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이 막바지 피치를 올리면서 대세의 윤곽이
드러나고있다.
당국자들은 "정부입장 끝까지 관철"주장을 되풀이 강조하고 있지만 제네바
현지의 분위기는 농산물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무차별개방"을 향해
골격이 잡혀가고 있다.
지난 16일 제네바상주실무대표단장으로 출국했다가 24일 귀국한 김인호
경제기획원대외경제조정실장이 전하는 현지동향에서 이같은 흐름을 한눈에
읽을수 있다. 둔켈 GATT(관세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사무총장,칼라일
사무차장등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주요인사들의 방응이 한결같이
"냉담"하더라는 전언이다. 한마디로 "한국이 UR협상 타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긴 하지만 특정한 분야에서
개방예외를 요구하는 태도는 곤란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농산물에서는 "예외없는 관세화"를,서비스 협상에서는 "사실상
전면개방"을 요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시장개방이 한국산업의
선진화와 구조조정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점을 설득하라"고 까지 역공세를
펴는 형국이라고 전하고 있다.
물론 UR협상 최대의 관건인 농산물에서 미국과 EC(유럽공동체)가 절충에
실패했고 반덤핑이나 지적소유권분야등은 아직 협상 초안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언제 어떤 형태로 결말이 나든 지금처럼 빗장을
당아놓고 버틸수 있는 형세가 아니라는 것이다.
개방의 파고가 가장 거세게 몰아치고있는 분야는 역시 농산물. 지난주
제시된 둔켈의 작업초안(Working Paper)에 대해 각국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돼 있기는 하나 정치적 결단이 따를 경우 그대로 협상초안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예외없는 관세화"를 요구하는 이 초안에 대해 정부 실무대표단은
우리측의 입장을 들어 설득에 나섰으나 오히려 공격만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GATT관계자들을 만나본 결과 관세화예외만큼은 인정할수
없다는게 일반적인 반응이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초안에서 규정하고 있는 개도국우대 부분적인 국내보조허용
관세감축폭및 시기 특별수입제한등의 대안을 협상과정에서 유리하게
이끌어가면 국내농업을 보호하는 효과를 거둘수도 있다는 "강변"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다시말해 한국이 요구하는 쌀과 같이
특정품목을 관세화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어려운 만큼 개발도상국에
대해서는 개방이행기간(관세감축기간)을 최대한으로 늘리도록 협상력을
기울이라는 얘기다. 또 식량안보 지역균형개발 환경보전등 이른바
NTC(비교역대상)품목을 설정할지 여부는 국내보조를 허용하는 범위(Green
Box)에 대한 협상을 통해 얻어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둔켈 사무총장은 김실장과의 면담에서 "한국이 주장하는 NTC품목이나
개도국우대조항을 모두 반영했기 때문에 협상조건을 충실히 활용하면
"농업보호장치"가 될 것"이라며 "따라서 관세화가 곧 개방이라고 잘못
인식하고 있는 국민들을 한국정부가 설득해야한다"고 까지 요구할 정도다.
특히 한국대표들은 만나면 쌀 얘기만 하며 자기들의 입장만을
관철하려한다는 짜증섞인 표현까지 동원하고있다며 현지의 경색된 분위기를
전달해 주고있다.
물론 이번 둔켈의 초안에 대해 모두가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EC
캐나다,케언즈그룹대표인 호주와 뉴질랜드,아시아지역대표인
일본,북구대표인 핀란드,남미지역 대표인 아르헨티나등 농산물관련
8개국협상에서 일본과 캐나다는 둔켈초안에 대한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고
핀란드도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또 최근 열린 미.EC 농무차관회의에서
양측의 견해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협상에 실패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세는 개방쪽으로 기울어져가고 있다는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일본 농수성도 개방의 불가피성을 인식,영리를 목적으로한
대기업에도 농지취득을 허용하고 개인의 농지취득에 대한 금융및
세제지원을 강화하는등 농업의 전면자유화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일본내 정치권에서는 최소한의 시장접근론(3 5% 개방)이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정치적인 부담을 안게 되기는 하지만 어차피
개방을 피할수 없다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할수있다.
일본이 이같이 신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화살이 한국쪽으로 돌려지고
있다는게 당국의 인식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열렸던 APEC(아태지역경제
협력)각료회의에 미국의 통상관련 각료가 대거 몰려와 쌀개방 물가정책을
맹공격한데 이어 내년초로 예정된 부시 미대통령의 방한도 "경제외교"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어 계속 개방예외를 고집하기가 쉽지않은 형세로
보인다.
농산물이 최대의 이슈이긴 하지만 서비스분야에서도 수성의 여지는 극히
취약한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제시한 개방계획에 대해 미 EC 북구등은 법무 프랜차이징
장비임대 기술연구 시장조사,심지어는 병원운영까지 추가개방하라고 요구해
놓고 있다. 또 광고 회계 통신 건설 유통 금융 운송 관광등은 제한적인
개방스케줄을 제시했으나 거의 전부문에 걸쳐 개방예정기간을 앞당기고
내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철폐해야한다고 요구해 놓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농산물과 서비스를 필두로한 개방공세가 거세긴 하지만 연내타결을
비관하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선진국들사이에 UR협상을 이번에 타결짓지
못하면 어려워진다는 강박관념이 팽배해 있고 부문별로 실질적인 분야까지
논의될 만큼 진전을 보아 연내타결이 가능하다는 견해가 있기는 하지만
농산물분야에서 미.EC간의 절충실패로 낙관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상존해 있는게 사실이다.
또 추가개방의 부담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똑같은
농산물분야에서도 EC는 국내농업보조금을,미국은 웨이버조치(예외인정
수입제한)들을 폐지해야하게 돼있고 서비스분야에서도 건설등은 개방의
효과가 우리나라에 유리한 효과를 가져오는 측면이 있기는 하다. 또
섬유협상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이 주도권을 쥐고있기도 하다.
그러나 UR협상이 타결시기에 관계없이 결국에는 "힘"을 논리로하는
정치적협상에 의해 타결될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할때 쌀문제를 포함해
부문별 협상대안을 실리위주로 전면재점검해야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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