기 때문으로 풀이되고있다.
따라서 이번회의에서는 기대할만한 결과가 별로 나오지 않을 것이란
성급한 전망도 조심스레 일부에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5개분야별로 실무그룹회의가 진행되고 이 실무그룹회의에서
원조지원에 관한 실천계획(action plan)이 작성될 것이라고 회의관계자들은
얘기하고있다. 실천계획속에는 그동안 경제지원에 참여하지 않았던
걸프만연안국등의 국가들이 원조에 적극 참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 실무그룹은 이번회의가 끝난 다음에도 상당기간 존속돼 각국의
원조내용이 중복되거나 특정지역에 집중되지 않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할것이라고 회의관계자들은 말하고있다.
경제지원을 주로 협의하는 이번 회의에서 NATO가 맡을 역할도 회의의
가시적인 성과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회의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나토는 구소련공화국들에 전달되는 식량 의약품등 원조물자의 수송에
필요한 열차 선박 트럭등 군수송장비및 병력을 제공,원조물자의 배분및
유통을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기때문이다.
아무튼 이번회의는 그동안 러시아연방등이 주장해온 자금지원문제가
의제에서 빠져 극심한 경제혼란을 맞고있는 구소련공화국들에 마셜플랜과
같은 획기적인 지원조치가 마련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들을 지원한다는 국제사회의 의지가 이번회의를 통해 결집된다는 점에서
구소련지원에 커다란 주춧돌을 놓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