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의 금년도 신년사는 예년처럼 남북관계, 경제문 제, 대외관계
등에 대한 회고와 전망을 두루 언급하고 있으나 한마디로 새로운 얘기 는
없다는게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북한이 앞으로 1년동안 커다란 변화를 추구하기 보다는 지금까지
밟아온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임을 예고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한해동안 국제정세와 남북관계에서 엄청난 사건들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금년에도 결과적으로 많은 변화들이 이어질
전망이다.
우선 김일성은 남북관계와 관련, 지난해 채택한 합의서의 성실한
이행과 한반도 의 군축및 비핵.평화지대화를 위한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거듭 천명함으로써 남북간 합의가 실현되는데 어려움이 덜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던져주고 있다.
김일성은 특히 핵문제에 대해 "우리는 핵무기를 개발할 의사도 능력도
없으며 공정성이 보장되는 조건에서는 핵사찰을 받아드릴 용의가 있다는
것을 여러차례 천 명 한바 있다. 우리는 한다면 하는 것이고 안한다면
안하는 것이지 결코 빈말은 하 지 않는다"며 핵문제의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김일성의 이같은 언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나 남북간에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이 가서명된지 하루만에 다시 나왔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무게가 실려있는 발언으로 보아도 좋을 것같다.
말하자면 북한은 오는 2월 19일 평양에서 열리는 제6차 고위급회담에서
남북합 의서와 비핵공동선언을 발효시킴으로써 합의서 이행과 핵무기없는
한반도를 향한 구 체적인 조치들을 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피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북한의 태도는 일단 금년도 남북관계를 정상적인 단계로
진입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적어도
합의서를 이행하고 핵문제를 풀어나가는데 있어 부정적인 자세는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일성이 이번 신년사에서 정치협상회의제의와 같은
통일전선전략차원의 대남공세를 자제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만하다. 이는
그동안 그같은 노력이 결과적으 로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뿐 아니라
남북관계에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인 식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매우 바람직한 현상으로 평 가할 수 있다.
다만 남북 합의서를 이행하는데 유관국들의 협조가 필요하며 동서간
대립관계가 허물어지고 우리민족의 평화통일기운이 전례없이 고조되고 있는
현실에서 냉전시대 의 낡은 관점을 가지고 힘의 입장에 서서 한반도
문제를 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주장함으로써 미국등
강대국들의 대북압력에 상당한 거부감을 나타 내고 있다.
대외관계에서는 소련의 소멸과 동구권 국가들의 탈사회주의 움직임등을
의식, " 현정세의 변화과정을 비관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낙관적으로 보고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을 굳게 가져야한다"고 말해 사회주의 노선에 입각해
비동맹국가들과의 친선및 협력관계를 강화해나갈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특히 사회주의 고수입장과 관련해서 그는 "91년은 우리인민에게 있어서
준엄한 시련의 한해, 보람찬 투쟁의 한해, 영광스러운 승리의 한해였다"며
"우리당은 인민 을 믿고 우리인민은 당을 믿고 당과 인민이 일심단결하여
투쟁함으로써 우리 사회주 의 위업은 굳건히 수호되고 있으며 계속 힘차게
전진하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사회 주의의 우월성과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문제에서는 북한의 처한 어려움을 그대로 실토하듯 "올해
경제지도 일군들은 전력공업 석탄공업 철도운수를 확고히 앞세우고 이
부문에 대한 보장사업 을 기술적으로 하는 원칙에서 경제사업을 조직
진행해야한다"고 전제한뒤 "모든 사 람이 다같이 흰쌀밥에 고기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 살려는 우리 인민의 세기적 염원을
실현하는 것은 사회주의 건설에서 당면하여 우리가 달성하여야할 중 요한
목표"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최근 몇년전부터 겪고 있는 식량난과 에너지난등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그리고 그같은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얼마나
시급한 과제인지를 말 해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북한은
금년에도 이같은 여러가지 어려움을 해 결하면서 한편으로는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진전과 대서방관계 개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나가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