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무역흑자가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있다.
지난9월 월간으로는 사상최고치인 97억6천만달러를 기록했던 일본의
무역흑자는 10월에는 전년동기보다 무려 2.3배나 늘어났다.
일본의 무역흑자는 이로써 10개월연속 증가세를 나타내며
91회계연도(91년4월 92년3월)들어 7개월간 4백72억달러로 확대됐다. 이는
지난해같은 기간보다 1.5배나 많은 수준이다.
이같은 급증세가 이어질경우 일본의 올해 무역흑자는 정부의 당초예상치
5백60억달러보다 훨씬 많은 1천억달러를 넘어서 사상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금까지 최고치는 지난87년의 9백64억달러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발표한 "일본경제심사보고서"에서 일본의
무역흑자는 올해 9백70억달러를 기록한후 내년에는 1천90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의 무역흑자가 이같이 급증하고있는 것은 수출이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반면 수입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수출은 올들어 9개월간 전년동기보다 11.1% 증가했으나 수입은
오히려 2.8% 줄어들었다. 10월중에도 수출은 6.7%늘어 증가세가 17개월간
지속된 반면 수입은 9.9%줄어 2개월째 감소했다.
일본대장성은 무역흑자급증요인으로 아시아와 EC(유럽공동체)지역에 대한
수출호조 버블경제붕괴에 따른 그림 장식용금 고가자동차등의 수입격감
유가안정등 주로 단기요인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EC와 아시아에 대한 수출은 10월중 각각 전년동기보다
45.6%,48.8%증가함으로써 12개월,20개월째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같은기간 그림수입은 80%나 줄어들었으며 원유와 석유제품수입은 각각
30.2%,49.2%감소했다.
그러나 이같은 단기요인외에 구조적요인이 일본의 무역흑자를 확대시키고
있다.
일본은 지난85년9월의 플라자협정이후 엔고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진출을
확대하고 마에카와리포트로 대표되는 일련의 내수확대정책을 펴는등
무역흑자를 줄이는데 노력해왔다.
이에따라 일본의 무역흑자는 87년을 고비로 매년 줄어들어 지난해에는
6백40억달러까지 줄어들었다.
그러던것이 최근들어 무역흑자억제책들이 오히려 무역흑자확대를
초래,일본정부를 당혹하게 하고 있다.
엔화의 대달러화환율은 89년이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또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지난해말기준으로 10 15% 저평가돼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본기업의 해외진출도 이제는 무역흑자증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지화전략이 현지기업에의 기술이전등을 소홀히 하고 조립생산에만
주력,일본의 현지공장에 공급되는 설비및 부품들을 일본에서 수입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이는 아시아지역등의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구미지역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다.
미공작기계산업이 대표적인 예이다. 제품개발보다는 수입판매에 주력한
결과 미국의 공작기계업체수는 지난80년 1천3백여개에서 작년에는
5백여개사로 급감,미국의 공작기계생산력은 1위에서 5위로 주저 앉았다.
제품및 부품수입과 내수확대정책도 벽에 부딪치고 있다.
버블붕괴에 따른 경제성장의 감속등으로 주요기업의 예상수입증가율은
지난8월의 10.8%에서 한자리수이내로 떨어질 전망이다. 값싼제품보다는
편리하고 고기능인 자국제품을 선호하는 일본소비자들의 수요행태도 수입을
억제하는 요인이다.
일본은행(BOJ)은 플라자협정이후 다섯차례의 금리인하를 단행,87년2월부터
1년3개월동안 재할인율을 2.5%로 유지하는 금융초완화정책을 폈다.
이에따른 버블효과로 일본의 무역흑자는 89년과 90년에
1백80억달러,2백억달러 줄어든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이같은 금융완화정책으로 일본은 87 90년사이에에 연평균 12.8%에이르는
높은 설비투자붐으로 경쟁력을 한차원 높여 어떤 상황에서도 무역흑자를
지속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당시 일본의 설비투자는 수요증가나 재고조정에 대응한
경기순환적성격보다는 기술혁신을 통한 기업의 체질강화를 노린
독립적투자의 성격을 갖는 특징이 있었다.
올해 일본의 무역흑자급증에는 지금까지와 다른 두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무역흑자확대와 함께 장기자본수지가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일본의 장기자본수지는 올들어 11년만에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9월까지 장기자본흑자는 이미 3백34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버블붕괴로 투기적인 해외투자가 대폭 감소한데다 금융긴축에 따른
미일금리차로 자금이 일본으로 몰려들고 있기때문이다.
일본기업의 해외직접투자는 세계적인 경기후퇴에 따른 투자이점상실로
줄어들고있다. 일본기업의 해외기업매수는 지난2년간 3조엔을 넘어섰으나
올상반기엔 4천2백억엔으로 7배가량 감소했다.
일본의 장기자본수지는 86년부터 3년간 매년 1천3백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엔 5백억달러에 이르는 적자를 나타냈었다.
둘째 독일의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만해도 대폭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던 독일은 통독후유증등으로
올해는 1백억달러 이상의 무역적자를 기록할것으로 보인다.
주요선진국가운데 일본만이 큰폭의 무역흑자를 나타내 각국과의
통상마찰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