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대외경제은행인 브네셰코놈방크의 외화현금지급업무 중단조치와
빅토르 게라시첸코 국영은행(고스방크)총재의 국가재정운용 중단경고는
소련의 국가재정과 금융체제가 사실상 파국상태에 빠져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소련의 대외경제창구인 브네셰코놈방크의 외환지급중단조치는 극히
이례적인 일로 이는 소련의 외환보유고가 바닥이 났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브네셰코놈방크는 외화지급업무를 당분간 중단했다가 다음주중 재개할
방침이며 이기간중 현금결제를 요구하는 고객들에게는 은행어음을 대신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소련의 외환보유고가 이미 고갈된 상태인데다 현금지급이
보장되지않는 이같은 증서를 외국기업들이 인수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은행관계자들은 브네셰코놈방크의 외화지급업무는 빨라야 다음달 3일께나
재개될수 있을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브네셰코놈방크 대변인은 이번사태와 관련,외화현금지급 중단조치는
국가기구와 개인목적으로 출국하는 소련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며
실무자들이 상부지침을 잘못해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메리칸익스프레스사무소에 개설돼있는 브네셰코놈방크 지점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조치로 미국인 여행자들에게 여행자수표의
현금교환이 중단됐음이 확인됐다.
따라서 브네셰코놈방크의 외환지급중단조치는 전면적인 것이며 소련인은
물론 외국기업인과 외교관및 기자들에게 까지도 적용되는 광범위한 것임이
분명하다.
한편 소연방최고회의의 하원격인 연방회의는 28일 연방정부의 4.4분기
재정적자 충당을 위해 국영은행이 재무부측에 9백5억루블(1천5백60억달러)
을 긴급제공키로한 예산지원안을 통과시키는데 실패했다.
이에따라 소연방정부의 보유자금이 이틀후면 모두 바닥나 30일께부터는
연방정부의 현금재정지출이 전면 중단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
게라시첸코 국영은행총재가 밝힌바에 따르면 고스방크의 현금보유고는
현재 30억루블에 불과하며 이는 앞으로 이틀간 국가재정 운용을 지원할수
있는 규모에 지나지 않는다.
게라시첸코는 국가재정보유고가 바닥나면 군인 경찰 의사및
교사들에게까지도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인터팍스통신은 연방회의의 다음 회의일자가 내달 31일로 잡혀있으며 이날
긴급예산지원안을 다시 심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예산안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소련 정부의 예산및 차관도입
금융체제가 이미 파국상태에 빠져있는데다 소은행들의 자금보유고도 거의
소진돼 재정충당이 가능할지는 매우 불확실하다.
소련이 이처럼 심각한 금융마비상태로 빠져들고 있는것은 주요
외화수입원인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이 생산시설 노후화로 급감하고
있는데다 지난 8월 쿠데타사건이후 공화국들의 재정분담 거부움직임등으로
연방정부가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