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석 김일성의 방중은 아직 1주일정도의 지방순방일정을 남겨놓고있다.
그러나 북경에서 있은 세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김주석은 국가간의
우호관계는 외향적단결의 과시가 아닌 경제적 실력이 바탕이 되어야한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돌아갈지 모른다.
"현장"에서 지켜본 김일성의 환영은 파격적인 환대였다. 강택민당총서기
양상곤국가주석 이붕총리가 직접 북경역에 나와 그를 맞이했는가 하면
인민일보는 "양당양국관계의 역사적 중대사"로 쓰고 1면의 3분의2가량을
김주석기사로 가득채웠다.
그러나 정상회담의 한꺼풀뒤에 있는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엄청난 환대와는
좀 다른면이 드러나고있다.
인민일보에 나타난 정상회담의 주제는 양국관계 남북한통일문제
국제정세 국내상황등. 이가운데 두나라관계가 매우 긴밀하며 통일은
연방제방식이어야 하고 어느한쪽이 다른 한쪽을 병합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고 하는 김일성의 말에 강총서기등이 동의한다고 한것은 조금도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에 쌍방은 늘 한목소리를 보여왔다.
국제정세를 보는 눈에서도 다소의 차이는 있겠지만 "급변하는 정세를
몸으로 느끼며 그것이 평화와 발전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고있다. 이를
거슬러 갈수는 없다"는 생각에는 동의하고있다.
주목되는 것은 각기의 국내상황. 중국이나 북한이 다같이 경제적인
내용을 들고 나왔으나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서로 다른 의도를 한자락씩
깔고 있었던 것이 드러나고 있다.
중국의 이붕총리는 많은 인구의 의식주를 해결하는것이 힘든과제라고
말하고 지난여름의 큰 홍수피해를 북한측에 설명했다.
이러한 중국측의 국내상황설명은 강택민총서기가 역시 중국의 유한한
경지,많은 인구를 들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지않다는 지적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관측자들은 중국측의 이러한 "입맞춤"이 대북한경제지원의 한계성을
이해시키는데 목적이 있었을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중국측은 동시에 북한이대외개방을 확대함으로써 스스로 경제발전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는 함축된 뜻을 전달하려 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밖에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깊숙이 의견을 주고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북한의 대일 대미국교문제 남북한 관계 핵사찰수용문제등에 대해서는
전혀 보도되지 않아 추측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중국의 한반도전문가들은 이번 김일성의 중국방문이 한중관계에 좋은
전기가 될수도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를
점진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목표를 갖고 있으므로 북한의 "유보요청"이
설사 있더라도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주석에 대한
"융숭한 대접"이 중국의 대한정책전환에 대한 중장기포석일수도 있다는
희망적인 풀이다.
이들 전문가들은 또 북한이 정상외교를 통한 단합된 힘의 과시에 못지않게
개방의 선두주자이며 "우호국"인 중국의 의도를 터득하는 과제를
안게되었을 것으로 보고있다. 세계가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고 있으며
북한역시 엄청난 속도를 가진 해결책을 갖지않으면 안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주석이 이번 방문을 통해 중국측에서 "자극"을 받았다면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기대해 볼만한 일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