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임금교섭이 벌어지기도 전에 산업현장은 노사분쟁에 말려들고
있다. 울산 현대자동차의 경우 노조의 파업결의에 맞서 회사측은 무기한
휴업조치를 내렸고 공권력투입이 임박했다는 소식이다.
그런가 하면 올해 임김인상률을 두고 노사간의 협상은 큰 진통을
겪을것으로 보인다. 올해 임금인상률 가이드라인으로 정부는 이미
총액기준 5%이하를 제시했다. 경총은 15일 회장단회의를 열고 총액기준
임금인상률을 4. 5 6. 5%로 결정했다.
그러나 경총이 결정한 이 수준은 노총의 15%,전로협의 25. 4%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정부당국은 올해부터 총액임김제를
실시하겠다고 하고 있고 이를 두고 노조에서는 임금인상억제책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총에서는 총액임금기준의 인상률을
제시했으나 일반 사용자측에서는 총액임금제 그 자체를 달갑지 않게 보고
있는것 같다.
따라서 노.사.정 모두가 서로 다른 기준의 임금인상률을 가지고 논란을
벌이게 돼있어 그 결말이 쉽게 나올것 같지 않다.
한국경제는 지금 분명히 어려운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물가는 뛰고
국제수지적자는 늘어나고 있으나 이에 대처할 방안을 찾아내지 못하는데서
경제난은 가중되고 있는것이다.
일반국민들은 물론 노.사.정 할것없이 물가가 뛰었기 때문에 그
인상률에는 차이를 보이지만 임금은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는
당연한 논리인것 같으나 이와같은 도식적 견해로는 물가상승과 임금인상의
악순환을 단절할수 없다.
한국경제는 모든 면에서 국제경쟁력을 잃고 있기때문에 우선 단기적으로
코스트를 줄이는 노력을 과감히 펼쳐야 한다. 그렇지 않는한 한국경제가
활력을 찾을 길이 없다.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기업은 물론 근로자들이 더욱 자제해야한다.
어려울때일수록 그러한 자제는 값어치가있다. 경제주체의 자제를 통해서만
경제는 회생할수 있기때문이다.
물가는 높이 치솟아 오르는데 자기몫을 줄이라는 아야기는 솔직히 말해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처럼 국제경쟁력이 상실되어 간다면
모두 자멸하고 만다.
무역을 통해 성장을 이끌어 가야하는 우리의 경우 국제경쟁력상실처럼
심각한 일은 없다. 경쟁력을 키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코스트를 줄이는
일이다.
이미 70년대초 석유파동을 겪었을때 영국과 일본에서는 임금과 물가를
동결하는 소득정책을 채택,위기를 극복했다. 현재 우리는 그때와 같은
위기상황에 있는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면
분명 물가상승과 불황이 공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빠진다. 이런
상황은 기필코 막아야 한다.
노사분쟁을 피하면서 임금을 적정수준에서 유지할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서 모든 경제주체가 할 일이 있다. 우선 정부는 경총회장단의
주장처럼 9. 8% 올리기로한 공무원봉급인상률이 산업체 임금교섭에 어떤
영향을 줄지 떠져보아야 한다. 이것이 저임에 시달리는 근로자들의
임금인상욕구를 더 자극할 소지가 있는 것이다.
기업은 코스트를 줄이기 위한 경영개선에 솔선해야 한다. 기업은
코스트절감을 임금억제에서만 손쉽게 찾아서는 안된다. 정책당국은 기업의
금융비용을 줄이는데 협조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초고김이상태에서
우리기업이 경쟁력을 키울수 없다는건 자명한 일이다.
올해 예상되는 임금투쟁을 비롯한 노사분쟁이 정치적상황과 맞물려
악화된다면 경제는 치명적 타격을 입는다. 그나마 한가닥 남아있는
성장잠재력이 소진되어 버린다면 그걸 되찾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우리는 기필코 그런 상황을 막아야 하는 것이다.
디시 불어오는 노사분쟁의 바람은 잠재워야 한다. 그리고 노사분쟁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하고 정부는 그러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러나 노사간의 불신의 벽은 너무 높고 시각차가 너무 크다. 그동안
어려움을 참고 견디면서 한국경제를 이정도 수준으로 끌어올린 주역은 역시
근로자와 기업가다. 노사는 한국경제성장의 영웅이다.
위기상황에 있는 한국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노사가 다시한번
분발해줄것을 당부하지 않을수 없다. 노사가 화합하여 함께 뛰지 않는한
물가안정도 무역적자해소도 공염불이다.
인플레는 모든 경제주체의 요구를 수용할 때엔 잡히지 않는다. 임금을
비롯한 경제주체들의 요구를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수준에서 자제시킬수
있게 사회적 규범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근로자들에게 참고
견디는 것이 결국 이익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일은 더더욱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