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다가오고 있다. 북한이 열리고 있다.
통일이 가까워오고 있다. 이것은 착각도 꿈결도 아닌 요즘의 내 느낌이다.
남북한이 분단 40여년만에 유엔에 나란히 가입한후 정회원의 자격으로
총회에서 대통령이 연설을 하였다. 그 자리에는 북한의 대표도 앉아
있었다. 평양의 민속주인 문배술을 제주도에서도 담그기 위해 대동강물을
반입한다고 한다. 통일쌀 직교역을 성사시켰던 양쪽의 상사들이 이번에는
남한의 관광객을 북한에 보내기로 합의했다는 뉴스도 전해진다.
조폐공사에서는 통일시대에 대비하여 통일화폐를 발행하기 위한 각종
문양을 준비했다고 한다.
나라 안팎이 북한과의 관계개선과 통일논의로 온통 떠들썩하다.
이러한 열기를 반영하듯 서울의 한복판에서도 북한경제에 대한 토론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개발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국제학술세미나
장소가 바로 그 현장이었다.
"북한경제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제목을 내걸고 국내외 전문가와 학자등
모두 33명의 발표자와 토론자가 참여하는 큰 행사였다.
참석한 청중의 태도도 진지했다. 등록한 청중의 수만도 무려 4백여명이나
되었다. 젊은 대학생으로부터 백발이 성성한 노인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관심은 대단했다. 아침 이른 시각부터 하오 늦은 시각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열심히 경청하는 태도에는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배포하는 자료만을
받아들고 돌아가는 이도 없었다.
점심식사후 텅빈 좌석에 썰렁한 분위기에서 발표자만 열을 올리는 다른
세미나에서 흔히 볼수 있는 모습은 찾아볼수 없었다.
발표자와 토론자는 하나같이 성의있는 준비와 토론으로 일관했다.
북한경제의 과거 실적에 관해선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밝히고 있었다.
현재의 북한경제 사정은 아주 곤란한 형편이라고 북한을 방문했던 체험담을
생생하게 들려주기도했다.
그러나 미래의 북한변화에 대해서는 모두가 조심스러운 신중함을 보였다.
단기적으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기도 하였지만 장기적으로는
개혁과 개방의 흐름을 막을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
두만강개발에 관해서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남북한경제협력의 호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개발여건이 좋지 않아서 조속한
시일내에 어떤 개발성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그렇지만 이지역 개발이 동북아경제협력의 다자간협력가능성을 타진하는
기회가 될수 있으리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번 세미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북한경제의 실상을 여러 측면에서
알게하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남북한 경제협력의 추진방향을
제시하면서 장래를 전망해보는 계기도 되었다. 이보다 더욱 큰성과는
청중의 진지한 태도와 높은 관심도를 확인했다는 점이다. 청중가운데에는
기업체에서 온 분이 특히 많은것 같았다. 그분들은 남북한직교역의 빠른
성사를 기대하면서 경청하였을것이다.
우리는 이제 남북한 교역이 내부거래로 면모를 갖추도록 주요국가및
국제기구와 협의를 추진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할것이다.
북한의 태도변화가 있은 뒤에 수동적으로 대처할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먼저 추진방안을 제시하는 적극성을 보여야 할것이다. 아직도 경직된
부문이 있으면 빠른시일내에 풀어주는 큰 마음을 가져야 할것이다.
가랑비에 옷을 적시듯 잦은 접촉을 통해 북한을 변화시키려는 전략도
마련해야 할것이다.
그러나 서둘러서는 안된다. 여유있는 모습으로 차분하게 추진방안을
준비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야 하리라. 다시한번 이런 기회를 마련해준
주최측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