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학년도 전기대학 학력고사가 유례없이 쉽게 출제돼 고득점자의 대거
탈락사태가 빚어진 가운데 이번 학력고사의 출제경향을 놓고 교육계
내외에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다수의 고교교사와 중.하위권 대학들은 과열과외를 추방하고
고교교육의 정상화에 기여를 이유로 찬성하는 편에 서있으며 입시학원과
우수학생이 몰리는 상위권대학측은 대체로 학력의 우열을 가리는
변별력이 약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연세대 박영식총장은 "이번 입시는 상위권 수험생의 경우 실력보다는
실수로 당락이 판가름나는 수가 많아 `실력경쟁''이라기보다
`실수경쟁''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변별력에서 취약했던 감이 있다"고
예상외로 쉽게 출제된 전기대 입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입시출제를 맡은 중앙교육평가원측은 "쉽게 출제됐다고 하지만
변별능력은 충분히 살렸다"면서 "포항공대의 경우 수학을 잘 하는
학생들이 대거 몰리는 대학인데도 합격자 3백명중 수학에서 만점을 맞은
학생이 8명에 불과한 사실이 이를 웅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덕열중앙교육평가원장은 "지난 81년 학력고사제가 도입된 이래
출제의 기본원칙이 `학교수업을 충실히 받은 학생이면 평균 60점 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평이하게 문항구성을 한다''는 것이었는데도 과거 그
출제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다가 이번에 지켜졌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오원장은 고교교육을 정상화한다는 뜻에서 내년 1월22일 실시하는
후기대 학력고사는 물론 학력고사가 마지막으로 실시될 93학년도의
입시도 올해의 난이도를 유지함으로써 과열과외의 폐단을 없애고
고교교육을 정상화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대 학력고사에 대한 교육계및 학부모의 의견을 들어본다.
<>오덕렬중앙교육평가원장(56)=올해 학력고사에서 고득점자 홍수사태가
났다고 하나 수험생의 2%인 1만2천명 내외가 3백점(1백점 만점 88점) 이상
득점한 것으로 추산되며 나머지 98%의 수험생은 평균 88점 미만이다.
고교교육과정을 제대로 이수한 학생이면 큰 부담없이 시험을 치를 수
있으며 평이하게 출제해야 한다는 것이 학력고사제가 시행된 81년 이래의
출제 기본원칙이다.
그 원칙이 이번 입시에서 충실히 반영됐을 뿐이다.
이번 입시가 변별력을 잃었다는 주장의 진위를 살피기 위해 서울의
12개 고교 교장 및 교감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학교 성적이 상위권인데도
쉬운 시험문제 때문에 떨어진 사례가 전무하다 할 정도로 없었다.
수학을 잘하는 학생이 모이는 포항공대의 경우에서 합격자 3백명중
8명만이 수학을 만점맞은 사실에서도 변별력은 갖추었음이 증명됐다.
오는 94학년도부터 대학 본고사가 부활되면 변별력의 문제는 학교별
출제에 따라 자동해소될 것이나 그 이전까지는 고교교육의 정상화 및
학력고사 출제원칙의 고수라는 점에서 앞으로 남은 3차례(92학년도 후기대
및 93학년도 전후기)도 수험생의 평균점수가 60점이 나오도록 교과서
위주의 평이한 문제를 출제할 계획이다.
<>김승수 서울가락고 교사(40)=학력고사가 쉽게 출제됨으로써 학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했으며 내신성적이 중시됨에 따라 학교수업이 충실해지는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중.하위권 학생들도 예년에 비해 적절한 성적을 냄으로써 합격.
불합격을 떠나서 희망과 자신감을 지니게 됐고 아울러 이들의
탈선예방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본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출제의 난이도가 갑자기 떨어지는 바람에 내년도
입시지도에 혼란을 겪지 않을까 하는 점이고 이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특히 이번 학력고사에서는 내신성적이 합격.불합격을 크게 좌우해
서울의 경우 강북보다 강남에 있는 고교들이 약간 불리했던 것으로 보이나
고액과외.학원수강 등의 폐해를 줄일 수 있게 돼 전체적으로 올바른
입시경향이었다고 본다.
<>임장규 반포고교감
과외없이 학교교육을 정상적으로 받은 학생이 불리하지 않게 출제돼
바람직한 출제로 평가한다.
다만 상위그룹과 중위그룹을 나눌 수 있는 난이도 조정이 변별능력면에서
비판이 일지 않도록 한다면 더욱 이상적인 학력고사가 될 것으로 믿는다.
<>박영식 연세대총장(57)=상위권 수험생의 경우 국.영.수 과목에서
실력차이가 나지 않아 경우에 따라서는 암기과목에서 당락의 판가름이 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본다.
또 갑자기 쉽게 출제되는 바람에 실력경쟁이 실수경쟁이 되고만 감도
없지 않았다.
학력고사가 합격의 결정적인 잣대인 만큼 변별력이 있도록 출제의
난이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정자씨(39.여.학부모)=대입학력고사가 과거 예비고사처럼
자격시험이 아니고 선발시험인만큼 합격.불합격을 합리화시킬 수 있을
만큼의 변별력을 갖춰야한다.
또 학력고사가 쉽게 출제되는 바람에 내신성적이 합격의 중요한 변수로
등장해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이 거세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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