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관리들은 2개월 전 실패로 끝난 소련의
쿠데타가 일부 공화국들의 연방탈퇴와 맞물려 군부장악을 위한 권력투쟁을
유발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주 소련의 고위 군장성 및 정치인 등과 회담을 가진 나토의
고위관리들은 9일 나토 16개 회원국 대사들에게 회담결과를 보고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소식통은 "소련에서 군부장악을 위한
권력투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하면서 "제2의 쿠데타가
발생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공산당의 권위가 사라진 뒤 군부에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뚜렷한 권력자가 없다는 점에서 소련군은 통제에서
벗어나 있다"고 말했다.
외교관들은 소련측이 제시한 핵 및 재래식무기 감축안에 명확성이
결여돼 있는 것은 3백50만에 달하는 소련군을 장악하고 있는 주체에 대한
혼란을 입증하는 또다른 증거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관리들은 군고위급 장성을 포함한 소련의 개혁주의자들이 군병력을
1백50만명으로 감축하고 이들을 국방부의 철저한 통제아래 둬 총참모장의
권력을 실질적으로 박탈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혁주의자들은 또 소련 각 공화국의 안보를 핵억제력에 의존하고
나토와 보다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는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나토의 한 관리는 "소련 개혁주의자들은 주권국가들이 공동방위체를
형성하고 있는 나토체제를 소련 각 공화국의 관계에 원용할 수 있는 하나의
모델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로보프 소련군 총참모장 등을 위시한
강경주의자들은 이와는 다른 견해를 갖고있다.
이들은 쿠데타 이후 군이 개혁돼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으나
민간인들의 간섭을 바라지 않을뿐만아니라 나토와 나토의 미래상에
대해서는 여전히 깊은 불신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고 나토소식통들은
말했다.
나토의 한 소식통은 "이들은 군의 급진적인 개혁이 초래할 사회적
혼란을 우려하고 있으며 민간인들의 간섭을 바라지 않고있다"고 말했다.
소련은 이미 동유럽에서 철수한 병사들에게 주택을 공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있으며 군수산업을 소비재생산 산업으로 전환하는 계획도
난관에 빠져있다.
군부장악을 위한 이같은 권력다툼 현상은 개혁주의자와
보수주의자들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며 각 공화국과 중앙정부간에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나토 소식통들은 소련 최대의 러시아공화국이 군부장악을 꾀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안드레이 코지레프 러시아공 외무장관은 9일 소련지도부가 발표한
안보다 훨씬 더 혁신적인 러시아공의 장거리 핵무기 감축안은 미.소
양국의 군축협상을 방해하기 보다는 이를 돕기위한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핵무기가 러시아공 영토에 가장많이 배치돼 있기때문에
우리 러시아공화국은 (핵무기 감축이라는) 역사적인 변화의 중립적인
관찰자로만 남아있을 수는 없는 것이 명백하다"고 덧붙였다.
나토의 한 소식통은 "소련군이 어떻게 변혁될지 그리고 누가 군부를
장악할지를 말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나 나는 최종승리자로 러시아공을
꼽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