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에 위협의 존재로 비쳐서는 안되기 때문에
북한 대내문제에 관한 모든 간섭을 포기하고 공산주의 체제에 위협이될
조치는 하지 않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것으로 독일의 유력 시사주간지
디 차이트가 31일 보도했다.
노대통령은 지난 22일 방한한 디 차이트지 크리슈토프 베르트람
편집위원과의 회견에서 "우리의 목표는 북한이 급격히 붕괴되는 것이
아니라 점차적으로 신뢰할수 있는 변신을 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독일과
같은 흡수에 의한 통일방식은 북한을 극히 의심에 차게 만들 것"이라면서
이같이 강조했다고 이 주간지는 전했다.
노대통령은 또 "북한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점은 스스로 사회개방은
하지 않은채 남북간에 인적 접촉을 할 경우 자신의 체제 안정성이
위협받게 된다는 것"이라고 말하고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 관해
설명했다고 디 차이트는 보도했다.
디 차이트는 노대통령이 남북간의 공동개발계획과 합작투자로
상호원조, 공동복지, 공존을 위한 초석을 마련한뒤 서울과 평양에
상주대표부를 개설하고 이를 통해 협력관계가 돈독해지면 일종의
국가공동체를 구성, 정치적 통합에 이를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밝혔다.
<통일을 향한 조심스런 발걸음>이란 제하의 이 기사에서 디 차이트는
"구동독정권의 종말에 최후의 일격을 가한 경제적인 붕괴가 북한 정권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누구도 북한을 돕지 않는다면 북한의 종말의 날은
멀지 않다"고 내다봤다.
디 차이트는 또 지금까지 온순했던 북한 주민들이 배고픔을 못이기고
인내심을 상실한채 한국으로 대규모 탈주를 시도할 경우 어떤 상황이
나타날 것인지에 의문을 표시하고 "이제 북한을 구제해줄 나라는 적대국인
한국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특히 한국의 예언가들이 통일이 되는데는 5 10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하고 "독일의 통일모델은 매력적이긴 하지만
위협적"이라면서 "38선의 장벽이 갑자기 걷혀질 경우 북한은 동독지도부가
체험했던 것 같은 붕괴를 두려워하고 있고 한국측은 정치적 경제적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일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현실로 다가오자 일부 한국인들은 통일을
오히려 두려워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고 진단한 디 차이트는 "북한
사람들은 심각한 경제와 식량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봉착해 있고 한국인들은 93년초에 임기가 끝나는 노대통령의 후계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