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부도가 발생한 기온물산과 아남정밀의 주식을 부도전에 매입했던
일부 투자자들은 이들 기업이 허위로 작성한 결산보고서를 부실감사한
한림합동회계사사무소와 세동회계법인을 상대로 오는 16일 서울민사지방
법원에 손배소송을 제기키로했다.
또한 기온물산의 투자자는 이 기업이 상장된지 1년도 채안돼 부도가
발생했으므로 공개주간사회사로서 유가증권신고서를 잘못 작성한 책임을
물어 대우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키로 했다.
부실감사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는 국내에서는 처음있는 일이어서
재판결과와 그에 따른 파급효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소송이 벌어지게 된 계기는 지난 10월 증권관리위원회가 올들어 부도가
발생한 9개상장기업중 흥양 기온물산 케니상사 김하방직 아남정밀등
5개사가 결산보고서를 조작했고 외부감사기관으로서 이를 공정히
감사해야할 의무가 있는 회계법인이 이들의 분식결산을 묵인했다고
해당기업과 회계법인을 제재한데서 비롯됐다.
이들 기업의 조작된 결산보고서나 이보고서를 인용한 투자자료를 믿고
이들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을 산 투자자들은 증관위의 제재조치를 증거로
삼아 이들 기업을 감사한 경원 한림 청운 신한 세동회계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된 것이다.
손해배상의 근거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17조,증권거래법
1백67조,민법 7백50조에 마련돼 있다.
외감법은 S감사인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를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허위의 기재를 함으로써 제3자에 대하여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는 그 감사인은 제3자에 대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증권거래법은 이 조항을 준용하고 있고 민법은 피해자(투자자)가
가해자(회계법인및 증권사)의 고의나 과실을 입증한다면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수 있게 되어 있다.
또한 공인회계사법은 공인회계사가 고의로 진실을 은폐하거나 허위보고를
하는 경우 형사처벌토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피해자들은
형사소송은 고려치 않고 있다.
피해자측 소송대리인을 맡고 있는 삼정합동법률사무소의 고승덕변호사는
"기온물산과 아남정밀은 수십억원의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킨 점만 봐도
회계사의 과실은 명백하고 증관위의 감리자료도 증거로서 충분하기 때문에
어느 법률조항을 적용해도 원고측이 손해배상을 받을수 있음이 확실하다"고
말하고있다.
한편 기온물산의 유가증권신고서를 부실작정한 대우증권의 경우는
유가증권분석과 예상수익추정에 고의나 과실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남아있으나 고의나 과실이 입증되면 손해배상책임을 면키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소송이 추진중인 기온물산과 아남정밀건외에 흥양 케니상사
금하방직도 사안의 성격이 같아 재판결과에 따라 이들 기업의 감사를
맡았던 경원 청운 신한회계법인 역시 피소될 가능성이 크다.
90년12월말 현재 이들 5개 부도기업의 소액주주만도 4만4천7백명에 달하고
이들이 보유한 주식수는 3백76만주나 된다. 한투 대투 국투등 3대
투자신탁회사도 38만5천주를 보유하고 있다.
그외 채권관계에 있는 은행 증권사 보증보험등도 피해자로서 손배청구를
할수 있다.
부실감사로 인한 피해자가 이렇게 많은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피해자대표가 모든 피해자들을 대표해 소송을 내는 집단소송이 법제화되어
있지 않아 동일 변호인에 소송을 위임하는 공동제소방식이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원고승소판결이 나면 우선 4만명이 넘는 소액 투자피해자들의 손배소송이
러시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업의 회계장부조작과 외부감사를 맡은 공인회계사들의 묵인 방조로
점철된 국내기업회계풍토에 일대변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감사를 받는 기업이 감사를 하는 회계법인을 마음대로 고를수 있는 현행
자유수임제밑에서는 기업이 회계장부를 엉터리로 작성해도 회계사들은
지속적인 고객확보를 위해 분식회계를 눈감아 줄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있다.
그러나 부실감사에 대해 회계사가 피해자에게 민사책임을 지도록하는
판결이 나오면 회계사도 기업의 장부조작묵인압력을 거부할 명분이 생긴다.
이에 따라 공정한 외부감사가 이루어 지고 불신받고 있는 기업회계자료도
신뢰성을 되찾을수 있는계기가 된다.
한편 배상금을 물게 된 회계법인은 법인형태의 합명회사인 경우 전사원이
무한책임을 지게돼 공동변제해야 하고 법인자격이 없는 합동사무소는
감사에 참여한 회계사에게만 배상책임이 있다.
현재 대다수의 국내 회계법인 혹은 회계사무소는 대규모 손해배상금을
변제할 능력이 부족한 실정이어서 이와 관련된 보험상품도입도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