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우리경제는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짙어지는 가운데
내년의 경제운용계획방향이 윤곽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경제
운용의 중점을 물가안정과 국제수지개선에 두고 경제성장률을 낮추어
잡기로 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는 누가 보아도 어려운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
긴축 또는 안정이냐 성장이냐를 놓고 관련부처간에 의견이 쉽게 조정되지
않았다. 이는 경제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이냐에 대한 대처방안의 차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선거를 치러야할 정치권의 이런저런 주문을 어떻게
수렴하느냐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할수 있다.
지난 7일의 경제장관회의에서는 경제성장률을 7%수준으로 낮추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5-9%,경상수지적자는 80억달러이내로 관리하며
통화는 긴축운용한다는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이러한 목표가 타당하느냐를 평가하기에 앞서 정책목표가 어떤
의미가 있느냐를 따져보지 않을수 없다. 목표를 제시해놓고 이것이 달성될
가능성이 없으면 몇차례나 수정을 거듭하고 그럴때마다 그럴듯한 변명을
늘어놓는 것이 경제운용은 아니다.
경제운용 계획이란 경제를 끌고갈 방향을 제시하는 틀로서 이정표와
같은 것이다. 방향제시가 잘못되면 경제는 갈팡질팡할수 밖에 없다.
방향제시는 설정된 목표가 달성되느냐하는 문제보다 훨씬 중요하다.
목표는 달성될수도 있고 안될수도 있다.
그런데 올 경제운용계획에서 제시된 목표는 당초부터 허구였다. 대표적인
것으로 경상수지적자를 당초 30억달러로 잡았다는데에서 잘 드러난다. 올
경상수지적자는 실제로 100억달러에 육박할 전망인 것이다. 여기서의
문제는 목표가 크게 빗나갔다는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목표설정 자체가
경제의 흐름을 전혀 읽지 못한,계획을 위한 계획이었다는 점이다.
사실 올 연초부터 참담할 정도로 무역적자 경상수지적자가 늘어날수밖에
없는 요인을 안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런 요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경제를 운용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물가불안 역시 마찬가지다. 11월말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초목표인
9%를 넘어 9. 5%에 달했다.
지난 10월 물가상승률이 크게 둔화되자 당국은 물가안정세가 정착된것으로
보고 있다가 11월에 또다시 뛰자 물가안정에 주력하려는 정책태도를
보였다. 이런게 물가정책일수 없다.
물가안정을 위해서 기업 근로자 정부할것없이 코스트를 줄이는 고통스러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 노력없이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통계숫자를
보고 물가를 잡으려고 하는 정책은 성공할수가 없다.
무역적자는 수출상품의 가격 품질 기술등 경쟁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상이다. 따라서 일시적인 처분만으로 경쟁력이 살아날수
없다.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하는 것으로 안정이 이루어지는게 아니다.
성장률이 문제가 아니라 성장의 내용이 중요한 것이다. 제조업이 활기를
되찾는 가운데 성장률이 적정선을 유지하는 성장의 질적개선이 필요하다.
정책이란 이런 변화를 유도해야 하는 것이다.
내년에는 몇차례의 선거가 치러진다. 깨끗한,돈안드는 선거를 해야한다는
당위론에도 불구하고 돈은 많이 풀릴것이다. 그렇지만 생산현장에는 돈이
돌지않고 경제는 더욱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둔채
통화량을 줄인다거나 늘린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긴축,고금리유지가 안정이라는 등식은결코 성립될수 없다.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각부문에서 낭비와 비효율을 몰아내고 제조업을
중심으로한 산업의 코스트를 줄여야 한다. 그것이 안정이다.
아직 내년도 경제운용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나 우리경제가 달성해야할
목표와 함께 이를 가능케하는 합리적수단이 제시되어야 한다. 구체적
수단이 제시되지 않는 목표는 허구다. 그것은 한낱 구호일 뿐이다.
내년 경제운용계획이 년내에 확정되어 발표되겠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를
혼란케하는 것은 경제각료의 경질이 이미 예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경제부처장관이 바뀌더라도 관계없는 계획이어야 하지만 우리의 과거
역사는 그렇지 않았다. 바뀌게돼있는 장관들이 손질하는 경제운용계획을
새로 임명될 장관들이 또 어떻게 수정해갈 것인가를 한번 상상해보자.
내년은 우리경제의 약점을 철저히 보완해서 기초를 다질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해가 될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년도 경제운용계획은 한국경제가 구조조정을 할수 있게
합리적 수단과 함께 정책목표가 제시되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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