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탈냉전무드는 드디어 동남아평화정착의 걸림돌이었던
캄보디아내전을 종식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어제 파리에서 체결된
캄보디아 평화협정은 13년이나 끌어온 킬링필드의 싸움을 끝내고 이나라를
새로운 국가로 탄생시킬 구체적 계획을 마련한 것이다. 캄보디아내전 4개
정파와 19개 유엔회원국 외무장관들이 서명한 이 협정은 4개정파 군사력의
70%를 감축시키고 휴전을 감시하며 총선을 실시할수 있는 권한을 유엔에
부여하여 사실상 93년 총선까지 유엔이 캄보디아를 통치할수 있게 했다.
이와같은 협정이 도출될수 있었던 것은 과거 론놀정권을 지원했던
미국,크메르루주를 지원했던 중국,현재의 훈센총리정권을 지원하던 소련과
베트남이 다같이 화해무드속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과 베트남의
화해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며 이중에서도 대미접근에 경제적
사활이 걸려있는 베트남이 큰 역할을 했으리라 믿어진다.
캄보디아 평화협정이후에 전개될 상황에 대해 관심을 끄는 것은
캄보디아의 내부적 문제와 협정을 계기로 활발해질 외부국가들의
움직임이다. 총선을 실시하게 되면 현재의 훈센정권이 승리할것 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배정당인 캄보디아인민당도 복수정당제도입과
마르크스 레닌주의정강을 삭제한 점으로 미루어 보아 외부세계와의
관계정상화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반군의 가장 큰 정파인
크메르루주가 이런 상황을 고분고분 받아들일 것이냐 하는 점이다. 주로
정글속에서 활동하는 그들을 유엔이 효과적으로 무장해제시킬수 있는가
하는 점도 의문이다. 겉으로는 세계적 추세인 자본주의체제를
받아들이면서도 이념은 공산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크메르루주는 결코
재집권시도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새로운 캄보디아가
탄생하는 데는 내부적 난관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과는 관계없이 평화협정을 계기로 이해 당사국들의 이지역
접근노력은 활기를 띨것이 예상된다. 미.베트남수교협상이 빠르면 내달중
열릴 것이고 한.베트남간에도 조속한 수교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세안국가들의 베트남 러시도 예상된다. 그런가하면 일본은
캄보디아부흥동경회의를 개최하여 이 지역에서의 주도적 역할을 노리고
있다. 이런 모든 것이 캄보디아 걸림돌이 제거됨으로써 물꼬를 트게
된것이다. 이 지역과의 경제관계에관심이 높은 한국도 채비를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