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이상약세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예년의 경우 이맘때면
유가는 최고조에 달할 시점인데도 불구,바닥권을 향해 곤두박질치는등
이례적인 사태가 벌어지고있는 것이다.
올들어서만도 국제유가는 내림세가 우세,지난8일에는 뉴욕.런던시장에서
10-11개월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뉴욕시장에서 WTI(서부텍사스중질유) 2월 인도분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82센트나 떨어진 17.87달러에 폐장, 10개월여만의 가장 낮은 시세를
형성했다.
또 런던시장에서 거래된 북해산 브렌트유 2월물의 폐장가도 배럴당
전날보다 77센트가 내린 16.92달러로 지난해 1월26일 쿠웨이트시 탈환이후
최저시세로 기록됐다.
두달전인 지난해 11월초 배럴당 유가가 23달러대였던것과 비교하면
5달러이상 낮은 시세이다.
이같은 국제유가의 약세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선 올해 유가의 내림세와 관련,전문가들은 이라크산 원유의 금수조치
해제가능성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분석하고있다.
연초 기술적요인에 의한 약세로 출발했던 국제원유가격이 지난8일의
이라크와 유엔측 대표단의 빈에서의 회동을 이틀 앞두고 해제가능성이
점쳐지면서 크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는 이회동결과 금수조치가 풀리고
이라크산원유가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올 경우 최소한 하루 1백만배럴
가량의 원유가 남아돌게돼 유가는 폭락할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유가의 이상약세는 이라크관련부분을 접어두더라도 현재의
원유시장 상황이 이미 공급초과라는데 기인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원유생산량은 지난 연말 하루 2천4백만배럴을
넘어섰으며 생산증가 추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이같은
생산규모는 지난 80년이래 11년만의 최고 수준이다.
게다가 급격한 생산하락에 따라 수출감소가 예상됐던 구소련의
원유공급량도 뜻밖에 크게 줄어들지 않아 원유공급사정은 원활한 편이다.
이에 비해 수요는 오히려 줄어드는 양상이다.
북반구의 이번 겨울이 따뜻해 원유수요는 기대했던 것만큼 늘어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미국 영국등 서방선진국의 더딘 경제회복으로 말미암아 이들의
원유수요 전망치는 크게 빗나갔다.
그결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서방선진국들의 올 1.4분기 원유수요를
당초 하루 3천9백20만배럴에서 3천9백만배럴로 낮춰잡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지난해 11월초순 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기업들은 비축물량을
급격히 늘려 이변이 없는한 원유수요는 당분간 움츠러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알제리등 일부 OPEC국가들은 내달초순으로 예정된
OPEC모임을 앞당겨 감산조치를 취함으로써 유가를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OPEC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느긋한 입장이어서 당분간 유가약세는 피할수 없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