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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기 은행감독원장이 8일 전국 29개 은행의 은행장회의를 연것은 최근
차주기업들이 연이어 법정관리를 신청하거나 부도를 발생시키고 있는것과
때를 같이 하여 매우 심각하고 우울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특히
은행감독원의 여신관리가 이른바 재벌의 주력업체제외 개념으로 바뀐지
넉달이 지난 지금 그 운용을 살펴보면 이건 관리도 아니고 관리가 아닌것도
아닌 불편과 비합리와 결함의 투성이라는것이 밝혀져 가고 있다.
본란은 수차에 걸쳐 여신관리제도 그 자체가 무용지물임을 말해 왔다.
여신관리제도가 필요한것이 아니라 은행의 합리적 경영이 필요한것이다.
어떤 은행이 대출자산을 어느 한쪽에 편중시킨다는것은 그만큼 위험을
가중시킨다. 따라서 합리적 은행경영이 있으면 재벌기업군에 대한
편중여신은 저절로 없어진다. 그러므로 감독원에 의한 "여신관리"이
아니라 매우 상업적인 기준에 따라 운영되는 개별 은행의 "여신심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 은행감독원이 은행의 불실을 강력히
제재하겠다고 밝힌것은 대단히 적절한 일이다. 작년도 21개 일반은행의
자산대비 평균이익률은 0. 63%밖에 안되었다. 이 수치는 국제적 표준에
까마득히 못미치고 있다. 그리고 한국에 진출해 있는 70개 외국은행
이익률의 절반에도 훨씬 못미치고 있다. 가게 크고 직원 많고 텃세 누리며
하는 국내장사에서 외국계 은행의 돈벌이에 못미친다는 것에 문제의 초점을
두어야 할것이다. 국내은행들은 꺾기를 고려에 넣지 않고도 5%포인트가
넘는 초고율의 예대마진율을 누리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로서 이번에 은감원이 밝힌것은 은행이 안고있는
부실진자산이다. 한마디로 말해 이자나 원금을 떼이는 일이다. 그리고
가장큰 문제꺼리는 지급보증이라고 한다. 은행이 수중에 꾸어줄 돈이
없을때 다른 은행에 대하여 차주를 위한 지급보증을 하는것이 그것이다.
싼 값을 받고 비싼 위험을 지는 지불보증을 은행들끼리 서로 남발하게 되어
있는것은 한국의 은행제도가 가진 어처구니없는 함정이다. 이것은
대기업군의 소속회사가 서로 지급보증을 하는분외의 소위가 은행에
받아들여지는것과 유사한것으로서 매우 무책임한 관행이라고 하겠다.
은행제도는 경제제도의 중핵이다. 은행을 감독함으로써 금융시장의
질서를 회복하자는것이 이번 은행장회의에서 은감원이 잡은 발상이라면
한국의 어정쩡한 회사제도,당면한 경기국면의 낭패(랑패)에도 불구하고
솟아날 구멍이 다소간 보이는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