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이 변호를 맡은 구속 피의자 또는 피고인에 대한 접견을 특별한
사유없이 수사기관에 의해 거부당했을 때 국가는 해당 변호인이 입었을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 민사지법 28단독 이재철판사는 24일 자신이 변호를 맡은
구속피의자에 대한 접견을 신청했다가 사건수사를 담당한 구치안본부
대공2부로부터 거부당한 서울 지방변호사회소속 김한주변호사(서울 서초구
서초동 성은빌딩 3층)가 국가를 상대로낸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 국가는
원고에게 2백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 "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판사는 또 "원고는 이 금액의 2분의 1에 한해 가집행을 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안기부, 치안본부등 수사기관이 그동안 자의적으로
국가보안법위반 피의자및 피고인들에 대해 변호인 접견을 불허해온 사례가
많았던 사실에 비추어 사법부가 이들 수사기관의 이같은 탈법적 관행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특히 이번 판결은 그동안 수사기관이 국가보안법위반 피의자와
피고인에 대한 변호인의 접견을 거부한 뒤 법원으로부터 거부처분취소
결정을 받게 되면 추후에 접견시켜주는 등 강제력이 없는 형사소송법상의
준항고 제도와는 별도로 수사기관의 탈법적 관행에 대해 민사상의
손해배상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판사는 판결문에서 "구속 피의자 또는 피고인에 대한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에서 명백히 규정하듯 이들의 인권보장과
방어권 행사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제도"라며 "현행 행형법이 정한
제한이외에 `담당자가 없다''는 등의 사유로 이를 거부한 것은 명백한
위법행위"라고 밝혔다.
이판사는 또 "국가는 소속 공무원의 이같은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인
김변호사가 직무수행을 방해받음으로 인해 입었을 상당한 정신적 피해에
대해 손해를 배상해야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변호사는 지난 4월 11일 하오 4시40분께 자신이 변호를 맡은
국가보안법위반 피의자인 박형기씨를 접견하기위해 서울 용산구 남영동
구치안본부 대공분실로 찾아가 박씨에 대한 접견을 신청했으나 대공2부에
근무하는 박정수 순경으로 부터 "담당 자가 없으니 오늘은 접견을 시켜줄
수 없다"고 2차례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었다.
김변호사는 접견거부를 당한 후 같은 달 16일 서울 형사지법에 `변호인
접견거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준항고를 내 법원으로부터 "박씨에 대한
변호인 접견 불허처분을 취소한다"는 결정을 받았으나 이와 별도로
민사상의 위자료 청구 소송을 서울 민사지법 냈다.