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타결을 향해 줄달음쳐온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의 성공여부가 다시
시계제로상태에 빠졌다.
7개협상분야의 합의초안을 낼 예정이었던 지난 주말을 그냥 넘김에 따라
이달말로 예정된 둔켈 GATT(관세무역일반협정)사무총장의 포괄합의안
(둔켈페이퍼)제출도 다음달로 넘어갈 전망이다.
7개협상분야가운데 이날 현재까지 초안의 골격이나마 마련된것은 서비스
무역관련투자규제조치(TRIMS)지적재산권(TRIPS)섬유등 주로 선진국끼리
이해가 일치되는 분야. 그러나 이 가운데서도 농업협상결과에 따라
트레이드오프(흥정조건)될 운명에 처한것이 많다. 따라서 농업분야의
초안이 나올때까지 다른 분야는 대기해있어야 하는 형국이다.
지난 22일 둔켈사무총장이 제시한 농업분야의 실무검토서(Working
Paper)에는 시장개방과 관련,"포괄적(예외없는)관세화"가 명기됐다. 이
문서는 초안의 초안격이긴 하지만 공란으로 남겨둔 보조금과 시장개방의
범위및 기간에 숫자만 채워지면 곧 합의안이 되는 문서다.
그러나 최대의 현안인 보조금분야의 빈칸을 채워야할 미국과 EC가
기술적문제에서 여전히 견해차를 좁히지못하고 있다. 또 한국과 일본도
"포괄적관세화",다시말해 쌀시장개방만은 받아들일수 없다며 거부의사를
분명히 나타내고 있다. 농산물수출국이긴하지만 캐나다 멕시코 인도등도
관세화에 예외를 두자는 입장이다. 따라서 실무검토안이 최종협상안이
되려면 큰 고비를 넘겨야만한다.
농업보조금문제는 UR협상내의 역학관계에서 보면 "관세화"에비해 훨씬
비중이 큰 문제이며 UR협상의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핵심현안이다. 따라서
보조금에 대한 미국과 EC의 일거수일투족은 UR연내타결여부를 어림하는
잣대가 된다.
이달초 헤이그에서 열린 미.EC정상회담에서 양측이 농업보조금문제에
중대한 타협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었다. 즉 급격한 삭감(수출보조금90%
국내보금75%)을 고집해온 미국이 5년간 30%,혹은 6년간 35%삭감이라는
복안을 제시했다는것이다. 이것은 "국내보조금 86년부터 10년간
30%삭감"이라는 EC의 제안에 상당히 근접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소식이 전해진후 미국은 이 내용을 부인도 시인도 하지않고
다만 종전의 입장과 크게 달라지지않았다고 말하고있다. EC역시 미국이
6년간 35%삭감안을 정식으로 제시한것이 아니라며 EC는 "할만큼
양보했다"고 주장하고있다.
지난 20,21일 양일간 제네바에서 열린 미.EC농무차관회의에서 양측은
돌파구를 여는데 실패했다. 보조금의 삭감폭과 삭감시행기간등 기술적
문제에서 견해차가 좁혀지지 못했다는 소식이다.
EC는 공동농업정책(CAP)개혁을 통해 곡물가를 3년간 35%,낙농제품은 10
15% 인하하며 지금까지 지급해온 수출보조금을 줄이고 소득보상을 해준다는
제안을 내놓고있다. 대신 이 소득보상을 그린박스(삭감대상에서 제외되는
보조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것이 EC측의 주장이다. 미국은 이 소득보상도
감축대상이 되어야하며 보조금 삭감연도도 더 단축할것을 요구하고있다.
EC는 또 농업협상에서 양보한 대가로 미국은 슈퍼301조를 폐기해야한다고
요구하고있다. 즉 UR분쟁처리교섭협상에 슈퍼301조등 일방적
무역제재조치를 금지하는 조항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제안은
일본의 강한 지지를 받고있으나 실현여부는 농업협상의 결과에 달려있다고
할수 있다.
미.EC가 보조금부문에서는 견해차를 보이고 있으나 국경보호,즉
관세화문제에 관한한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어 일본과 한국의 협상입지를
좁히고 있다.
일본을 방문중인 안드리에센 EC부위원장도 25일 미야자와총리등을 만나
쌀의 관세화를 다시 촉구했다. 일본이 아직까지는 쌀의 관세화를
공식적으로는 거부하고있으나 부분개방,2단계개방등을 흘리고 있어 한국이
믿을 입장은 못되는 형편.
UR의 조속한 종결을 위해선 농업보조금에서 미국과 EC의 극적인 타협이
필요하다. 그러나 "양보할만큼 양보했다"고 주장하는 EC나 내년의 선거를
의식해야하는 미국 모두 더 이상의 타협여지를 찾기는 어렵다.
또 포괄합의안이 조속한 시일내에 제출돼 1백8개 GATT회원국들의 검토를
거쳐 올해안에 완전합의가 이루어지기는 시간상으로도 어렵게됐다.
미국과 EC의 정치적 타결이 이뤄지기까지는 UR연내타결 대세론은 유보해야
될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