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용지생산업체들이 증설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져있다.
늘어나는 수요에 대처하기위해 증설이 불가피하긴하나 채산성확보가
어려워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20만 25만t생산규모의 설비 한대를 갖추려면 적어도 1천5백억원가량의
자금이 들것으로 예상되나 과연 투자한 만큼 이익을 낼수있을지 자신이
없는 것이다.
신문용지업체들이 채산성문제로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물론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신문용지가격은 주요독과점사업자품목으로 정부의 통제를 받고있어 지난
10년간 가격이 동결되어왔다.
지난 83년 t당 54g짜리가 t당 43만8천5백90원이었으나 지금은 43만3천
4백30원( 당 23.4원)으로 오히려 1.2% 내린 상태다.
또 최근들어 수요가 급격히 늘고있는 고급품 48.8g 짜리는 덤핑수입제품과
가격을 맞추기위해 t당 46만9천7백30원( 당 22.9원)에 팔리고 있어
상대적으로 저급품인 54g짜리보다도 싸다.
여기에 원료인 고지가격의 상승,물류코스트증대등으로 생산원가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최근들어서는 자국시장의 공급과잉으로 애로를 겪는 미국
캐나다제지업체들이 저가품을 덤핑공세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의 채산성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전주제지 세풍 대한제지 삼풍제지등 신문용지생산업체들은 올들어 대부분
신문용지사업부문이 손익분기점조차 맞추기어려울 정도로 채산성이
떨어졌다. 이대로 가다간 내년부터는 적자전환까지 예상된다는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현재 증설중인 세풍외에 대한이나 삼풍은 아예 증설을 생각지도 못하고
있고 전주에서조차도 수익이 남지않는 신문용지대신 인쇄용지나
특수지사업등을 강화해야한다는 의견들이 세를 얻을 정도다.
문제가 국내 업체들의 수지악화에만 있는것은 아니다. 국내시장의
공급부족으로 외산용지들이 급격히 수입되고있어 국내신문용지시장이
외국회사들에 의해 지배될 우려마저 높아지고있다.
신문용지는 지난 88년까지 자급이 가능했었다. 그러나 89년부터 수입이
시작돼 그해 국내시장의 3%가량인 약 1만5천t이 들어왔다.
지난해에는 수입물량이 약4만t으로 시장의 7%를 차지했고 올해는
13만4천t이 수입돼 20%가까이 잠식하는등 수입이 급격히 늘고있다.
현재 증설중인 세 이 내년부터 부분가동에 들어간다해도 수요증가를
따르지 못해 수입의존도는 점점 높아질것으로 예상된다.
전주등 다른회사의 증설이 없으면 5년후에는 신문용지자급률이 50%밑으로
떨어진다는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신문용지산업이 전형적인 내수산업으로서의 위치를 빠른 시일내에
잃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이기도 하다.
정부도 이같은 우려때문에 신문용지업계에 증설을 적극 권유하고 있다.
경제기획원은 수급과 이에따른 물가안정차원에서,상공부는 무역역조
방지차원에서 업계의 증설을 희망하고 있다.
신문용지업체들은 그러나 역마진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뜻대로
증설을 추진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가격탄력성만 부여해준다면 증설을 적극 검토할수도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신문용지업계가 적어도 국내시장에선 경쟁력을 갖고있고 또 신문용지산업
자체가 장기적으로 성장산업이므로 정부의 가격통제만 풀리면 전망이
비교적 밝은 편이기 때문이다.
일본신문용지의 경우 t당 14만5천엔 정도로 우리의 두배가까이 된다.
대량 생산구조를 갖추고 있는 미국이나 캐나다의 경우 자국시장가격이 t당
5백40달러(약40만원)로 우리보다 약간 싼편이나 수송비가 t당
1백달러가량들어 무관세로 들여와도 국내제품이 경쟁력이 있다는 계산이다.
국내시장의 성장잠재력이 크다는 점도 포기하기엔 아쉬운 요인이다.
1인당 연간 종이소비량이 미국은 3백4kg,일본 2백24kg,대만 1백58kg 이나
우리는 91kg 에 불과하다.
신문용지만 따져봐도 미국이 51kg,일본이 28kg 인데 비해 우리는 10kg
불과하다. 성장잠재력이 무한한 셈이다.
신문용지업계의 증설문제는 그 결과에 따라 경쟁력있고 성장가능성이 큰
내수산업을 계속 우리손으로 발전시키느냐,아니면 외국업체들에 내주느냐를
판가름짓는 고비가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