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현대그룹명예회장일가에 대한 세무조사를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게
나돌고있는 가운데 재계일각에서는 이번사태가 정부의 일관된
경제력집중완화정책의 하나로 이뤄졌다는 분석이 많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부의 세습차단등을 통한 경제력편중현상시정의지를 가시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같은 해석은 대기업그룹에 대한 세무조사가 현대뿐아니라
여타그룹에까지 확산되고 있는데다 정부가 이에앞서 비업무용부동산매각
업종전문화등 일련의 경제력집중완화정책을 취해왔다는 점에서도
뒷받침된다.
국세청은 이번사태가 정부와 현대그룹간의 감정싸움으로 비쳐지자
새무조사를 받고있는 그룹은 현대외에 한일 삼미 서통 강원산업 부산파이프
대림산업 애경유지등 7개가 더있으며 한진그룹의 경우는 이미 조사가 끝나
5백50억원의 증여세를 추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사태가 단순히 양측의
불편한 관계로 야기되지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이와관련,국세청고위관계자는 "세금없는 부의 세습은 있을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고 밝히고 있다. 대기업그룹을 관리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있는 대목이다.
추징세액규모가 시사하는 바도 크다. 국세청은 한진그룹에 5백50억원을
거둬들인데 이어 현대그룹에 대해서도 법이 허용하는한 최대규모의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추징세액이 1천만원에 육박할
것이란 얘기도 흘리고있다.
이같은 세금규모는 불과 2년전에 부과된 삼성그룹에 대한 증여세규모가
1백60억원에 그쳤던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경제력집중완화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짐작할수있다.
6공정부가 지난해 비업무용부동산매각조치에 이어 올들어서는 그룹별로
주력업종선정을 강력히 요구했었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있다. 당시
재계는 이에대해 부정적반응을 나타냈지만 정부는 실효문제를 떠나 어쨌든
이를 계획대로 진행시켰다. 즉 이번세무조사는 이같은 조치들에 이은
3단계경제력집중완화정책이란 인상이 짙다는것이다.
이번사태를 통해 정부가 대기업그룹의 주식이동문제를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주식이동조사는 사실 수면아래서
통상적으로 이뤄져온 것이었으나 이번의 경우는 백일하에 이를 드러내놓아
여타그룹들에도 경고를 보내는 의미를 갖고있다. 특히 국내 최대그룹인
현대를 겨냥함으로써 전 재계에 경각심을 주는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는 정부의 움직임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정부는
경제력집중완화를 위해 그룹통합관리방식을 규제토록 하겠다는 뜻을 밝혀
한때 기획실해체론까지 대두되기도 했다. 또 정부가 이번사태의 수습을
위해 현대측에 경영과 소유의 분리등 여러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진것도 이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이라는 지적이다.
청와대가 오는 25일로 예정됐던 경제인초청만찬을 연기시켰다는 사실도
이번사태에 임하는 정부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특히 정부가 92년부터 96년까지 추진되는 7차5개년계획기간중
경제력집중완화및 전문경영체제확립을 핵심과제로 삼고 있다는 점도
이번사태가 결코 "돌발사건"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전경련의 최창락부회장이 "여러 정부관계인사들을 만나본결과
정치적의도는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힌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같은 정황을 감안할때 사태의 배경에는 정부의 경제력집중억제정책이
기저에 깔려있는 것으로 볼수있다.
다만 정주영현대그룹명예회장의 경부고속전철사업반대등으로 비롯된
정부의 현대그룹에 대한 불편한 감정,정권말기의 누수현상방지를 위한
재계길들이기의도등이 맞물려 사태를 더욱 증폭시켰다는 관측도 많다.
이번 현대그룹세무조사는 사태가 진전되면서 변칙상속에 관련된
현대그룹측뿐아니라 정치자금관련설이 유포됨에 따라 정부의 도덕성에도
상처를 입히는 결과를 빚었다. 이에따라 이번사태는 계속 확대되기 보다는
조기종결쪽으로 기울것이란 견해가 우세한 편이다.
어쨌든 이번일을 통해 정부가 경제력집중억제의지를 다시한번 분명히
했다는 점은 재계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관례적으로 이뤄져오던 주식거래를 통한 2세에 대한 재산상속이
힘들어졌다는 점은 재계의 중심부를 흔들어놓을수도 있는 대단한 사건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