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가 발생한 5개 상장기업을포함,9개기업의 무더기 분식결산적발은
우리나라 기업회계와 감사제도의 비도덕성을 극명하게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이로인해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의 집단손해배상청구사태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기업의 회계정보를 나타내는 결산보고서를 기업 스스로가 조작,적자규모를
축소하거나 심지어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켜 이를 믿고 투자한 소액투자자
들의 피해가 엄청나다는 사실은 기업의 비윤리성을 반증한다.
현행 회계감사제도는 기업의 이러한 회계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외부감사인
으로부터 공정한 감사를 받도록하고 있으나 "자유수임제"란 덫에걸려 주식
회사의 외부감사는 유명무실한 통제장치로 전락했다.
자유수임제는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을 피감사기관인 기업이 자의적으로
선택할수 있게 되어있어 고객을 확보해야만하는 회계법인은 감사대상기업의
회계장부조작을 묵인,방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탓에 공인회계사들은 공정한 감사를 해야하는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채
엉터리감사를 하고 부적정한 기업을 적정하다고 거짓의견을 내 놓기가
일쑤이다.
이러한 부실 허위감사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 경우는 올들어
부도가 발생한 흥양 기온물산 케니상사 금하방직 아남정밀등이 포함되어
있어 이들 회사주식에 투자했다가 소유주식이 휴지조각으로 변해 엄청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회계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보여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현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17조에는 "감사인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를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허위의 기재를 함으로써
제3자에 대하여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그 감사인은 제3자에 대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회계관계자들은 재고자산을 1백90억원 과대계상하고 1백30억원의 부채를
장부에 기재하지않은 흥양과 적자를 흑자로 기재한 기온물산의 경우는
회계법인이 고의적으로 이를 묵인한 중과실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있다.
케니상사 김하방직 아남정밀은 중과실이라고 확정짓긴 어렵지만 과실이
있음은 명백하다고 밝히고있다.
이들 기업의 조작된 결산보고서나 이 결산보고서를 인용한 투자자료를
근거로 이들 기업주식에 투자를 했거나 채권을 보유한 사람들은
증권관리위원회의 이번 감리결과를 거증자료로 이용,이들 기업을 감사한
경원 한림 청운 신한 세동회계법인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청구를 할수 있다.
문제는 이번과 같은 부실감사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가 전례가 없다는
점이다.
82년 공영토건부도로 38억원의 채권을 가진 한양투자금융이 소송을 준비한
적이 있고 83년 동산유지의 부실감사에 대해 신탁은행이 손해배상청구를
법원에 냈다가 중간에 취하한 것이 전례의 전부이다.
따라서 손해배상청구가 실제로 발생할 경우 그 귀추가 주목될수 밖에
없다.
피해자승소판결이 날 경우 해당회계법인은 손해금보상의 민사상책임을
져야하며 담당회계사의 형사처벌도 불가피해진다.
이렇게 되면 기업의 분식결산과 회계법인의 부실감사로 점철된 현행
기업회계제도와 풍토의 대폭적인 개선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외감법이 채택하고 있는 감사인선정방법의 손질이 필요하다.
피감사기업이 감사회계법인을 마음대로 선정하도록 되어 있어 회계사는
감사를 맡은 기업의 요구에 따를수 밖에 없는 자유수임제는 보완할수 밖에
없다.
회계사 역시 부실감사에 따른 손해배상부담때문에 감사대상기업의 부당한
요구를 물리칠 수 있는 구실이 마련된다.
이번 부실감사의 원천적인 이유는 허위장부를 작성한 기업에 있으므로
공인회계사 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더욱 요구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