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사람들과 잦은 술자리를 벌이다 과로로 숨진 30대 세일즈맨이
2년만에 순직보상을 받게됐다.
대법원특별2부(주심 김용준대법관)는 23일 거래처사람들에게 매일
술대접을 하다 과음으로 숨진 동양화학공업(주)영업담당차장 박병근씨
(사망당시 33세)의 부인 조명숙씨(35.서울 성산동 시영아파트27동105호)가
서울지방노동청장을 상대로낸 유족보상금 지급청구부결처분취소소송상
고심에서 "박씨는 업무상재해에 해당되는 순직이므로 노동부는 산재유족
보상금을 지급하라"는 원고승소판결을 내렸다.
이에따라 조씨는 남편 박씨가 사고직전 받아온 3개월분 평군 임금의
1천3백일분을 보상금으로 지급받게 됐다.
조씨는 남편이 간질환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신제품인 컴퓨터자동화설비자재
를 팔기위해 상담을 하다 쓰러졌으나 회사측과 노동부가 순직판정을 내려
주지않아 소송을 제기,이날 대법원으로부터 최종승소판결을 받게됐다.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않고 제품팜플렛을 들고 밤낮없이 뛰어다니다
쓰러진 남편의 억울함을 뒤늦게나마 풀어준것같아 마음이 홀가분합니다"
조씨는 남편의 명예가 회복됐기 때문에 이제야 편히 눈을 감을수 있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들 가람군(8)등 단란한 세식구가 졸지에 날벼락을 맞게 된것은 지난
89년10월25일 밤10시.
평소 새벽2,3시가 넘어야 귀가하는 남편이 이상하게 회사동료의 부축을
받으며 일찍 돌아왔다.
서울 북창동 일식집에서 거래처 사람들과 저녁을 먹고 2차로 자리를
옮기던 도중 쓰러졌던것.
박씨는 집에서 곧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위와 복막에 피가 터지는
바람에 6일만에 숨졌다.
부인 조씨는 "쓰러지던날 아침 남편이 몸이 찌뿌듯하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해 하루쯤 쉬라고 했으나 영업수주건 때문에 외국인과 중요한 모임이
있다며 출근했다"고 울먹였다.
경력사원으로 입사,3년만에 영업차장으로 승진할만큼 능력이 뛰어났던
박씨는 밤마다 거래처 사람들과 만나 "술상무"노릇을 했다.
박씨는 견딜수없는 격무로 사표도 내봤으나 회사측은 번번이 반려하고
말았다.
당시 동양화학공업은 뒤늦게 자동화설비부문에 뛰어든데다 국내경기가
불황이어서 한전등 굵직한 거래선(수주건당 7천만원선)을 맡고있는
박차장의 임무가 막중했기 때문.
박씨의 형 종환씨(40.주공근무)는 "회사영업실적의 70%를 혼자 달성,일에
미친 동생이었지만 수주목표 달성 문제로 잠을 못이루는등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호소했다"고 말했다.
박씨가 숨진후 부인 조씨는 회사측에 순직에 따른 보상금으로 1억원과
회사측이 간부상해보험에 들었던 아메리칸 홈 인 슈런스사에 1억원을 각각
요구했으나 업무수행중 발병으로 쓰러진게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당해
동양화학측으로부터 2천만원만 받았을 뿐이다.
조씨는 노동부에 산재보상보험의 유족보상금과 장의비등 6천만원을
청구했으나 모두 헛수고였다.
조씨는 남편을 잃은 슬픔보다 세일즈맨인 남편의 죽음이 왜곡되는 것에
격분,아파트 전세값을 줄여가며 지난해가을 서울고법에 행정소송을
제기,승소판결을 받아냈다.
또 이번 대법원도 "박씨의 발병및 사망장소가 사업장 밖이었고
업무수행중에 발생한 것이 아니었더라도 업무상 과로가 원인이된 이상
산재보상보험법상의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며 노동부의 상고를
기각했다.
조그만 직장을 다니며 월10만원정도의 국민연금관리공단 연금으로 가람
군과 생활하고 있는 조씨는 "남편대신 아들을 훌륭히 키우는 보람으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