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이 29일 발표한 10월중 국제수지동향은 "4.4분기 흑자전환"의 기대를
무산시키면서 최대현안인 국제수지방어대책에 대한 우려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하반기들어 매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온 경상수지적자규모는 10월말로
9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11월중에는 1백억달러를 향해 치닫고 있다. 이렇게
보면 금년 경상수지적자폭이 1백억달러를 넘어설것으로 예상돼 경제의
구조적인 침체가 우려된다.
"하반기 흑자"를 내다봤던 한은은 지난 9월 다시 4.4분기중 흑자전환을
주장하다 이젠 "12월에는 흑자가 날것"이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또 적어도 1백억달러라는 세자리수 적자는 면할것이라며 은근히 정부의
역할을 기대하고있다. 경상수지적자 1백억달러 돌파저지가 최대과제로
대두된 셈이다.
10월중 국제수지동향은 무역외.이전수지는 개선되고 있으나 골격을 이루는
무역수지가 전월대비 적자폭이 확대되면서 좀처럼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있다는 점을 꼽을수있다.
*** 수출호전 불구 수입 못따라가 ***
또 수출이 올들어 가장 높은 25.4%의 높은 신장세를 보이면서
수입증가율(15.1%)을 앞섰으나 큰의미를 부여할수 없다는평가를 받고있다.
수출의 경우 비교시점인 지난해10월 추석연휴로 생산규모자체가 작은데다가
국제수지방어를 위해 정책적으로 4억9천만달러상당의 선박이 밀어내기식
수출로 나갔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들어섰다고 할수
없기 때문이다.
수출의 내실면에서도 원화의 지속적인 평가절하,국제상품시세하락에
영향을 받아 단가가 전년동기대비 0.6% 하락,채산성도 뒷걸음질치고 있다.
더욱이 이같은 단가요인하락이 우리주종수출품인 석유제품(21.9%하락) 철강
등 금속제품(12.8%")자동차(3.0%")등이 주도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수입증가세가 꺾일 기미마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10월
수입증가율은 15.1%로 전월의 4.9%에 비해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정책적으로 수입액이큰 항공기도입등을 억제하고 있는데도
철강재(42.3%)기계류(36.8%)전기전자(32.7%)등이 큰폭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간소비지출수준이 높게 유지되면서 쇠고기등
직접소비재는 10월중 38.6%불어나고 내구소비재도 가정용구 전기기기
녹음녹화물을 위주로 36.3%가 신장돼 수입증가세를 부추기고 있다.
수그러들줄 모르는 수입증가세는 무역수지는 물론 무역외수지에서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10월중 무역외수지는 투자수익수지가 전월의
1억4천20만달러 적자에서 8천6백50만달러로 줄었으나 수입물량급증에따른
운수보험수지가 7천2백만달러적자에서 1억6백만달러로 크게 늘어 전월과
비슷한 1억5천6백10만달러 적자에 머물렀다.
올들어 지속되는 수출부진 수입급증패턴과 아울러 국내수출산업의
취약해진 대외경쟁력을 반영,3대수출시장인 미국 일본 EC지역에서
메이드인코리아의 설땅도 좁아지고있다.
특히 대일무역역조현상은 갈수록 심화돼 올들어 10월말까지 73억4천9백
1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 같은기간 우리나라 전체무역수지 적자규모(77억
7천4백30만달러)의 95%를 차지하고있다.
EC지역도 10월중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5.5%나 감소하는등 부진한 반면
수입은 27.1%나 급증해 10월중에만 1억7천6백40만달러,올들어 누계로는
4억6천3백20만달러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또 소련 중국등 북방국가와도 수출은 23.5% 는 2억1천6백10만달러,수입은
38.7% 증가한 4억2천2백90만달러에 달해 2억6백80만달러 적자를 냈다.
이달들어서도 국제수지상황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있다. 지난
27일현재 통관기준으로 수출은 47억8천60만달러를 기록한데 반해 수입은
65억2천8백만달러로 적자규모가 17억4천7백40만달러에 이르고 있다.
지난9월28일 13억1천5백50만달러적자와 비교해 적자폭이 더 늘어난 셈이다.
따라서 지난10월 통관은 됐으나 경상수지에 잡히지 않은
3억7천만달러상당의 선박수출을 고려해도 적어도 5억달러이상의 적자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행히 지난10월이후 수출신용장(LC)내도액은 증가세를 보이는 반면
수입허가서(IL)발급은 감소세를 나타내 단기적이나마 무역수지적자폭의
축소가 예상되고 있다.
LC내도액은 지난10월 22.8%증가에 이어 이달에도 25일현재 5% 늘어났다.
반면 IL발급은 11월25일현재 20.6%감소해 전달의 4.1%감소에 이어 두달째
내리막길을 걷고있다.
한은은 이처럼 LC증가와 IL감소현상을 근거로 "12월흑자전환"의 기대를
걸고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볼때 우리경제가 균형내지 소폭흑자라는
바람직한 국제수지성적표를 갖게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할수있다. 수입을
크게 상회하는 수출능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하기엔 우리산업여건이 너무
안좋기때문이다. 현재의 높은 임금수준과 낙후된 기술,인력부족문제등을
고려할때 수출이 기대이상으로 호전될 것으로 보는 경제전문가는 흔치않다.
결국 국내수출산업의 경쟁력확보를 위한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는 한편
불필요한 수입수요를 줄이려는 국민의 절약과 저축의지가 현재의
적자경제를 탈피하는 유일한 길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