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정규재특파원]구소련과의 경협재개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재개되더라도 독립국가연합(CIS)소속 각 국가들과 전혀 새로운 차원의
경협을 추진해야하는 문제가 남아 사정은 복잡해지고있다.
지난해 8억달러(예정)의 소비재차관등 총액 20억달러의 시장을 노린
기업들의 전략과 노력도 상당한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현상태에서 구소련과의 경협은 러시아연방등 법적권한을 갖고있는 기관이
경협에 대해 새로운 보증을 할것인가와 경협자체가 여하히 재개될 것인가의
두가지문제로 요약된다.
그러나 최근 이곳 구소련의 정치 경제 사정을 보면 구소련과의 경협문제는
전혀 새로운 차원으로,그리고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해 갈 가능성도
보여주고있다.
CIS측의 최근 수개월간 과정은 구소련자산과 부채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어떤 진전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구소련의 대외채무 문제는 지난해 10월28일 서방7개국과의 양해각서
(미발표)에서 출발해 11월21일 G7과의 공동코뮈니케(발표),12월4일
각공화국간 대외채무 자산승계 협정에 이어 연말에는 CIS가 구소련을
승계하는 형태로 진행되어왔다.
올들어서는 수차례 비공개 공화국간 회의에서 대외자산.부채문제가
협의됐으나 아직 결론이 없다. 특히 지난11일 비공개로 개최된 공화국간
회의에서는 지난해의 공화국간 합의조차도 다시 토론의 도마에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구소련의 대외채무 문제의 원칙은 지난해 12월4일의 공화국간
협정에서 그형식이 마련됐었다.
이때 만들어진 원칙은 대외경협창구로 기능해 왔던 대외경제은행
(브네셰코놈방크)은 존속하되 대외채무 관리자로서의 기능만을
맡는다 대외채무상환은 공화국간 연대책임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가장 최근의 조치로는 지난13일 러시아최고회의 의장이 발표한 선언으로
이러한 양대원칙을 재확인하는 수준이었다. 13일 선언에는 이외에도
브네셰코놈방크의 상업은행 업무는 러시아무역은행으로 귀속한다
업무이관은 향후 3개월내에 완료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있다.
지난해 12월28일 우리정부는 구소련과의 경협중단을 발표하면서 두가지
원칙을 세웠다. 그 내용은 법적으로 보증권한이 있는 기관으로부터
새로운 보증(채무의 승계)을 받는다
추가보증조치가 있을때까지는 기존의 융자승인분만 집행한다는것이었다.
이조치에 따라 즉각 산업은행(상업차관)과 수출입은행(전대차관)은 공문을
구소련측 파트너인 대외경제은행에 보냈으나 아직 이렇다할 대답이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브네셰코놈방크가 사실상 해체되는 과정에있어 우리측의
공식서류가 제대로 처리되고 있는지 조차 불투명한 점이다.
이점은 특히 최근까지 러시아정부등 관계요로와 접촉하고있는 이곳
모스크바주재 대사관이나 수출입은행 주재원들이 가장 답답해하고 있는
대목이다.
수출입은행 모스크바주재 길병기소장은 "현재로서는 대화의 파트너조차
불분명한 상태"라며 "경협재개는 다소의 시간이 걸릴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사관측 역시 "소련 특히 러시아연방의 잠재력만으로도 경협은 반드시
재개될수 있을것"으로 보면서도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경협재개의 난점으로는 대개 두가지 장애물이 있는것으로 분석되고있다.
첫째는 각공화국의 이해관계가 공화국간 경제문제 해결자체를 어렵게
하고있는 점이다.
특히 현 정세의 캐스팅보트로서 기능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최근들어 대외채무는 연대책임이지만 상환은 각공화국이 개별적으로
하자는 주장을 하고있어 문제를 어렵게하고 있다.
지난해12월의 공화국간협정은 구소련의 대외자산은 91년12월 현재로
분담하고 부채는 91년1월 현재로 공동으로 책임지는 것으로 하고있어
우리측 입장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나라경협(전대차관)은 지난해 10월28일에 처음으로 개시돼 두달만에
중단됐었다.
그러나 경협재개 최대의 난점은 경협이 재개되더라도 과연 누구와 새로운
경협계약을 맺을 것이냐에 모아지고있다.
현재까지의 경협은 브네셰코놈방크가 차주가 되고 구공화국간
경제위원회(의장.실라예프)가 보증을 서는 형식이었으나 브네셰코놈방크의
지위가 변경된 상태여서 차주 역시 불분명해졌다.
현재 공화국간 협의체로는 공화국간 감독위원회(Interstate supervision
council)가 설립되어 나름대로 기능은 하고있다.
의장인 피터아벤(러시아대외경제관계장관)은 현 러시아 연방 부총리인
가이다르의 오른팔이지만 최근에는 가격자유화 실패에 책임을 지고
가이다르가 퇴진할 것이라는 설이 이곳 경제계에 퍼지고 있다.
경협재개가능성은 CIS의 이름으로 보증하는 방법,구소련을 승계했다는
러시아연방이 보증하는 방법 그리고 공화국간 감독위원회가 보증하는
방법이 있을수 있다.
그러나 보증을 앞으로 2 3개월내에 어렵사리 얻어낸다 하더라도 이제
차주가 누가될 것인가의 문제가 남아 우리정부와 기업을 괴롭힐 전망이다.
그러나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새로운 경협이 개시될 경우 우리에게 결코
불리할것은 없다.
우선 우리정부의 기존 경협계약 또는 약속은 이미 소연방해체와 더불어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는 점을 상기할 수 있다. 물론 총액 30억달러라는
것도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이되고 말았다.
대응하기에 따라서는 새로운 차주를 우리가 우리의 목적에맞게 지정하고
새로운 조건과 전략을 수립할수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기존의 경협이 다소 정치편향적이었다면 연방해체와 더불어 칼자루는
오히려 우리가 쥐게된 형국으로 현상태를 해석할수 있다.
우리가 경협을 재개한다면 그것은 구소련의 잠재력을 재평가하는
바탕위에서 새로 검토될수 있다. 이경우 CIS와 포괄적인 협상을 벌일수도
있고 각공화국과 개별적으로 또는 건별로 진행되는 경협과정도 만들어갈수
있다.
두만강유역개발계획,사할린유전개발,재소한인문제등 그동안 섣부른
경협에서 제기하지 못했던 새로운 과제들을 설정하고 연계시켜갈 가능성도
열렸다. 카드는 한두장이 아니며 입장은 오히려 개선되고 있음이
사실이다.
문제는 구소련과의 새로운 경협전략이라는 포괄적인 원칙의 확립이
중요하다. 경협재개는 현CIS가 순조롭게 성장해가더라도 향후 3개월이상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기간동안 정부는 보증여부에만 집착하는
우를 다시 범해서는 안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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