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너무도 오랜 단절의 세월을 살아왔고 그것을
하루속히 극복해야한다는 숙원이 워낙 강했던만큼 이제 남북경협은
시작되었고 반은 이루어진것과 다름없다고 상찬할만하다. 그만큼
5차고위급회담의 남북경제교류관련 합의는 특히 뜻이 깊고 역사적이라는
평가에 부족함이 없다. 남북경협시대의 개막을 국내외에 천명한 신호다.
남북경제교류는 지금까지 간접적 제한적으로 있어왔다. 지난 88년의
7.7선언이후부터였다. 물자교류가 중심이었지만 그나마 북의 입장에서는
어디까지나 비공식적인 교류였다. 그랬던 남북경제교류가 이제는
정상적으로 발전하고 쌍방의 금후 노력여하에따라 비약적으로 확대될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합의서대로 진전된다면 늦어도 내년3월까지
남북경협을 위한 교류협력분과위,5월까지는 경제교류협력공동위가 차례로
구성되어 협력방안을 구체적으로 협의하고 실행에 옮기게될 전망이다.
앞으로 전개될,이미 시작되어 장차 활발해질 남북한간의 경제협력은
언젠가 꼭 와야만할 통일경제시대를 향하는 하나의 과정이고 따라서
과도기적성격의 협력임을 우리는 우선 명심할 필요가 있다. 긴밀한
경제협력을 통해 통일을 준비하고 가능하면 그 시기를 앞당길수
있게하고,보다 견고한 토대위에서 통일경제를 맞이할수 있게 만드는 과정인
셈이다.
목표나 목적보다 과정과 수단이 훨씬 중요하다는 말은 남북경제협력에
그대로 적용된다. 앞으로 본격화할 남북경협을 얼마나 잘 추진하고
발전시키느냐가 중요하다. 따라서 먼저 냉정할 필요가 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어떻게 접근하고 실천하는게 통일경제시대를 맞는 가장
현명하고 올바른 길인가를 신중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
기업할것없이 모두가 흥분하고 기대에 들떠있는 감이 없지않은데 빨리
기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한 마음으로 하나하나 차근차근히 풀어가야한다.
결코 서두르지 말아야한다. 급하면 돌아가라는 말을 되새길 때다.
남북경협은 장차 교역과 투자의 두부문으로 진전될 것이다. 그간의
남북교역은 해를 거듭하면서 규모가 크게 신장되어온 점은 평가되지만 금년
11월말까지 도합 5백건에 육박한 총거래건수중 직교역은 불과 3건이었고 또
북한물자의 남으로의 반입이 거의 전부라고해도 무방할 편중된 교류였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그런 교류협력은 오래갈수 없고
확대발전하기는 더욱 어렵다. 따라서 어느정도 균형된 쌍방물자교류의
확대를 도모하는게 중요한 과제다.
투자부문에서는 직합작공장의 건설 자원공동개발과 제3국공동진출등
물자교역이상으로 큰 기대가 쏠리고 있다. 남의 자본과 기술,북의
저렴하고 우수한 노동력을 목시킨다는 논리위에 전개되는
합작투자사업논의는 충분히 설득력을 지닌다. 또 국제적으로 협의가
진행중인 두만강유역개발계획이나 항상 관심을 모으는
금강산개발사업등에는 조만간에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는지 모른다.
그러나 교역과 투자등 모든 부문에서 남북경협이 증진되기 위해서는 장차
경계해야할 점,극복해야할 문제가 부지기수로 많다. 남북어디서든
일어날는지 모르는 불가치의 변수들은 일단 논외로하고 우리는 우선
기업들의 무질서한 과당경쟁을 경계할 필요가있다. 또 우리는 북한경제의
실상을 너무도 모르고있다. 통계도 없고 전문가도 드물다. 게다가 북한은
도로 철도 통신등 사회간접자본면에서 엄청난 문제점을 안고있다.
남북경협은 먼저 북한경제의 실상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북한주민의 생활과
경제에 가장 긴요한 분야와 협력방법이 어떤것인지를 가려 실행하는 순서를
밟아야한다. 과당경쟁을 막을 정부조정기구도 있어야한다. 결국 조급
하거나 서두르지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신중하게 접근해야할
것이다. 밀물처럼 몰렸다가 별재미 없다싶어 썰물처럼 빠진다면 그것은
오히려 통일달성에 걸림돌이 된다.
한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할 일은 정부나 경제계가 행여 남북경협을 우리
경제가 지금 직면해 있는 난관의 돌파구정도로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북방외교의 결실뒤에는 우리의 경이적인 경제업적과 방대한 경제력이
밑받침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남북한간의 이번 합의도 결국은
우리쪽의 우월한 경제가 그 밑거름이라고 할수있다. 그런데 소련및
동구와의 관계에서처럼 대북한경제협력을 한낱 현실경제의 난국타개
돌파구로 기대를 해서는 안된다. 북쪽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할수 있는
이점이 있긴 하지만 그것에만 전적으로 쏠려 선진국시장에서의 경쟁대책에
소홀한다면 한국경제의 선진화는 멀어진다. 부동산과 재테크에 쏠려
제조업경쟁력강화에 소홀했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한국경제가 지금 안고있는 문제,즉 기술 경쟁력 국제수지에 얽힌 문제들은
전부 구조적이고 기본적인 것들로서 결코 남북경협으로 해결가능한
문제들이 아니다. 그것들은 극복하고 해결하는데 정부 기업 근로자들이
남북경협이상의 관심과 힘을 쏟아야할 과제다. 또 한국경제 스스로 조속히
경쟁력을 회복하고 다시 강력해질때 대북한경협은 더욱 자신있게
효율적으로 추진될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들뜨지말고 차분하게 남북경제협력시대,그리고 뒤이어 닥쳐올
통일경제시대를 맞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