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와 일본총리 방한 이틀째인 17일 일제의 만행을 규탄하고
배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던 태평양전쟁 희생자유족회
회원이 전경과 몸싸움을 벌 이다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사건당시 목격자 등을 상대로 사망경위에 대한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망순간= 17일 오후 1시40분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5-22
장기신용은행 앞길에서 미야자와 일본총리의 국회연설에 때 맞춰
가두시위를 벌이던 태평양전쟁 희생자유족회 전남지부 소속
주기성씨(69.전남 목포시 산정동 1745)가 전경대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다
갑자기 쓰러져 인근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옮기던중 숨졌다.
동료회원 이영창씨(51.전남 해남군 마산면 외호리)등 목격자들에
따르면 주씨는 이날 대열의 맨 앞에 선 가운데 동료회원등 3백여명과 함께
시위를 벌이면서 국회쪽 으로 진출하던중 전경들이 이를 제지,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때 주씨가 자신을 제지하던 한 전경의 헬멧을 벗겼으며 이에 화가 난
전경이 주씨의 배를 발로 걷어 차자 얼굴색이 하얗게 변하면서 그자리에
쓰러졌다.
길바닥에 쓰러진 주씨는 유족회 상임이사인 양순임씨(47.여)등 회원
3명에 의해 급히 승용차편으로 인근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옮겨지던중
숨졌다.
주씨의 사체를 검안한 여의도 성모병원 내과 수련의 장창훈씨(30)는 "
주씨가 숨지기전 배 등에 타격을 입었는지의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요추와
복부 부위의 내 용물을 추출해 검사를 해본 결과 음성반응이 나왔다"면서
"뚜렷한 외상이 없는 점으 로 미뤄 일단 심장마비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사인은 부검을 실시해야 만 알수 있을 것 같다" 고
말했다.
<> 시위= 주씨는 태평양전쟁 당시 희생된 한국인 피해자들에 대한
공개사과와 피해보상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 위해 이날 오전 11시께
유족회 전남지부 회 원 60여명과 함께 전세버스편으로 상경했다.
주씨는 이어 오후 1시30분께부터 장기신용은행 앞길에서 동료 회원
1백50명과 정신대문제 대책협의회, 민주당 여성특별위원회 회원 등
3백여명과 함께 시위를 벌 이다 변을 당했다.
당시 현장에는 서울경찰청 제3기동대 소속 3개중대 3백60여명의
전경들이 시위 진압을 위해 투입돼 있었다.
<>병원 주변= 사고가 나자 주씨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여의도성모병원
영안실 주변에는 유족회 회원 1백여명이 모여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사후
대책 등을 논의했 다.
이날 오후 4시20분께는 주씨의 3남인 주현씨(25.서울 관악구 신림동
1425) 가 영안실로 찾아와 통곡, 주변을 숙연케 하기도 했다.
<> 주씨 주변= 주씨는 지난 1942년 일제에 의해 태평양 전쟁터에 강제
징용당했 다가 3년만인 45년 남양군도에서 숨진 친형 석채씨(당시 29세)의
유해를 찾을 목적 으로 지난 90년 12월부터 태평양전쟁 희생자유족회에
가입해 활동해 왔다.
본적이 전남 목포시 죽교동인 주씨는 지난 69년 결혼한 이순례씨(62)
사이에 3 남 1녀를 두고 있다.
주씨는 16일 가족들에게 " 5천6백명의 전남지부 회원들을 대표해
일제의 만행을 규탄하는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상경한다" 며 집을 떠났던
것으로 파악됐다.
<> 수사= 경찰은 시위 현장을 맡았던 제3기동대 269, 97, 25중대 등
3개 중대 소속 대원들을 상대로 주씨가 숨질 당시 상황에 대한 정밀조사를
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 주씨가 졸도했을 당시 최루탄 발사나 몸싸움 등
강경진압이 없 었던 것으로 안다" 고 말하고 " 목격자들을 중심으로
사망경위를 철저히 조사하겠다 "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