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폐장일을 이틀 앞두고 폭락세를 보여 2년연속 연말주가가 연초
수준을 밑돌게 되었다. 증시개방에 대한 기대감등으로 혹시나 하던
연말장이 역시 없었다.
연말주가가 연중최저선으로 떨어지는 흔하지않은 사례가 개방을 눈앞에
두고 나타나 우리증시에 내재된 환부가 얼마나 깊은가를 드러낸 셈이다.
증시외적 요인인 실물경제의 흐름은 물론 증시내적인 수급상황도
신용만기매물이 끊임없이 쏟아져 증시는 자생력을 완전히 상실한 모습이다.
증안기금과 투신사등 기관투자가들은 물론 일반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되어 시장기능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않고 있는데다
시장참여자들이 이시점에는 어떠한 부양책을 사용하더라도 소용이 없다고
스스로 포기해버릴 지경에 처해 개방증시의 앞날을 더욱 암담하게
만들고있다.
지난해 10월10일의 깡통계좌 일괄반대매매의 악몽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신용만기매물에 증시가 가위눌림을 당하는 악순환을
뿌리치지 못한채 개방원년을 맞게 되었다.
폐장일을 이틀앞둔 23일 종합주가지수는 또다시 연중최저치를 기록,탄력을
완전히 잃은 모습을 나타냈다. 단기낙폭이 깊을경우 나타나는 자율반등도
실망매물의 무게에 눌려 나타날 기미를 보이지않고 있다.
중소형주는 부도설의 파문에 깊은 상처를 받아 주가의 탄력을 상실한지
오래고 대형주는 대형주대로 신용만기매물의 압박을 감당하지 못하고 바닥
깊은줄 모르고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업종별로도 운수장비와 단자업종만이 연초보다 높은 주가수준을 보이고
있을 뿐 나머지 전업종이 동반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어업 광업 의복 비철금속등의 업종은 연초대비 30%이상의 하락률을
기록하고서도 하락세를 멈출줄을 모르고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경제성장에 비교적 크게 기여했던 건설업의 주가가 30%이상 하락,국내
기업의 경영여건이 증시에 적나라하게 반영되고 있음을 실감케 해준다.
경제성장률은 여전히 높게 나타나고 있으나 내실없는 성장이라는 점이
건설주의 주가가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부도설이 나돌아
기업의 경영실적 호전에 대한 기대감은 사라진지 오래다.
올해 증시의 최대호재로 평가되었던 증시개방에 대한 기대감도 개방일이
임박해질수록 약화되는듯한 분위기가 짙게 깔려있다.
연말장세의 이같은 하락세는 단기적으로는 증시가 신용만기매물을
소화해낼 만큼의 수요기반을 다지지 못해 수급이 극도로 불안정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증시관계자들은 새해초까지 만기도래되는 신용만기매물은 줄잡아
4천억원선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때문에 주가하락세가 지속되는
현추세하에서는 하루라도 먼저 보유주식을 처분,투자손실을 줄이려는
시도가 나타나게된다.
증시분석가들은 이같은 성격의 매물은 향후 주가의 흐름과는 무관한
시간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증시의 시장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게 만들게
된다고 풀이하고있다. 지난주까지 만해도 어느 정도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주가흐름에 맞춰 신용매물을 정리할수 있었지만 이제는 매도할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할 처지이다.
다시말해 최대한 낮은 가격을 제시하여야만 매물을 정리할 수있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매물이 증시의 수급구조를 완전히 파괴하기 시작한 셈이다.
이는 시장개입에 늘 한계를 느끼고 있는 증시안정기금의 매수세가
하락세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상태로 만들고있다.
증시전문가들은 이같은 수급구조의 악화는 단기적인 현상이어서 그나마
희망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우리 증시를 장기간 괴롭힐 악재는 경제기조의 불안정이 지속될 것이라는
심리적 불안감이다.
시장개방에 대한 기대감은 올해 증시의 최대이슈였으나 무역수지적자의
누적으로 원화환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 상당폭 상쇄되어 버렸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투자에서는 남고 환율에서는 손해를 보는 투자를 할
턱이 없기때문이다.
연초부터 막연한 기대감에 부풀게 만들었던 외국자본의 유입도 결국은
증시가 국내투자자들의 거대한 투자그룹에 의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시작할때 가능하다는 분석도 뒤늦게 대두되고 있다.
우리 증시가 안고있는 보다 구조적인 문제점은 이제는 어떠한 부양책을
쓰더라도 그 효과가 단기간에 그칠 뿐 "백약이 무효"라는 점이다.
이미 지난 89년말과 지난해 중반에 정책당국이 사용할수있는 부양조치는
최대한 써먹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시장기능에 모든것을 맡겨야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오히려 정책당국의 개입여지가 없을 경우
시장자율기능이 발휘되는 바람직한 시장을 형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를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은 물론 일반투자자들의 체질이 시장기능에
익숙하지 못해 시장기반 자체를 크게 위축시킬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기관투자가는 물론 개인투자자들의 상당부분이 시장의 큰줄기를
보기보다는 늘 잔물결을 타다보니 단타매매에 익숙해진지 오래이다.
이것이 신용융자의 이상비대현상을 낳아 수급구조를 악화시키고 시장에
충격을 일시에 안겨주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만들고 있다.
더구나 현재 나타나고 있는 주가폭락현상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증시의 체질이 얼마나 허약한가를 실감케 해주고
있다. 지난 8월 이같은 사태를 우려,증권업협회를 중심으로 신용융자를
축소하자는 결의를 한바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설마 깡통계좌 반대매매와 같은 악몽이 재현되기야 하겠느냐는 안이한
생각과 불안한 시장기조속에서도 강한 투기성을 유지하는 투자관행이
오늘의 폭락사태를 자초한 셈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연말의 투매사태는 예상하지 못했던 악재는 아니었다고
평가하고있다. 따라서 악화되어 있는 수급구조가 언제 어떤 형태로
개선되는가의 추세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증시관계자들은 내년 1월말까지 집중되어있는 신용만기분의 매물이
예상보다 빨리 시장에 쏟아질 것으로 분석하고있다.
이경우 매물공백현상이 나타나 일반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시점보다 빨리
반등국면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현재 증시의 환부는 너무나 깊어 주가가 싸게 보이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그 고통이 단기간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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