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어제 노태우대통령주재로 제조업경쟁력 강화대책회의를 갖고
그간의 대책추진실적을 점검하는 동시에 92년도 추진계획을 논의했다.
올해 경제시책중 국제수지대책과 임금안정대책에서 그 성과가 특히
미흡했던 점을 지적하면서 내년에는 국제수지적자축소와 물가안정대책에
역점을 두어 추진하라는 노대통령의 지시에서 짐작할수 있듯이 이날 회의는
비단 제조업경쟁력강화 대책뿐아니라 거의 다 저문 올 한해 경제를
마무리하고 새해진로를 찾는 자리였다고 할수 있다.
그런데 실상 제조업 경쟁력문제는 한국경제가 지금 처해있는 고민과
그것을 극복할 처방을 대변한다. 이날 강조된 국제수지개선과
물가안정대책등이 모두 제조업경쟁력강화대책과 동전의 앞뒤와 같은
관계라고 보면 된다. 정부가 곧 확정발표할 새해 경제운용계획도 결국
제조업경쟁력회복에서 가닥을 잡고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제조업과 수출회복없이 한국경제의 내일은 없다. 그러나 조속한
회복전망은 흐리다. 우루과이라운드가 어떤 내용으로든 조만간에
타결될것이 분명하며 그결과 개방압력과 국제경쟁은 제조업뿐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가열될 것이다. 내년말까지 완성될 유럽공동체(EC)의 경제통합은
세계경제의 블록화와 보호색채를 더욱 짙게할 위험이 없지않다.
그런가하면 또 국내적으로는 내년에 예정된 4차례의 선거행사로 제조업과
수출에 자금난과 인력난등 더욱 어려운 여건이 조성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우리 상품은 지금 안팎으로 경쟁에서 밀리고있다. 그 결과가 바로
국제수지적자다. 국내에서는 개방물결을 타고 밀려오는 수입품과의
경쟁에서 밀리니까 수입이 급증하고,해외시장에서는 경쟁국에 밀려 수출이
어려우니까 자연무역적자가 생길수밖에 없다. 우리 상품의
국내외시장에서의 고전은 바로 제조업의 가격과 품질 모든면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탓이다.
그렇게된 배경에 관해서는 그동안 충분한 논의가 있었다.
기술의낙후,과도한 임금상승,원화의 과대평가와 금리고 국제환경변화와
국내의 산업구조조정지연등 이제 더이상 논의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규명되었다. 상실된 경쟁력을 회복하는 대책은 바로 그와 같은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며 따라서 그 해답도 갖고 있는 셈이나 다름없다. 어제
회의에서 기술개발의 촉진과 과도한 임금상승억제 그리고 금리의
하향안정여건조성등 3가지가 중요한 대책으로 특히 강조되었지만 그역시
새삼스러운건 아니다. 모두가 절실하게 생각하고 수없이 강조되어온
내용이다.
우리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이미 익히 알고있는 대책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일이고 실천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게 할 구체적인 수단과
접근방법이다. 금년 3월중순 대책회의가 처음으로 소집되어 여러각도의
대책을 마련한뒤 지난 9월에이어 두번째로 별 성과없는 점검회의를
거듭하게 된 까닭도 실은 실천방법과 효과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제조업이 경쟁력을 되찾고 수출이 다시 활력을 탈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모든 경제주체가 합심하고 협력하는 자세,고통과 책임을
분담하려는 분위기의 확산과 정착이 긴요하다. 85년9월 플라자합의이후
수년사이에 거의 100%에 가까웠던 엔고부담을 일본은
정부.기업.근로자.가계의 협력과 분담결과 거뜬히 극복한바 있다.
우리라고 못할게 없다. 그럴 각오가 되어 있느냐가 문제다.
내년에는 특히 임금안정이 제조업경쟁력회복은 물론 경제의
안정성장여부를 좌우할 관건이 될 전망이다. 우리의 임금은 벌써 5년째
두자리수의 높은 상승률을 계속해 왔으며 더이상 그렇게 올라서는
경쟁력이고 뭐고 들먹일 상황이 못된다. 굳이 정부의 강압이나 권유없이
노사가 자율적으로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살아남고 재도약할 적정수준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럴수 있다면 총액임금제 같은건 그다지 문제될게
없다.
점차 뿌리를 내려가는 듯한 "10%더하기 운동"은 바로 경제주체들이
협력하고 고통을 분담하려는 좋은 증거라고 할수 있다. 이 운동이
생활화되어 과도한 임금인상자제와 절제있는 소비,정부의 솔선수범이
있지않으면 안된다.
다음으로 절실하게 요망되는 것은 정부의 효율적 능률적인
정책조정기능이다. 현안의 제조업경쟁력 강화대책을 부처간 업종간 또는
정부와 산업계간의 이해대립과 마찰을 조정하면서 실행하기위해서는 물론
어려울 내년도 경제운용을 위해 한시적으로 청와대에 조정기능을 행사할
기구를 신설하든가,아니면 경제기획원의 조정권한을 강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지원정책의 한계설정은 물론 대립하는 정책의 조화를 도모하고
한계기업의 정리등 산업구조조정 방향등이 모두 이 기구에서 여과되고 일단
방향과 내용이 정해지면 과단성있게 그리고 일관성있게 실천되어야할
것이다.
앞으로 본격화될 남북경협과 통일경제시대를 위해서도 우리는 먼저 우리
경제의 내실을 튼튼하게 다져야한다. 제조업경쟁력강화가 바로 그내실을
갖추는 길이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